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mmanding Heights의 한국어판 『시장 對 국가 : 국가 주도 경제의 쇠퇴와 시장 경제의 승리』를 읽었습니다. 지난 달에 채승병님이 같은 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에 대한 글을 쓰셔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원작의 한국어판이라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다큐멘터리의 영향 때문인지 도서관에 있는 한국어판이 모두 대출 중이라 좀 늦게 읽게 됐습니다.
제대로 된 서평을 하기에는 경제 분야에 대한 지식이 형편 없으니 간단한 감상을 조금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한국어판의 문장에 대해서 한 마디. 영어판은 읽지 못했지만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미리 보기를 놓고 보면 번역판도 읽기 편하게 잘 번역됐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원판의 문장 자체도 읽기 편하게 잘 쓰여진 것 같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저술은 충실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을 활용해야 합니다. 간혹 개설서를 쓰면서 복잡하게 배배꼬인(!) 문장을 사용하는 저자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저자들은 가능한 모든 수식어를 동원해 혹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아무래도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이니 만큼 2000년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을 떠올리며 읽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승승장구하는 시장 주도 경제의 이야기로 끝을 맺기 때문에 결론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 지가 궁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들은 결론에서 시장 주도 경제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21세기에 직면하게 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 금융 체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마치 오늘날의 경제 위기를 예측한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저자들은 21세기에도 시장에 대한 신뢰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퇴보할 것인지 의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그 신뢰에 대한 첫 번째 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인지 저자들의 던진 의문에 대해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은 신념과 아이디어에 있다는 지적 또한 인상 깊습니다. 비록 뻔한 이야기라 할 지라도 말입니다. 저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서야 세상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책에서는 2차대전 이후 수많은 국가에서 이루어 졌던 경제적 실험들이 성공 또는 실패하는 과정과 실패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의 사례는 더욱 감동적입니다. 신생 독립국들이 희망에 부풀어 추진한 경제적 실험에 대한 이야기들은 비록 담담한 문장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마음에 와 닿는 바가 많습니다. 한국이나 대만 처럼 성공의 길을 가는 경우이건 인도와 같이 실패를 경험한 뒤 먼 길을 돌아가는 경우이건 말입니다. 이들 국가들의 경제적 실험은 마치 미지의 항로를 찾아 작은 배 몇 척으로 대양에 맞섰던 탐험시대의 용감한 항해자들의 이야기를 연상시킵니다. 물론 탐험시대의 항해자들과 달리 국가의 경제적 실험은 끝없이 계속되겠지만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좌절이 있더라도 더 나은 길을 향한 모색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겠지요. 시지프스의 바위라는 우화가 떠오르게 되는군요.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도 없진 않습니다만 지금 읽게 된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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