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푸욱~ 쉰 뒤 아침에 길을 나섰습니다. 일요일에도 비가 올것 같은 날씨였는데 월요일 부터 비가 주룩 주룩 내리더군요.
함부르크에 가는 이유는 두 가지 였습니다. 첫 번째는 킬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서, 그리고 두 번째는 책을 사기 위해서 였습니다. 함부르크에는 군사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이 몇 곳 있지요. 물론 시간과 돈이 부족해 다 갈 수 는 없었습니다만.
중앙역에서 Holstenstrasse로 가는 S 반으로 갈아탔습니다.
이날 찾아간 서점은 예전에 페리스코프 게시판에 간단히 소개한 적이 있지요.
5년만에 뵌 주인장 아주머니는 귀여운 아들이 하나 생기셨습니다. 오호. 그러나 5년전 문을 열면 우렁차게 울리던 사이렌은 고장이 난건지 잘 안울리더군요.
비가 내려서 그런지 거리는 썰렁~ 했습니다.
책을 몇 권 산 뒤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되돌아가 킬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의외로 킬 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킬 중앙역은 좀 평범하게 생겨서 별다른 인상이 없었습니다.
중앙역은 물론이요 시가지도 평범했습니다.
그렇다면 킬에는 뭐하러 왔느냐?
그러나 킬은 좀 썰렁한 항구더군요. 시끌벅적한 함부르크와는 분위기가 반대였습니다.
물론 그냥 항구를 보러 온 건 아니었습니다. 킬 하면 독일해군을 대표하는 곳이니 독일해군 기지 구경을 해야지요!
해군기지로 가는 길에 자그마한 수족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공사중이라 어수선 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썰렁한 부두를 따라 계속 걸었습니다. 비와 함께 맞는 북해의 겨울 바람은 정말 좋더군요!(진짜로요)
계속 걷다 보니 기념비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무엇인가 살펴보니 1차대전 당시 전사한 독일 해군 병사들을 기리는 기념비더군요.
그리고 기념비에 뭔가 덤으로 붙어있는게 있었으니...
2차대전 당시 독일해군 돌격대대 병사들을 기리는 표식이었습니다. 어쩌다 1차대전 기념비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건지.
그리고 계속 걸어 해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관광객이 멋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밖에서 배를 구경할 수는 있었습니다.
아. 그러나 100년 전 쯤에는 최고의 오타쿠 빌헬름 2세의 위풍당당한 전함들이 위용을 뽐냈을 이곳에는 밋밋하니 멋이라곤 없는 군함들이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군항을 대충 구경한 뒤 다음 목표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목표는 킬 운하였습니다. 킬의 거의 유일한 관광명소(?) 라더군요.
조금 더 걸어 운하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야밤이라 사진을 찍어봐야 시커먼 바닷물 밖엔 안보이고 또 기념사진을 찍으려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니....(하긴, 버스 종점에다 저녁이고 비까지 내리니 사람이 있을리가 없겠지요.)
돌아오는 길에 헌 책방 몇 곳을 발견했습니다. 한 블럭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더군요.
처음 들어간 이 책방의 쥔장은 우아하게 생긴 여자분이었고 주로 소설류를 많이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장 한 구석으로 사회과학 분야를 취급하고 있었고 10유로 이하의 쓸만한 책들이 가득 있더군요.
헌 책을 몇 권 산 뒤 킬 중앙역으로 돌아왔습니다. 플렌스부르크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구내서점에서 시간을 때웠는데 독일의 많은 역 구내서점이 그렇듯 군사서적을 여러권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다시 플렌스부르크행 기차를 탔습니다. 플렌스부르크 같은 독일 끄트머리의 촌동네는 뭘 하러 가느냐?
2차대전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플렌스부르크는 제 3제국이 실질적으로 최후를 맞은 동네입니다. 되니츠 제독의 임시정부가 피난한 곳이지요. 늘 제 3제국이 최후를 맞은 플렌스부르크라는 동네는 어떤 동네인가 궁금해 하던 차였으니 킬 까지 온 김에 덤으로 구경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도착해 보니 정말 촌동네였습니다.
역에서 내려 시내를 돌아다녀 봤는데 정말 아무도 없더군요. 하긴. 야밤에 비까지 내리는데 특별한 일도 없이 싸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리가 있나요...
작은 여관이라도 잡고 다음날 아침에 답사를 해 볼까 생각도 했는데 아무래도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요.
다시 플렌스부르크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킬로 돌아가는 기차는 정말 썰렁했습니다. 어쩌다 한 두명 타는 정도여서 너무나 조용하더군요.
킬 역에 도착해서 다시 함부르크로 가는 막차를 기다렸습니다. 역시 킬 역도 썰렁~ 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함부르크로 돌아가는 막차도 썰렁~ 했습니다. 조용하니 잠자기에 딱 좋더군요. 너무 편안하고 아늑해서 이대로 아침까지 달렸으면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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