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돼지님이 쓰신 윈스턴 처칠의 문장력에 대한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윈스턴 처칠이 '훌륭한 정치가'였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입니다만 처칠이 ‘좋은 글쟁이’ 였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는 정치인 치고는 상당히 많은 저작을 남겼으며 또 그 저작들 중에는 읽을만한 책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칠의 저작 중에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저작도 있습니다.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The Unknown War'입니다.
The Unknown War는 처칠의 1차대전 회고록 이라고 할 수 있는 The World Crisis의 외전(?)격인 저작으로 1931년에 출간됐습니다.(제가 읽은 것은 1932년에 나온 미국판 입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1차대전 당시 동부전선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처칠은 책의 서두에서 To our faithful allies and comrades in the Russian Imperial Army라고 써서 막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서방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동부전선의 실상을 조명하려는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뭐, 유감스럽게도 The Eastern Front 1914~1917의 저자인 Norman Stone이 1970년대에 지적한 대로 처칠의 저서에도 불구하고 1차대전 당시의 동부전선은 무관심의 대상입니다. 이런 무관심은 여전한지 2006년에 Schöningh 출판사에서 나온 1차대전 당시 동부전선에 대한 책의 제목은 Die vergessene Front(잊혀진 전선)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Norman Stone은 처칠의 저작에 대해서 호평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저작이기도 하겠지만 처칠의 문장은 영어권에서는 좋게 평가 받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책의 대부분이 1914~1915년의 기간에 할애되어 있다는 점 입니다. 이 책의 본문은 381쪽인데 이 중 357쪽까지가 브루실로프 공세 이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즉 1916년부터 1918년까지는 30쪽도 채 안되는 것 입니다. 도데체 왜 이런 난감한 구성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1914~1915년 전역에 대한 묘사는 Stone의 평가대로 꽤 훌륭한 것 같습니다. 독일군이 바르샤바를 함락시킬 때 까지는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물론 그 후 브루실로프 공세 이후로는 휙휙 날아갑니다만.
이 책은 1950년대에 한국의 대학들에 원조된 미국방부의 수많은 기증 도서 중 한 권 이다 보니 아직 학생이신 분들은 재학 중인 학교의 도서관을 잘 찾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Norman Stone의 동부전선에 대한 저작도 꽤 호평을 받은 물건입니다. Niall Ferguson이 ‘Without question one of the classics of post-war historical scholarship’이라고 평했더군요. 이 책은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쉬우니 1차대전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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