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2일 일요일

어떤 "민주화"

1945년 8월, 중소우호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던 중 있었던 일화랍니다. 협정문에 대한 논의가 오가던 중 이런 일이 있었다는군요.

중국 공산당 문제에 대해서 중요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우호동맹조약 초안의 1조에서 소련은 국민당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정부로서 지지할 것을 서약하고 있었는데 스탈린은 여기에 한 구절을 더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국민당 정부가 “중국의 국가적 통합과 민주화”를 이행하는 것을 소련 정부가 확인한 이후에 (1조를 이행한다) 는 것이었다. 이것은 국민당 정부가 공산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조장하기 위한 스탈린의 노력이었다. 중국 대표단은 이 조건을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스탈린은 이렇게 되물었다. “여러분은 중국을 민주화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겁니까?”

쑹[쯔원, 宋子文]은 그러한 통고는 중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스탈린은 이렇게 해명했다. “만약 국민당 정부가 공산당을 계속해서 탄압한다면 우리가 중국 정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간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당이 계속 공산당과 싸운다면 우리가 여러분을 진심으로 지지하기가 어려워 질 것 입니다.” 결국 스탈린은 포기하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양보를 했습니다. 중국의 공산당원들은 우리를 저주하겠지요.” 스탈린은 이 문제에 있어 크게 양보했지만 양측은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Tsuyoshi Hasegawa, Racing the Enemy : Stalin, Truman, and the Surrender of Japan, (Harvard University Press, 2005), pp.224~225

사실 제가 쑹쯔원이라 해도 저런 식의 민주화는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ㅋㅋㅋ


댓글 6개:

  1. 결국 정말 제대로 "민주화" 당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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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라프9:14 오후

    맙소사.; 사람들이 민주화당했다 민주화당했다 하는 식으로 말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민주화'란 단어가 저런 식으로 쓰인 실제 사례가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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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탈린이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면 정말 소름이 돋죠;;;;; 스탈린이 민주화 한다고 죽인 사람들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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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장효과12:52 오후

     스탈린이 민주화를 이야기...(어이가 가출) 최근에 본 어떤 연설문하고도 교묘하게 매칭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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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 발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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