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은 토요일이어서 오전에는 Naschmarkt로 헌책을 사러 나갔습니다. 물론 시장을 돌아다니며 군것질 하는 것도 포함해서...
사실 책을 산다고 나왔으나 막상 시장에 들어오니 먹는 것에 더 정신이 팔립니다. 싱싱한 치즈를 한덩어리 사서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동양상회는 여전하더군요. 이 가게는 아는 분이 많으 실 것 같습니다.
Naschmarkt는 말 그대로 '먹자시장(?)' 정도 되겠습니다만 이것 저것 다 팝니다. 동대문에 가깝죠.
헌 책을 몇 권 산 뒤 다시 군것질을 조금 한 뒤 바로 오스트리아 육군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5년 전에도 갔었는데 그때 일부 구역이 공사중이어서 모두 관람하지를 못 했거든요.
오스트리아 육군박물관은 빈 남부역 근처에 있어서 찾기가 쉽지요.
그런데 빈 남부역에 유로라인 버스가 들어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5년 전에도 그랬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드디어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제국군의 병영으로 쓰이던 건물이라 남다른 포스(?)를 풍깁니다.
건물 외곽의 회랑과 박물관 정문 바로 앞에는 오스트리아군이 18~19세기에 사용했던 화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물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제 표를 사서 본격적으로 박물관 관람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물품보관소의 보관표가 좀 허접합니다.
당연히 1층 부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주 전시실로 들어가기 전에 작은 기획전시가 하나 있더군요. 2차대전 당시 공습을 테마로 한 전시였습니다.
먼저 본토방공전에서 독일 정규군을 지원한 다양한 보조인력들의 복장을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공군여성보조원 전화교환수와 피난민을 재현한 마네킹이 가장 인상깊더군요.
기획전시실을 지나 1층 주전시실로 들어갑니다. 1층에는 1866년 부터 1차대전 종전까지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야포는 1차대전 중 사용된 10cm Kanone M99 같은데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의 포병에 대한 사진자료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다음은 오스트리아 산악부대의 동계 장비입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프란츠 요셉 1세(Franz Joseph I)의 군복입니다.
이외에도 영국군 등 외국군대의 명예연대장 복장이 몇 벌 더 있었는데 사진이 잘못나와서 올리지는 못 합니다.
1층 전시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870~1890년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의 요란한 군복들입니다. 일부분만 올리는게 아쉽군요.
그리고 1차대전 시기의 전시물로 넘어갑니다.
1차대전 관련 전시물 중에서 다양한 선전포스터가 눈에 띄었는데 특히 아래의 전시공채 포스터는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기가 좋군요.
그리고 다시 1차대전 시기의 군복들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대전 후반기 전시실로 넘어가는 중간에 중화기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전 후반기의 전시물이 이어집니다. 대전 후반기의 군복들은 대전 초기의 군복에 비해 화려함이 줄어들었고 오히려 2차대전 초기의 군복들과 비슷한 느낌을 풍깁니다.
이렇게 대략 1층 관람을 마치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원래 2층 관람에 중점을 두려고 했는데 1차대전기 전시물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깜빡 했습니다.
건물 곳곳의 기둥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배출한 명장들의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프란츠 요셉 1세의 흉상...
2층에는 16세기 말 부터 19세기 초 까지의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일단 30년 전쟁부터 시작하게 되는 군요. 아직까지 갑옷이 그럭 저럭 효용이 있던 시절의 물건들입니다. 갑옷제작 기술이 완성에 달한 시기의 물건들이라 제법 멋있죠. 드레스덴에서 봤던 갑옷들에 비해서는 덜 화려하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습니다.
30년 전쟁기의 전시물 다음에는 17~18세기 터키와의 전쟁에 대한 전시물들이 있습니다. 터키와의 전쟁에서 노획한 무기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개머리판이 화려하게 장식된 오스만 투르크군의 수발총은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음으로는 18세기 전시실로 넘어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부터는 시간도 부족하고 메모리카드 용량도 문제가 있어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오니까 박물관이 문 닫을 시간이 되어 관람도 다 마치지 못 했습니다.
전시물의 구성은 다른 전시실과 비슷했는데 한 가지 멋진 점이 더 있었습니다. 전시실을 가득 메운 대형 기록화들이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도록을 구매하려 했는데 관람시간이 종료되어 기념품점이 문을 닫는 바람이 실패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돈이 없어 도록을 사지 못 했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시간이 없어 실패하네요.;;;; 뭐, 다음에 세번째로 갈 때는 사와야 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1759년 11월 21일 막센(Maxen) 전투에서 프로이센군의 항복을 받는 모습을 묘사한 기록화 입니다. 일반적으로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전에서는 프로이센의 승률이 높은 편이라 이런 그림을 구경하는 것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관람에서도 방대한 전시물 덕분에 전체를 다 관람하는데 실패하고 또 기념품 점에서 책을 사는데도 실패했습니다. 결국 다음에 빈을 세번째 방문할 때는 꼭 전체를 관람해야 겠습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남역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식당 주인장이 전직 권투선수였습니다. 잠깐이지만 세계 챔피언도 했더군요. 이 양반의 이야기는 빈의 세번째 날에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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