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Panzer Krieg Vol 1. German Armoured Operations at Stalingrad

제이슨 마크(Jason D. Mark)의 신작 Panzer Krieg Vol 1. German Armoured Operations at Stalingrad를 막 받아서 훑어보는 중 입니다. 이 책은 원래 Stalingrad: Graveyard of the Panzers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가 집필 과정에서 훨씬 터프한(!!!)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Panzer Kreig은 103전차대대, 129전차대대, 160전차대대 등 1942년 하계공세 당시 독일군 차량화보병사단에 배속되었던 전차대대들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제이슨 마크가 기존에 냈던 다른 책들과 동일합니다. 현존하는 1차 사료와 증언 구술자료를 극한으로 활용한 미시적인 서술이 이 저작의 특징입니다. 특히 각 부대의 '최후의 생존자'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마크의 저작에서 일관적으로 다루는 내용이지만 읽는 이들에게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겨줍니다.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는 각 대대별 가동 전차 현황표는 제이슨 마크의 치밀한 연구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NARA에 소장된 독일군 노획문서 사본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하루 단위의 전차 보유 변동을 추적하는데서 읽는이를 완전히 압도합니다. 현 시점에서 입수 가능한 야전군, 군단, 사단의 문서를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것을 주석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43년 이후 독일군 기갑사단에 대해 비슷한 시도를 했던 Kamen Nevenkin의 Fire Brigades: The Panzer Divisions 1943 - 1945가 기갑총감부 문서철 단 하나만을 활용해서 월별 통계를 정리하는데 그쳤다는 점을 상기하면 비록 시간적 범위는 짧을지언정 제이슨 마크가 연구에 투입한 노력이 얼마나 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A4판형으로 전작들에 비해 훨씬 커졌다는 것을 꼽겠습니다. Leaping Horseman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은 고급종이를 써서 책이 무거운게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판형도 그냥 들고 보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책장에 꽃아 넣는 것도 일이로군요. 물론 책에 수록된 수많은 기록사진들을 생각하면 판형이 커진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훌륭한 연구입니다. 앞으로도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인용하게 될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Kez Panzersaurus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

Kez Panzersaurus님께.

오래전에 올린 포스팅은 댓글이 달려도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답변이 늦었습니다.

먼저 503중전차대대 122호차의 경우 독일어판도 본문과 부록 도표의 내용이 차이가 있는데 도표쪽의 편집 착오로 판단됩니다.(독일어판의 122호차 관련 내용은 118쪽에 있습니다.) 

친위대 102중전차대대의 231호 티거의 경우 독어판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영문판은 못 봤는데 영문판의 도표가 오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해당 글에도 답을 달아 놓았습니다.

2017년 12월 14일 목요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상평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 나니 굉장히 불쾌하군요.

클래식 에피소드를 존중하기 보다는 뒷방 늙은이 취급하며 치워버리려는 불쾌한 작품입니다. 이야기가 파격적으로 전개되는 점은 괜찮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가 주는 불쾌감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세계를 구축해 뽕을 뽑겠다는 역겨운 악취가 스크린을 뚫고 풍겨옵니다. 조지 루카스는 감독으로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창조자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라스트 제다이를 제국의 역습에 비교해 추어올리는 평도 있는데 저는 그런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깨어난 포스에서 잔뜩 던져놓았던 떡밥들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대충 덮고 넘어가는 전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영화 본편에서 설명하지 못할 떡밥이라면 애초에 던지지 말았어야죠.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은 클래식 트릴로지의 파편들입니다. 이것 만으로도 극장에 가서 볼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두 번 볼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

2017년 12월 4일 월요일

신속한 지뢰 제거 방법


다부동을 쳐들어가야 하겠는데 그곳으로 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적들은 길에다 지뢰를 촘촘히 묻어놓았다. 공병이 없었기에 우리는 어쩔수 없었다. 하여 나무를 찍어다가 길을 가로막아놓았다. 이때 찌프차 한대가 오더니 꺽다리 쏘련 군관이 내렸다. 그는 번역을 통해 막아놓은 나무를 치우라고 야단을 쳤다. 지뢰가 많아 그리로 못간다고 하자 그는 권총을 들이대면서 당장 치우라고 윽박질렀다. 

"죽고싶으면 가거라!" 

하는수 없어 우리는 나무를 치웠다. 하지만 그 쏘련 군관이 탄 차는 얼마 가지 못하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날아갔다.

낙동강 전투 당시 북한군 6사단 정찰중대 중대장대리였던 김리정의 증언
연변조선족자치주 문사자료위원회 편, 『돌아보는 력사』 (료녕민족출판사, 2002), 185쪽.

※전쟁이 끝나고 수십년이 지난 뒤 회고한 내용이기 때문에 구술자의 증언에 약간의 오류가 있습니다. 중국군 출신자로 편성된 북한군 제6사단은 낙동강 전투 당시 마산 방면에 투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