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일 월요일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 1

이번 토요일(9월 29일)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본관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항공기 소장 규모로 따지면 버지니아주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분관,  Steven F. Udvar-Hazy Center가 훨씬 더 방대합니다만 일단은 본관부터 가는게 좋겠더군요. 워낙 유명한 박물관이니 제 개인적으로 흥미있었던 전시물만 간략히 올려 봅니다.

박물관에 처음 들어가자 제 눈을 잡아끈 것은 냉전의 상징중 하나인 퍼싱 미사일과 SS-20 이었습니다. 냉전이 끝나서인지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세계최초로 음속의 벽을 넘은 항공기, X-1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렸을 때 The Right Stuff를 매우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기억에 아주 강렬히 남은 기체였는데 이렇게 구경을 하니 재미있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군용비행기들이 가장 관심있었습니다. 항공기술에 한 획을 그은 민간항공기들도 흥미로운 물건들이지만 아무래도 군용기만큼은 아니더군요. 1층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물은 바로 Me 262였습니다. 프로펠러 전투기들에게 얻어터지는 등 체면을 좀 구기긴 했어도 제트기 시대를 연 역사적인 전투기 아니겠습니까.

글자 그대로 역사적인 항공기, Me 262 

라이벌이 될 뻔한 P-80은 바로 옆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P-80

Me 262 보다 좀 세련되게 생긴것 같긴 한데 박력은 한참 모자랍니다.

이밖의 1차대전과 2차대전 관련 전시물은 2층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차대전 전시실은 매우 재미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무성영화시대에 크게 히트했던 1차대전 공중전 영화에 대한 전시물이 입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이런 구상을 한 담당자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 같더군요.

화면 구석에 익숙한 무엇인가가 보이실 겁니다
전시물은 공간 문제때문인지 단좌전투기 중심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이것 때문에 별관이 따로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SPAD S.XIII
SPAD S.XIII 사진 한장 더. AEF 소속 기체로 도장되어 있더군요
1차대전 단좌전투기 중 가장 귀여운(?) 외형을 가진 Albatros D.Va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 한 장 더
개인적으로는 1차대전 전투기 중 가장 좋아하는 Fokker D.VII
Fokker D.VII 한장 더
Sopwith 7F.1 Snipe
항공기 외에도 매우 재미있는 전시가 많았습니다. 각 전시관이 다루는 시대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에 나오는 것 처럼 독일의 전시총동원체제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설치한다던가 하는 등.

머리카락을 원자재(!)로 내놓는 독일 여성. 표정이 리얼합니다?
2차대전관 역시 단좌전투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체인 Bf 109라던가 스핏파이어, P-51등 시대를 대표할만한 기종들 위주였는데 이탈리아의 Macchi C.202는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Spitfire HF. Mk. VIIc
Bf109 G-6
좋아하는 비행기니까 한 장 더
스미스소니언에 전시된 Bf 109에 얽힌 사연은 꽤 재미있습니다. 알자스 출신의 독일군 조종사가 탈영하면서 입수한 기체라는군요. 제가 5년전 포스팅에서 인용한 글에서 잘 지적했듯 알자스-로렌 지역은 근대 이후 프랑스라는 정체성이 더 강한지역이어서 독일에겐 계륵같은 존재였지요. 이 비행기에도 그런 사연이 있다니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やられメカ.....
Macchi C.202. 솔직히 이 비행기가 여기에 전시될 가치가 있는지는 좀;;;;
그리고 재미있는게 2차대전관으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진주만 기습을 묘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더군요.

Day of Infamy
飛虎隊 두목 셴놀트가 소장 시절 썼다는 철모
DC3은 C-47도 되니 군용기로 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스미스소니언이 미국 박물관이다 싶었던 것은 바로 해군항공대를 위해서 전시관을 하나 따로 뒀다는 점이었습니다.


FM-1(F4F)
FM-1 한장 더
SBD Dauntless
SBD Dauntless. 뒷쪽에서 한장 더
1930년대 미육군항공대와 미해군항공대의 주력전투기였던 F4B

이 전시관은 항공모함 함교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한쪽에는 정말 함교와 같은 느낌을 주도록 대형화면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함재기들이 착륙하는 모습을 잠깐 구경했는데 참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엔터프라이즈의 1/100 모형도 상당히 재미있는 전시물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72인가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다음으로는 특별전시실에서 해병항공대 100년 기념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올리도록 하지요.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 무인항공기들도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우주개발에 대한 전시물은 제 주된 관심사에서 약간 비껴나 있긴 합니다만 로켓 발전사의 일환으로 V-1과 V-2가 있으니 간단히 사진을 올려놓지요. 이 포스팅은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다음번 포스팅은 미해병항공대 100년사 특별전시전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