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일 일요일

『패튼과 롬멜』, (일조각, 2012)

얼마전 일조각에서 2차세계대전에 대한 책을 새로 출간했습니다.『패튼과 롬멜 : 현대 기동전의 두 영웅』(원제 : Patton And Rommel: Men of War in the Twentieth Century) 입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황규만 장군은『롬멜 전사록』을 번역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이 책이 번역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지는 조금 됐는데 출판사의 내부 사정으로 출간이 지연되어 올해에 출간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어판의 부제는 ‘현대 기동전의 두 영웅’인데 상당히 잘 지은 제목 같습니다.

데니스 쇼월터Dennis ShowalterTannenberg: Clash of Empires 1914등으로 유명한 군사사가로 근대 독일군사사를 연구하는 연구자입니다. 『패튼과 롬멜』은 두 군인의 출생에서 최후까지를 연대기 적으로 따라가면서 관련된 역사ㆍ사회적 배경을 함께 서술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 쇼월터는 상당히 괜찮은 실력을 보여줍니다. 제목에서 잘 나타나는 것 처럼 패튼과 롬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강하지만 두 인물의 과오에 대한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어 상당히 좋은 개설서라고 생각이 됩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이 책은 개설서입니다. 미국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들에게 친숙한 패튼과  롬멜이라는 두 인물을 선정하고 이들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미국과 독일의 군사제도ㆍ군사문화에 대한 비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전혀 다른 독일의 군사제도와 군사문화를 비교하여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양쪽 모두에 익숙치 않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의 서술 방식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는 것도 좋겠군요. 저자가 독일 군사사연구자인 만큼 그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롬멜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예로 들어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롬멜이 군대에 입대하는 부분에서는 그 당시 독일의 장교임관제도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1차대전 초기 전역에서는 독일의 동원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짚고 넘어갑니다. 다시 1차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바이마르 공화국 초기 군대의 혼란과 군사제도 개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인물들이 겪는 사건마다 관련된 문제에 대한 해설을 곁들임으로서 설명이 필요한 내용을 별도의 주석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서술을 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료 출처 정도는 주석으로 달아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리고 마찬가지로 패튼에 대한 서술을 하는 부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독자는 미국과 독일의 군사제도ㆍ군사문화를 비교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패튼과 롬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우호적인 시각은 롬멜에 대한 서술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단순히 긍정적인 평가로만 일관하지는 않습니다. 롬멜에 대한 서술에서는 독일 군사사학계의 비판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영국군의 십자군 작전 당시 롬멜의 지휘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합니다. 특히 롬멜에 대한 비판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급제대 지휘관으로서의 시야 부족이 아프리카 전역 초기 문제점으로 작용했음을 지적합니다. 물론 롬멜에 대한 모든 비판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토브룩 공격 당시 제5경사단장 슈트라이히Johannes Streich와의 갈등에 대한 유명한 일화에서는 슈트라이히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역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1944년 초 서부전선의 기갑사단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히틀러의 우유부단함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패튼에 대한 서술도 롬멜과 비슷하게 우호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명백한 결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패튼의 인격적인 결함을 자주 지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군요. 물론 패튼의 가장 큰 실책이라 할 수 있는 M-26 도입과정의 판단착오 역시 빠지지 않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번역판의 문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편집과 교열을 담당하신 분이 상당히 실력이 좋으신 분 같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황규만 장군이 이전에 번역했던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더 읽기 편하게 윤문이 되어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약간의 사소한 오류와 오탈자가 있으며 몇몇 군사용어의 경우 약간 어색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군사용어, 특히 독일군과 관련된 군사용어의 대부분은 아직 표준화된 한국어 용례가 없으므로 어쩔수 없긴 합니다.

상당히 좋은 개설서여서 국내의 반응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개설서들이 꾸준히 출간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