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현정부 남북대결구도로 대북성과 사라져"
이해찬도 웃기지만 이종석이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에서 분리시켜 다룰 수 있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건 단지 북한 핵문제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최대의 약점이기 때문에 억지로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게다가 이종석은 당시 실무 책임자였습니다. 지난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나미가 더 떨어집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노무현 정부 당시 이종석은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했었죠.
사실 현 시점에서 북한 핵문제는 굉장히 손 쓰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매우 불편한데 뭔가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이는군요. 손을 쓸 수 있었지도 모르는 시기에 기회를 놓쳐버렸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은 구차한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군요.
이런 관점에서 살짝 불편한 글 한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안드레이 란코프가 지난 3월 7일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 “Let North Korea Keep Its Nukes”입니다. 간단히 결론을 이야기하면 지금은 마땅히 취할 수단이 없으니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자는 내용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도록 내버려 두자(Let North Korea Keep Its Nukes)
안드레이 란코프
미국과 북한간의 가장 최근의 협상이 2월 29일 끝났다. 북한측은 미국이 식량 원조를 하는 대가로 자국의 우라늄 농축 계획을 동결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데 동의했다.
서방 언론들은 예상했던 대로 핵 문제에 대한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냈고(물론 제한적이고 조건적이긴 했다), 미국 국무부는 협상을 “작은 첫 걸음(modest fist step)”으로 설명했다.
그렇다. 이 협상은 한 “걸음”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간에 전개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보이는 핵협상에 있어서 첫 번째 걸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도데체 무엇을 위한 걸음이란 말인가?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다. 미국이 천명하고 있는 목표는 북한의 핵무장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그리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해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지난 20여년간 변함 없었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플루토늄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고 (물론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 했지만) 수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실행했으며, 그리고 상당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오늘날 까지도 비핵화는 요원하다.
이건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미국의 정책은 구제불능이라 할 만큼 비현실적이니까.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북한 정권은 힘들여 획득한 핵 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왜 그래야 하는가?
북한의 핵 능력은 평양의 지도층이 사담 후세인이나 무암마르 카다피와 같은 비참한 운명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해 주는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도 평양의 지도층은 후세인과 카다피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면 여전히 팔팔하게 권력을 잡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한때 서방의 외교관들은 북한의 당국자들과 소통하면서 카다피가 진행 중에 있던 핵 계획을 포기한 것을 본받아야 할 훌륭한 사례로 들고는 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고 그들이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입장에서 핵무기는 엄청난 투자였다. 핵무기는 북한이 국제 사회로 부터 후하고 거의 무조건적인 원조를 받아낼 수 있는 핵심 수단이며, 내부적인 정치적 제약으로 인해 제기능을 할 수 없는 북한 경제를 개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의 생존에 중요하다.
북한의 핵공갈은 아주 잘 먹혀왔다. 최근의 협상만 봐도 된다. 북한은 핵 개발을 늦추는데 합의하는 대가로 조건없는 대규모의 원조를 얻어냈다. 북한은 핵 무장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덕에 협상을 해서 원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므로 비핵화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당근만 쓸모가 없는게 아니다. 채찍도 마찬가지이다. 외부의 압박과 국제 제재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김씨 정권이 끝난 이후에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된다면 정권 교체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작전에 필요한 인적, 물적 대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클 수도 있다.
중국이 제제 체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므로 제제도 실패할 것이다. 중국이 성실하게 협조한다 하더라도 주로 희생될 것은 북한인들인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생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제재조치는 북한 정권의 정책 변경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단지 수많은 북한 농민들의 죽음만 가져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와 같은 압박이 혁명을 불러올 수 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백만에서 2백만명이 굶주림으로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만약 압박이 가해진다면 북한 정권은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척 하면서 또 다시 원조를 얻어내기 시작할 것이며 우리는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들에게 제재조치란 유권자들에게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제재조치는 완전히 실패했으며 아마도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다.
유일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정권이 내재된 무능력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북한 외교관들은 그들의 현재 목표가 핵무기를 제한하는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북한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플루토늄과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계속 유지하는 대신 핵 계획을 동결하고,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투발 수단을 개량하는 것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은 그 댓가로 정기적인 식량원조와 2기의 경수로라는 당근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해결책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핵비확산조약에서 탈퇴하여 성공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길로 나간 유일한 국가이다. 만약 북한이 처벌을 받지 않고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다른 불량 국가들도 이 길을 따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많은 정치인들은 북한이 이런 작은 조치를 취하는 것에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에 극단적인 불쾌감을 느끼진 않더라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기생충 같은 공갈꾼(parasitic blackmailer)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란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두개의 나쁜 것 중에서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핵 문제에 대한 타협이 실제로 덜 나쁜 것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무얼 하던지 간에, 북한의 핵 계획은 최소한 김씨 왕조가 북한의 통치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북한의 핵 계획은 갈수록 발전하고 위험해 질 것이다. 지난 수년간 북한의 핵 기술자들은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라늄 계획은 통제하고 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서 미국에게 더 높은 가격에 흥정을 할 수가 있으므로 개발에 나섰을 것이다.(실제로 우라늄 계획은 시작 단계에서 부터 가치를 빨리 높일 수 있는 수출 품목으로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원조와 교환하기 위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만을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고집해 나가다면 우리는 북한의 핵 계획이 계속해서 확대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이 시리아와 미얀마에서 벌인 모험에서 드러난 것 처럼 확산될 위험도 존재한다.
조만간에 미국은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은 포기하지 않은 채로 핵 계획을 동결할 뜻을 보이는데 대해서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정상적인 “보상”을 해 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공식 발표에서는 궁극적인 비핵화에 대한 공약이 요란하게 강조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거래가 금방 이루어 지지는 않겠지만, 만약 김씨 일가가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이상 북한의 권좌에 남아있게 된다면 이렇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타협을 마지 못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의 핵 협상은 여기에 참여한 미국측 관계자들이 아직 깨닫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실상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작은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정말 북한의 핵은 최고, 최악, 최흉의 난이도를 가진 문제로군요. 누구도 (절대)인정하기 힘들고, 억지로 풀 수도 없고, 힌트가 될 중국은 뒷짐을 지고 있으니...아니 뒷짐 외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겠지만 말이죠.
답글삭제최소한 책임을 가진 인물들이 입조심을 하면 덜 짜증날 것 같습니다.
삭제정치권에서 외교, 또는 북한 문제가 그리 커다란 이슈거리가 못되다 보니 전 정권의 역적들이 슬슬 입을 싹 씻고 싶어하는 모양인데..
답글삭제최소한의 반성이라도 해 줬으면 싶습니다. 책임있는 성인이라면 말이죠.
예. 저도 이종석 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실수나 한계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하고 거기서 뭔가를 찾으려 한다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밥그릇 문제는 물론 위신의 문제도 있으니 말입니다.
삭제받아들이긴 굉장히 불편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분석이군요... 쩝
답글삭제장기적으로는 남한도 핵무장을 심각히 고려해야하는게 아닌가 싶군요. 어차피 남들도 다 할거라면 먼저 저질러버리는게 낳으니. 다만 제가 살아있는 동안 그런 아수라장이 벌어지진 않길 바랄 뿐.
우리가 어떤 대응방식을 취해야 할지는 정말 골치아픈 문제같습니다. 인용한 글이야 미국 같은 강대국의 입장을 고려하고 쓴 것이니 "그냥 무시하고 시간에 맞기지?" 하는 이야길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일단 한국에서는 그냥 손 놓고 있자고 하면 정치적으로도 안좋은 소릴 듣기가 딱 좋지요. 그렇다고 뭔가 주도적으로 취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찮아 보이고;;;;
삭제별로 좋은 분석은 못된다고 봅니다....
답글삭제예를 들어...
<span>북한의 핵 능력은 평양의 지도층이 사담 후세인이나 무암마르 카다피와 같은 비참한 운명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해 주는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span>
라고 하고 있는데 정작 후세인의 경우 핵에 대한 의구심이 오히려 정권 몰락의 구실이 되고 말았지요... 만약 2002년도 당시에 후세인이 핵에 대한 의구심을 부정하지 않고 더욱 판돈을 올리는 공갈을 때렸다면 과연 그게 '이미 후세인을 제거하기로 작정한' 미국넘들에 대한 억지력이 되었을까? 를 생각한다면 사실 답은 뻔히 나오는 이야기일 듯 합니다...
카다피의 핵포기가 카다피정권의 유지에 도움이 안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리아의 경우에는 핵이 있건 말건 서방의 적극적인 개입 같은 건 1년이 넘도록 없지요... 애초에 서방의 적극적 개입을 막는 동기라는 것을 '핵'에만 촛점을 맞추는 것 자체가 분석으로서는 무리수.
그것 뿐만이 아니지요...
<span>미국이 무얼 하던지 간에, 북한의 핵 계획은 최소한 김씨 왕조가 북한의 통치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span>
라고 '절대적인 기준선인 양'써놓고는 바로 두 줄 아래에
<span>우라늄 계획은 통제하고 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서 미국에게 더 높은 가격에 흥정을 할 수가 있으므로 개발에 나섰을 것이다.</span>
라는 식으로 '거래가능한 대상'으로 표현을 하고 있고...
<span>만약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만을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고집해 나가다면 우리는 북한의 핵 계획이 계속해서 확대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span>
라고 써놓았는데 이건 마치 내리막에서 폭주하는 열차에 제동을 걸어도 제동이 잘 안먹히는 걸 가지고 마치 '제동을 걸었으니 열차가 더 폭주하지 않느냐?'라는 엽기상큼한 지적을 날린 듯한 모양새입니다....
분석가의 글은 잠꼬대를 해도 분석으로 취급받는 모양인 듯 합니다.... 물론 글의 내심은 다음의 딱 한 문장일 듯...
<span>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도록 내버려 두자. (북한만 핵을 가진 상황이 북한에는 최고의상황이니까...)</span>
저건 현실주의가 아니죠... 현실의 악랄한 왜곡일 뿐....
제가 보기엔 란코프의 글이 비교적 핵심을 잘 짚은 것 같습니다.
삭제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란코프는 미국이 무력을 행사할 의도가 별로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지적이 중요하지요. 클린턴 행정부 이후 협상-별 효과 없는 제재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 이게 별 효과가 없었다는게 경험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무력 사용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닌데 사실 이것은 한국이 중간에 끼어 있어서 더욱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란코프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도록 내버려 두자는 것은 무력을 사용할 의도도 없는 상황에서 협상-제재를 반복하면서 북한에게 놀아난 꼴이 되었으니 차라리 무시하는 전략을 쓰자는 것으로 읽힙니다. 란코프가 이 글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지지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필자는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의도도 없으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모순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저는 이런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적인 것은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