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에서 ICE를 타니 아른헴까지는 금방이더군요. 잠깐 눈좀 붙였다가 일어나니 아른헴에 도착했습니다.
아른헴 역에 도착해서 호텔을 찿아 보니 싼 방은 모두 나가고 70유로대의 방만 남아 있었습니다. 뭐, 이럴땐 밤 바람을 쐬면서 해 뜨길 기다려야죠;;;;;;
다시 아른헴 역으로 돌아와서 배낭을 집어넣으려고 물품 보관함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른헴 역의 물품보관함은 독일과 달리 매표소에서 카드를 사서 집어넣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새벽 2시가 되어 역무원들은 퇴근한지 오래됐으니.... 결국 배낭을 매고 밤을 새야 했습니다!
어쨌건 배낭을 매고 프로스트 다리(John Frost Bridge)로 가기로 했습니다. 역사적인 장소에서 해뜨는걸 구경하는 것도 좋겠더군요.
중간 중간 내리는 비를 피하며 어슬렁 어슬렁 걷다 보니 공정부대광장(Airborne Plein)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프로스트 다리도 멀지 않았네요.
그리고 드디어 프로스트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 시피 프로스트 다리는 마켓가든 작전 당시 독일군에 맞서 이 다리를 방어한 프로스트 중령(John Dutton Frost)을 기리기 위해 1978년에 아른헴 대교의 이름을 바꾼 것 입니다.
다리를 건너고 나니 겨우 네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다리 건너편에서 해가 뜨는걸 구경한 뒤 아른헴 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해가 뜨는걸 기다리는데 날씨가 흐려서 아무리 기다려도 해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해를 기다리던 이 어린양은 다리 건너편에서 30군단의 전차들을 기다리던 프로스트 중령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해 뜨길 기다리다간 네덜란드에 눌러 살아야 될 것 같아서 날이 대충 밝자 다시 다리를 건너 아른헴 역 쪽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아른헴 역에 도착해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 뒤 오스터벡(Oosterbeek)에 있는 공수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자니 기다리는 시간이 더 걸려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요금이 생각보다 싸더군요!(2유로)
밤 사이에 비가 산발적으로 내려 땅이 조금 질더군요. 걷기에 불편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박물관까지 가는데 인적이 너무 드물어서 썰렁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밖으로 잘 안나오는 것 같더군요.
오스터벡의 공수박물관은 규모에 비해 매우 유명한 박물관이죠. 마켓가든 작전이 "머나먼 다리"로 유명해 진 덕분인지 이 박물관은 꽤 친숙한 느낌입니다. 이 박물관은 원래 호텔로 마켓가든 작전 당시에는 영국 제 1공수사단의 어콰트(Roy Urquhart) 소장의 지휘소로 사용되었습니다. 박물관 앞에는 셔먼과 17파운드 대전차포를 전시해 놓았더군요.
박물관은 규모에 비해 전시물이 매우 충실했습니다. 작은 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관람객들의 이동 동선을 잘 짜 놓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는 실수로 관람순서를 거꾸로 구경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물은 야전병원을 재현해 놓은 전시물이었습니다. 비록 모형이지만 피로와 허탈감에 빠진 위생병이나 종군목사의 모습에서 절망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더군요.
지하에서 관람을 마친 뒤 위로 올라갔습니다. 위층의 전시물은 박물관의 규모 때문에 소화기나 개인 장비, 제복 위주였습니다. 작은 디오라마도 있었는데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더군요. 폴란드 망명정부의 시코르스키 중장의 제복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꽤 흥미로웠습니다.
독일군 마네킹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켓가든 작전 당시 반격을 위해 투입된 잡다한 종류의 독일군 부대들을 잘 묘사해 놓았더군요. 무장친위대와 일반 육군은 물론이고 공군 지상부대와 해군보병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친 뒤 다시 박물관 건물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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