베를린을 둘러싼 최후의 전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그 대부분은 아돌프 히틀러와 수상관저를 둘러싼 사건들을 다루었을 뿐이다. 전선에서 벌어진 혼란스러운 전투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치밀하게 다룬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는데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해 보기로 했다.
얼마전 미국에서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 있는 연방문서보관소-군사분과(Bundesarchiv-Militärarchiv)에 반환한 바익셀 집단군(Heeresgruppe Weichsel)과 그 집단군에 배속된 야전군의 자료들은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 책에 광범위하게 인용되었다. 이렇게 해서 전투의 경과를 하루 단위로 서술할 수 있었으며 여기에 참전 군인들의 구술자료가 추가되었다. (독일과 소련) 양측의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공식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 남긴 회고록과 기록들도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기록들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저작도 완벽하게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보면, 특히 전쟁 말기의 군부대 일지들(Kriegstagebücher)의 경우 허위로 기록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보니 “적의 완강한 저항에도 역습에 성공했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역습 같은 것은 시작도 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Wilhelm Tieke, Das Ende zwischen Oder und Elbe : Der Kampf um Berlin 1945(Motorbuch Verlag, 2.auflage, 1992), s.9
무장친위대 조차도 전쟁 말기에는 죽기가 싫어서 하지도 않은 공격을 했다는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이야기죠. 사실 이런 종류의 군대 비화는 어느 나라나 다 있습니다만. 하여튼 티케는 역사서술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 한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료에 대한 충실한 검토와 비판입니다.
뭐 루프트바페의 경우는 패색이 짙어지자 조직적으로 기록파기에 나섰다고 하니... 아마 독일인 특유의 성실함(!?)으로 서류를 잘근잘근 쪼개서 활활 잘 태웠겠죠(...).
답글삭제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올 한해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고, 설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도 solowalk 티스토리로 생존신고용 블로그 하나 조촐하게 열었습니다. 아직 잡담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듯 합니다만(...).
<span>아래 獨步</span><span></span><img></img>님이 쓰신 리플을 보니 영화 패튼 대전차군단에서 패튼에 대해 연구하던 독일군 장교가 후퇴하는 와중에도 데스노트의 L마냥 나는 틀리지 않았어 궁시렁궁시렁 하면서 드럼통에 불 피워놓고 서류 파기하던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답글삭제그렇게 파기된 서류들 중엔 꽤 재미있는 사료들이 많았을 듯 한데...
BOB 의 Episode 8이던가-톰 행크스 아들이 신삥 소위로 나온 그 화-에서도 희생이 커질 거 같으니까 윈터스가 "포로 획득에 실패하였다."라고 보고할테니 이지중대는 오늘밤 알아서 쉬어라~~~. 하는 장면이 나왔죠. 이기는 쪽도 그랬는데 지는 입장에서는 특히나 더 심했을 거 같습니다.
답글삭제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블로그 확인했습니다.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십시오.
답글삭제글쎄 말입니다. 호사가들의 좋은 술안주 거리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답글삭제네. 저도 그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사실 많은 군대가 그런 융통성을 발휘하는 통에 군대 야사가 풍부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답글삭제글을 쓰는 자의 신분과 그 사람의 성격 같은 것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군요.
답글삭제많은 자료들이 그렇지요.
답글삭제[일본의 군대]란 책을 보면 일본의 경우 패전 직후에 온갖 군사관련 문서, 심지어는 징병관련 문서까지 대부분 파기했다더군요. 그래서 후세 연구자들이 상당히 애를 먹고 있더라는...
답글삭제그렇다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