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밀린 RSS피드를 확인하다 보면 며칠 지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됩니다. 뉴욕타임즈 1월 19일자에서는 2003년 이라크에서 노획한 이라크 정부 자료 몇 건을 공개했는데 이게 꽤 재미있습니다.
관련기사 : Hussein Wanted Soviets to Head Off U.S. in 1991
이 기사와 함께 영어로 번역된 노획자료도 함께 실렸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고르바초프에게 중재를 요청했다가 강대국 정치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는 후세인의 모습을 보니 안구에 습기가 차는 동시에 만약 우리가 저 꼴이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 집니다;;;;
뉴욕타임즈가 공개한 번역문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구절도 눈에 띄는데 특히 사담 후세인의 투철한 기록 정신이 재미있군요. 걸프전쟁 당시 후세인과 이라크 공보장관 하마디(Hamid Yusuf Hammadi) 간에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고 합니다.(이 문서의 10쪽을 보십시오)
후세인 : 전쟁 중인 만큼, 중요한 문서들은 두 개의 사본을 만들어서 각기 다른 두 군데의 장소에 보관해야 하네. 만약 여기가 폭격을 받거나 불에 타버리면 어쩌겠는가.
하마디 : 각하. 저는 서류보관함과 금고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후세인 : 하지만 아직 한 군데에 있지 않은가. 두 개의 사본을 각기 다른 두 군데의 장소에 보관하도록 하게.
하마디 : 알겠습니다. 각하.
후세인 : 이런 자료들은 반드시 최소 두 개의 사본이 있어야 하네. 하나는 대통령궁으로 보내고 다른 하나는 자네가 보관하도록 하게.
하마디 : 알겠습니다. 각하.
히틀러도 그랬지만 이런 자료들을 남겨주는 독재자들은 호사가들에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만약 후세인이 스탈린 처럼 기록을 남기는 걸 싫어하는 인간이었다면;;;;
정말 후세인이 무슨 생각으로 사본까지 만들어서 남겼는지 모르지만 후세의 연구자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듯 합니다.
답글삭제네.
답글삭제후세인이 스탈린 같은 성격이었다면 지금도 이라크의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지 않았을까요?
답글삭제자기가 물러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서 기록-그러니까 본인이 생각하는 치적-을 그렇게 잘 보존하려 든 것이 아닐까요?
답글삭제하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탈린은 선을 넘지 않고 미국에 알아서 잘 기었죠;;;;
답글삭제그럴수도 있겠습니다. 히틀러 처럼. 그런데 또 스탈린 같은 인간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지라;;;;
답글삭제한국 대통령들 중 통치사료를 최초로 남기기 시작했던 인물이 의외로 29만원 거사라네요. 한미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사전 공부를 하려고 이전 대통령들 자료를 가져오라고 하니 남은게 별로 없길래 '나부터라도 통치 사료를 남겨 후임이 활용하도록 해야 겠다' 라는 아름다운(?) 의도로 시작했다라고 하더군요.
답글삭제물론 본인의 치부가 될 만한 자료들은 퇴임 시 자택으로 싹 가져갔다나...
이승만의 경우 개인기록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공식기록이 꽤 부실하고 박정희는 개인기록도 부실하지요. 아마 기록에 있어서는 노무현이 가장 모범적인 사례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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