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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월요일

미군과 독일군 장비의 비교 평가에 관한 미 제2기갑사단장의 보고서 - 1

몇년 전에 “높은 분들은 잘 몰라요” 라는 포스팅을 했었지요. 여기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미군과 독일군 전차의 성능격차는 너무 심각한 것이어서 미국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여서 미군 수뇌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였지요. 해당 포스팅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급기야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제2기갑사단장 화이트Issac D. White 준장과 제3기갑사단장 로즈Maurice Rose소장에게 해당 문제를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뭐 이미 전쟁은 다 끝난 시점이에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는게 크게 중요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2기갑사단장 화이트 준장의 보고서는 널리 알려져서 오늘날 미군과 독일군 기갑장비의 성능격차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보고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초급장교와 사병들의 경험담이고 대대장급 이상 장교들의 견해는 별로 인용되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미국 국내의 여론과 군 수뇌부의 여론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계급별로 관점이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화이트 장군의 보고서에 실린 증언들을 계급별로 정리해서 비교해 보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아이젠하워의 서한과 화이트 장군의 보고서를 올려봅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기념관에 들렀을 때 원본을 잠깐 구경한 일이 있는데 다른 문서들을 먼저 촬영해야 했고 원본의 상태도 별로라서 촬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래된 문서이다 보니 알아보기 힘든 글자가 더러 있더군요. 그 대신 Merriam Press에서 간행한 판본을 사용했습니다. 이 판본은 편집자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들을 고쳐 넣었습니다.  



연합원정군 최고사령부 최고사령관실 
Supreme Headquarters Allied Expeditionary Force, Office of the Supreme Commander 


1945년 3월 18일

화이트 장군에게. 

몇몇 기자들은 우리 장병들이 아군 전차가 독일군 전차 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그 출처가 우리 전차 부대의 부사관들이라는 소식을 종종 접하고 있소. 이런 발언을 하는 자들 중 일부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이름을 알려보려는 인간의 성향에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오. 그리고 몇몇 기자들은 아군의 전차가 독일군 전차 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것을 뒷받침 하는 발언들만 골라서 보도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오. 

본인이 기갑부대의 초급 장교들과 사병들과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소.
우리 장병들은 전반적으로 셔먼이 판터와의 정면 대결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소. 현재 셔먼의 화력과 방어력으로는 판터와 정면 승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오. 반면 대부분의 장병들은 우리가 대양을 건너 전차를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다루기 힘든 중전차는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소. 또한 아군의 전차는 신뢰성이 높으며, 기동성이 양호하고, 주포의 화력도 크게 개선되었다는 의견이오. 또한 대부분의 장병들은 기습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판터 전차가 선제사격을 3~4발 가하기 이전에 판터를 발견하면 아군의 숫적인 우위를 이용해서 판터를 격파할 수 있는 전술을 개발했소. 그리고 대다수의 장병들은 판터나 티거와의 정면 승부도 해 볼 수 있는 개량된 전차를 보유하게 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단지 일반적인 대화를 통해 얻은 인식일 뿐이오. 본인은 장군과 제3기갑사단의 로즈 장군에게 가능한 빨리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정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는 바이오. (a) 아군의 장비가 장거리 수송을 통해 전장에 배치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아군의 기갑 장비와 독일군의 기갑 장비에 대해 평가해 주시오. (b) 90mm 주포를 장착한 신형 T-26 전차가 동등한 조건에서 판터와 교전했을 때의 성능에 대해 평가해 주시오. (c) 귀하가 지휘하는 부대의 전차장, 조종수, 포수, 그 외의 승무원들에 전반적인 내용을 조사한 뒤 그것을 요약해 주시오.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모본부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처럼 자세히 할 필요는 없소.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부사관들의 의견을 취합할 수 있다면 전쟁부에 아군과 독일군의 기갑장비의 비교 평가에 대해 보고할때 오해를 유발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본인의 목적에 도움이 될 것이오. 

답장을 보낼때는 봉투 겉면에 “사신(私信)”이라고 쓰시오. 

이만.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미육군 제2기갑사단장 아이작 D. 화이트 준장에게. 

추신 : 반궤도차량, 경전차, 트럭, 야포, 바주카포, 피복류와 같이 (중형)전차를 제외한 장비를 비교한 정보도 보내주면 유용할 것이오. 

Issac D. White(Major General, Commanding General 2nd Armored Division), United States vs. German Equipmet, (Merriam Press, 2011), pp.7~8


아이젠하워의 서한은 당시 미국 국내의 여론을 의식한 것 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노르망디 전역 당시 부터 독일군과 미군 기갑장비의 성능 격차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물론 아이젠하워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지만요.) 여기에 대한 화이트 장군의 답신은 아이젠하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듯 해서 꽤 흥미롭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성능 격차는 인정하되 전반적으로 미군 장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려는게 눈에 띕니다.


제252군사우체국A.P.O. 252

1945년 3월 20일

연합원정군 최고사령관 귀하.

아이젠하워 장군께.

1945년  3월 18일에 요청하신바와 같이 아군의 전차와 그 밖의 장비들을 독일군 장비와 비교한 결과를 본인이 평가한 것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이와 별도로 경험이 풍부한 장교와 사병들의 의견을 요약한 문서를 첨부합니다. 본인은 장교와 사병들의 견해를 매우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교와 사병들이 실제로 발언한 내용들을 여러건 인용했습니다. 미군 장병들은 전통적으로 급식, 피복, 그리고 장비의 부족함에 대해 지적할 기회가 있으면 매우 적극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본인은 장병들이 진지하게 근거를 가지고, 해당 문제에 대해 상당히 깊은 생각과 지식을 가지고 지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지적이 참신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병들의 의견은 하나도 수정하지 않았으며 지휘부의 견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레네이드Grenade” 작전 당시 M4A3E8이 더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면 전차병들의 불만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배치된 M4A3E8은 두세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레네이드” 작전 당시 우리 사단에 배치된 전차 중에서 76mm포를 탑재한 것은 전체의 29%에 불과했으며 HVAP탄은 전차 한 대당 네 발 밖에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레네이드” 작전 기간 중 소모한 HVAP탄을 재보급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76mm포는 HVAP탄을 사용했을때 조차 독일 전차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야 하는 교전거리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목록에 있는 장비들에 대한 본인의 개인적인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투장비
주요 전투 장비들은 기계적인 관점에서 볼때 신뢰할 만 하며 특히 M24 경전차, M4A3E8 중형전차, M26 중형전차의 현가장치의 신뢰성이 높습니다. 장갑을 더 강화한다면 속도와 기동성을 저하시킬 것이며 속도와 기동성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희생할 수는 없습니다. 아군 전차의 주무장은 조준 장치까지 포함했을때 독일군 전차의 주무장에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경전차 : M5 경전차는 최대한 빨리 M24 경전차로 교체해야 합니다. M24 경전차는 모든 측면에서 크게 만족스럽습니다. 주포와 조준장치, 탄약을 개선하는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M5 경전차는 전투용 차량으로서 완전히 구식화 되었습니다. 

중형전차 : M4A3E8 전차는 독일군이 보유한 모든 전차와 비교했을때 속도와 기동성 면에서 대등합니다. 76mm 주포는 HVAP탄을 충분히 보급받는다고 가정했을때 만족할 만 합니다. 76mm 주포를 독일군의 장포신 75mm포와 비슷한, 포구제퇴기가 달리고 포구초속 3400~3500피트 정도의 장포신으로 교체한다면 M4A3E8 전차는 독일군이 보유한 어떠한 전차라도 대등하게 교전할 수 있을 것 입니다. 

M26 중형전차는 아직 우리 사단에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달리 평가할 수 없습니다. 90mm 주포를 탑재한 M36 구축전차를 운용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M26 전차에 HVAP탄을 지급할 경우 매우 우수한 전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사단에 M26 전차가 빨리 배치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구축전차 : M36 구축전차의 성능은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하지만 HVAP탄을 사용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이 될 것 입니다. 이 차량은 전투실 구조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하며 현재 사용가능한 탄은 장거리에서 효과가 없습니다. 

105mm포 탑재 M4A3E8 돌격전차 : 이 전차는 목적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장비입니다. 포탑에 동력식 선회장치Power Traverse를 장착해야 합니다. 

M8 장갑차 : 이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해 영국군에 공여한 “스태그하운드” 보다 성능이 떨어집니다. 궤도식 정찰 차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M8은 실전에서 독일군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장갑차 보다 우수했습니다.  

반궤도차량 : 아군의 반궤도차량은 독일군이 사용하는 어떤 반궤도 차량보다도 우수합니다. M3을 제외한 다른 반궤도차량은 간소화를 위해 퇴역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M3은 반궤도차량에 부여된 모든 임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범용 차량 : 우리 사단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차량은 다른 군대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차량보다 우수합니다. 2½톤 6륜 트럭과 ¼톤 4륜 트럭은 이번 전쟁에 사용된 차량 중에서 단연 으뜸입니다. 

박격포 : 독일군의 박격포와 비교했을때 대등하거나 우수합니다. 기갑부대에서는 일반적으로 박격포를 차량에 탑재한 상태에서 사격하고 있으며 사정거리가 중요하고 박격포의 무게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120mm 정도의 대구경 박격포가 필요합니다. M5 경전차를 자주박격포로 개조하는 것을 검토해 봐야 합니다. 

소화기 : 미군의 모든 소화기는 정확성과 신뢰성에서 우수하며 특히 기관단총과 0.50구경 기관총이 우수합니다. 실전에서 기관단총을 써본 병사들은 카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주카포 : 독일군이 사용하는 바주카포는 관통력과 파괴력이 높아 아군의 것 보다 우수합니다. 또한 독일군의 바주카포는 훨씬 정확하고 유효사거리도 깁니다. 판처파우스트는 매우 효율적이며 운용하는것도 간단한 무기입니다. 판처파우스트는 전차는 물론 대인용으로도 매우 효율적입니다. 우리 보병과 수색부대는 노획한 독일군의 바주카포를 사용하고 있으며 독일군의 바주카포를 매우 신뢰하고 있습니다. 독일제 바주카포는 차량으로 수송하기 때문에 미제 바주카포 보다 무겁긴 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급품
현재 유럽전구에 지급된 군복과 기타 보급품은 정상적인 기상 조건과 지형 조건에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동계피복은 충분하며 제때 부대에 보급되었습니다. 품질이 일정하지 못한 것은 좋지 않아 보이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아군의 피복은 연합군이나 적군의 피복 보다 월등히 우수합니다.
다음과 같이 디자인이나 재질을 변경하거나 승인하에 다른 품목으로 대체한다면 기갑 부대에 유용할 것입니다. 

겨울용 야전상의 : 이 품목은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특히 전차병들이 선호합니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품질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외피의 재질은 M1943 야전상의와 동일한 것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안감은 현재 상태가 좋습니다. 니트로 된 허리 조임끈은 없애는 것이 좋으며 그 대신 니트로 된 허리띠 형식의 조임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맷동은 외피 안쪽에 니트로 된 바람막이용 안감을 댄 형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용 바지 :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야전상의의 외피 재질을 바꾼다면 바지의 외피 재질도 함께 바꾸는 것이 좋을것입니다. 

(나일론) 판초 : 나일론 판초는 매우 내구성이 좋으며 품질도 만족스럽고 디자인도 좋습니다. 하차보병의 우의는 매우 불평이 많았기 때문에 교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투화 : 가죽의 부드러운 면을 외피로 바꾼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울 것 입니다. 

외투 : 장갑차량의 승무원들은 외투가 너무 크고 수납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커너Mackinaw식 외투가 더 실용적입니다. 

군모 : 철모를 쓸 필요가 없을때도 착용할 수 있는 철모의 안쪽에 쓸 수 있는 모자나 베레모, 또는 모양새가 좋은 모자를 지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지급된 모자들은 만족스럽지가 못하고 철모와 함께 착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소형 천막 : 형편없습니다. 비가 새고 색이 잘 바래며 쉽게 찢어집니다. 

침낭 : 모든 측면에서 크게 만족스럽습니다. 

우리 사단의 장교와 병사들의 증언보다는 위에서 본인이 평가한 내용이 우리 사단의 장병들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더 잘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사단의 모든 장교 및 사병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면 병사들의 증언과 본인의 평가에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군의 전차포와 대전차포가 필요한 교전 거리에서 적의 전차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사실이며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아군 전차포의 부족한 점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러울 정도로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요한 사안들에 관해서 장군께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ibid., pp. 9~13


전차의 성능 격차에 대한 언급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 이지만 보병용 대전차화기에 대한 언급도 재미있습니다. “2차대전기 미영 연합군의 전차 손실에 대한 통계 : Survey of Allied Tank Casualities in World War II”에서 잠깐 언급한 것 처럼 독일군의 보병용 대전차화기의 성능은 연합군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겨줬는데 화이트 장군도 이점을 빼놓지 않는군요.  몇몇 장비에 대한 평가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M3 반궤도 장갑차가 Sd.kfz 251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2014년 3월 27일 목요일

기갑총감부 보고서 "노르망디 전선에서의 대전차전 경험"

독일육군 기갑총감부 문서 중에서 1944년 6월 25일에 작성된 “노르망디 전선에서의 대전차전 경험Erfahrungen der Panzer-Bekämpfung an der Invasionfront Normandie”라는 문건은 1944년 6월 6일 부터 6월 24일까지 독일군이 미영연합군의 기갑부대를 상대하면서 얻은 경험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1) 독일군의 정보분석에 대한 문제점과 미영연합군의 기갑전력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문서입니다. 이 문서는 7월 5일에 작성된 다른 문서의 부록인데 해당 폴더에 원문서는 없어서 이 문서만 인용합니다.

이 보고서의 서두에서는 노르망디 전역 초기에 독일군의 야전 부대들이 연합군 기갑장비들을 식별하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주된 이유는 노르망디에 배치되었거나 증원된 부대들이 전차식별에 필요한 정보자료를 제대로 보유하지 못했거나 오래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정보 때문에 연합군의 기갑장비에 대해 과장되거나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어 전차공포증Panzerschreck에 걸릴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로 연합군 포로로 부터 획득하는 정보가 늘어나면서 이것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합니다.2)

이 보고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연합군의 기갑장비 및 대전차화기에 대한 평가

이 보고서는 6월의 교전을 통해 새롭게 파악한 연합군의 전차가 크롬웰 순항전차와 M4A4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셔먼에 대해서는 “서방의 T-34(T-34 des Westen)”라고 칭하고 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입니다. M4A4에 대해서는 기존의 셔먼과 달리 58구경 76.2mm포가 주무장이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M4A4 중에 많은 수가 파이어플라이로 개조되었다 보니 모든 M4A4가 17파운드포를 탑재한 것으로 혼동한 모양입니다. 또한 신형 셔먼의 장갑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75mm포의 경우는 원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으며 50mm포도 근거리에서 관통이 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3)
크롬웰 순항전차에 대해서는 포탑은 처칠 보병전차와 유사하고 차체 및 전반적 형태는 크루세이더 전차와 유사한 혼종Kreuzung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크루세이더 전차 보다는 장갑이 강화되었지만 처칠 보다는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크롬웰은 50mm급 이상의 화기라면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처칠 보병전차에 비해 공격이 쉽다고 평가합니다.4)

M4A4와 크롬웰 순항전차를 제외한 차종은 이미 정보가 있기 때문인지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M5 경전차에 대해서는 별칭이 코만도Commando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칠 보병전차의 경우는 공병전차AVRE, Armoured Vehicle Royal Engineers로 개조된 차량에 대해 특기하고 있습니다. 테트라크 공수전차는 장갑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20mm 대공포로 상대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군이 M6 중전차를 노르망디에 투입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면서 추후에 전장에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투입하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M6 중전차에 대해서는 드레드노트라는 별칭을 붙이고 있는데 정보 출처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영연합군이 M3 그랜트나 발렌타인 같은 구식 전차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특기하고 있습니다.5) 구식전차를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은 전쟁 말기까지 온갖 잡다한 차종을 사용하던 독일군의 입장에서 특이하게 생각됐을 수도 있겠습니다.

대전차포 중에서는 영국군의 6파운드 대전차포(독일군은 5,7cm Pak L/70으로 호칭)와 3인치 대전차포(독일군은 7.62mm Pak Mk.I L/52로 호칭) 두 종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6파운드 대전차포의 성능은 독일군의 중전차를 격파하기에 부족하지만 교전거리가 짧은 노르망디 지역의 특성상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군의 3인치 대전차포에 대해서는 Pak40과 관통력이 비슷하지만 포 자체의 무게가 무거워서 전술적인 기동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한편 연합군에 92mm 대전차포가 있다는 정보에 대해서는 대공포를 대전차포로 오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6)


2. 연합군의 전술에 대한 평가

연합군의 기갑전술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습니다. 독일군은 미영연합군이 시칠리아와 이탈리아에서 실행한 상륙작전과는 다르게 초기에 보병과 함께 전차를 상륙시킨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륙 제1진으로 투입된 영국군 전차들이 상륙하자 마자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해 보병의 지원도 받지 않고 독일군의 화점이나 저항거점을 공격한 것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화점과 저항거점을 대전차지뢰와 대전차호 같은 거부수단으로 보강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7)

연합군의 기갑전술에 관한 부분에서 꽤 재미있는 내용은 미군과 영국군 전차 승무원들의 사격이 독일군 만큼이나 신속하고 정확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 입니다.8)

또한 미영연합군이 기갑수색부대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전차가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으며, 여기에 장갑차와 기계화보병이 함께 편제되어 정찰을 수행하는 점을 특기하고 있습니다. 연합군이 정찰임무에 경전차를 대량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각 부대에 전차가 나타난다 해도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교전할 것을 숙지시키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가지에서는 소화기로도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이 없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경전차를 동반한 연합군의 기습적인 정찰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숙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9)

Caen 일대에서 영국군이 보여준 기갑 전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독일군은 영국군이 캉 일대의 개활지에서는 보통 50대 내외의 소규모 전차부대를 투입하고 있으며 보병의 직접지원이 부족해서 상황이 유리한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카쥬 지형에서는 기갑 부대들이 보병의 지원을 잘 받으면서 작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차를 호위하는 보병들이 독일군 보병의 근접공격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10) 포병과 기갑부대의 협동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병 관측이 곤란한 지역에서도 매우 모범적인mustergültig운용을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11)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연합군 공군의 강력한 전술지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3. 독일군의 대응에 대한 평가

독일군의 대응에 대한 평가 중에서는 대전차자주포와 돌격포의 운용에 대한 평가가 재미있습니다. 대전차자주포나 돌격포는 전차부대에 비해 단차 단위나 소대 단위의 전투 훈련을 많이 받은 편이기 때문에 보카쥬 지형에서 유리했다는 점 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회전포탑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견인식 대전차포에 대해서는 혹평이 중심입니다. 자체적인 기동력이 없기 때문에 교전거리가 짧은 보카쥬 지형에서는 운용하기가 어렵고 적의 포격이나 폭격에 쉽게 무력화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평탄한 지역에 투입된 제21기갑사단 소속의 견인식 88mm 대전차포 대대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88mm 대전차포는 유효사정거리가 매우 길기 때문에 넓은 간격을 두고 배치해도 화력의 집중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12)

독일군의 대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병의 육박공격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 입니다. 독일측의 기록에 따르면 6월 6일 부터 6월 24일까지 총 108대의 미영연합군 전차를 보병 육박공격으로 격파했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6개의 독일군 사단이 격파한 미영연합군의 전차 숫자와 격파 수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르망디 전선 독일군의 연합군 전차 격파 대수 및 격파 수단

전차
돌격포
대전차
자주포
견인식
대전차포
견인식
88mm
대공포
야포
보병공격
17SS

7

5



5
352보병


21


21
25
30
2기갑



15


4
5
교도기갑
85

16
7


4
40
12SS
105


16



23
21기갑
37


15
43

3
5
[표출처 :  “Anl 5 zu Gen .Insp.d.Pz.Tr, Chefgruppe Nr.1839/44 g.k.v, ‘Panzerabschuss-Liste’”(1944. 7. 3), H16/201 Pz Offz b Chef Gen St d H, RG242 T-78 R620 Folder 3, NARA, pp.1~2.]

노르망디 전역 초기 3주간에 해당하는 보고서이기 때문에 이후 미영연합군의 전술적인 개선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지만 독일군의 초기 대응과 시행착오에 관해서는 흥미로운 점을 보여주는 보고서입니다.


주석
1) “Erfahrungen der Panzer-Bekämpfung an der Invasionfront Normandie”(1944. 6. 25), H16/201 Pz Offz b Chef Gen St d H, RG242 T-78 R620 Folder 3, NARA
2) ibid., pp.1~2.
3) ibid., pp.2~3.
4) ibid., p.3.
5) ibid., pp.3~4.
6) ibid., pp.5~6.
7) ibid., p.7.
8) ibid., p.8.
9) ibid., p.8.
10) ibid., p.10.
11) ibid., p.11.
12) ibid., pp.12~13.

2013년 9월 6일 금요일

독일군의 돌격포에 대한 평가와 돌격포의 교환비에 대한 잡설

윤민혁님 페이스북에서 독일 전차와 돌격포의 교환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생각나는 걸 조금 끄적여 봅니다. 2차대전 후반기에 독일군의 일각에서 돌격포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개인적으로 2차대전 후반기 독일군과 소련군의 전차 교환비에 대해서 끄적이던 포스팅이 하나 있었는데 자료 정리가 덜 돼서 일단 생각나는 약간의 자료를 가지고 돌격포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돌격포는 2차대전 중 많은 무용담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단 한대의 돌격포가 하룻 동안 여러대의 소련 전차를 격파했다는 이야기는 단골 소재였지요.


먼저 지난번에 소개했었던 NARA소장 독일 기갑총감부 문서, T-78 R619에 들어있는  제200돌격포보충훈련대대Sturmgeschütze Ersatz und Ausbildung Abteilung 200의 대대장이 작성한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보고서는 제200돌격포보충훈련대대의 대대장이 1943년 8월 30일 부터 9월 22일 까지 동부전선에 배치된 12개 돌격포대대(912, 226, 184, 190, 185, 189, 270, 600, 904, 191, 243, 210)를 시찰한 뒤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포병병과의 입장에서 씌여졌기 때문에 약간 편향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꽤 흥미로운 자료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돌격포가 전차보다 우월하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당시의 전차 배치 상황이나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비교대상이 된 것은 아마도 3호전차나 4호전차 같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차는 돌격포에 비해 방어력과 광학장비가 열세하고 높이가 높아서 더 쉽게 피격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돌격포에 대해서는 방어전투에서 특히 대활약을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소련 전차를 격파하는데 있어서는 물론 소련 보병의 공격을 격퇴하는데도 유용하다는 것 입니다. 이 보고서에 인용한 익명의 독일군 지휘관들의 평가는 돌격포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1개 기갑사단 보다 1개 돌격포대대가 더 좋다.(Eine Sturmgeschütz-Abteilung ist mir lieber als eine Panzerdivision)” - 익명의 고위 지휘관 

“전차 10대 보다도 돌격포 2대가 낫다.(2 Sturmgeschütze ziehe ich 10 Panzern vor)” - 익명의 보병연대장.1)  

(무슨 홈쇼핑 광고 같군요!)


소련군에 대해서는 전차는 형편없지만 대전차포가 위협적이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소련군이 구경이 더 큰 대전차포를 배치하는 것을 중요하게 꼽고 있습니다. 소련군 전차에 대한 평가는 최악인데 독일군이 노획한 소련군의 명령서에 따르면 일부 소련 전차부대에는 독일군 돌격포와의 교전을 회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하는군요.2)


보고서에는 돌격포 지원을 늘려달라는 일선 지휘관들의 요청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1943년 여름의 방어전투에서 돌격포 대대들이 혹사당했음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습니다. 한 돌격포 대대는 10일간 전투를 치르면서 배속된 사단이 11번이나 바뀌었다고 합니다.3) 그야말로 정신없이 여기 저기 불려다닌 셈입니다.


이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는 제200대대장이 시찰한 돌격포대대가 1943년 8월에 거둔 전과를 요약하고 있습니다.


표1. 독일군 돌격포대대의 전과 및 손실(1943년 8월)
돌격포대대
적 전차 격파
돌격포 손실
912
21
0
226
10
2
184
27
0
190
17
0
185
87
4
189
76
0
270
62
2
600
18
1
904
55
7
191
7
1
210
43
1
(표 출처 : “Bericht über die Ostfrontreise des Kommandeurs der Sturmgeschütz Ers. u. Ausb. Abt. 200 vom 30. 8. 1943 bis 22. 9. 1943”, NARA T78 R619, p.7.)


현재 시점에서 러시아 자료와 교차검증을 하기 어려우니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지만 꽤 재미있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좀 더 정리가 잘 된 통계 하나를 올려 보지요. 1944년 1월 부터 1944년 8월 까지 서부전선을 제외한 전 전선, 주로 동부전선에서 돌격포여단이 거둔 전과와 손실에 대한 독일군 자체 집계입니다. 1944년 6월 부터 8월까지는 잇따른 참패로 인해 집계가 불완전 하지만 표1과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2. 1944년 1월 부터 8월까지 전체 돌격포 여단의 전과 및 피해(서부전선 제외)
적 전차 격파
돌격포 손실
1944.1
860
61
1944.2
429
71
1944.3
578
177
1944.4
542
121
1944.5
147
15
1944.6
245
34
1944.7
1019
138
1944.8
847
96
(표 출처 : Peter Müller und Wolfgang Zimmermann, Sturmgeschütz III : Rückgrat der Infanterie Band 1, Geschichte, Entwicklung, Herstellung und Einsatz, (History Facts Dokumentation, 2007), p.265..


작년에 정리했던 통계, “2차대전 후반기 독일군의 전차 및 돌격포 손실률”과 함께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Bericht über die Ostfrontreise des Kommandeurs der Sturmgeschütz Ers. u. Ausb. Abt. 200 vom 30. 8. 1943 bis 22. 9. 1943”, NARA T78 R619, p.3.
2) “Bericht über die Ostfrontreise des Kommandeurs der Sturmgeschütz Ers. u. Ausb. Abt. 200 vom 30. 8. 1943 bis 22. 9. 1943”, NARA T78 R619, p.2.
3) “Bericht über die Ostfrontreise des Kommandeurs der Sturmgeschütz Ers. u. Ausb. Abt. 200 vom 30. 8. 1943 bis 22. 9. 1943”, NARA T78 R619, 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