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전 예멘 대사 유지호씨가 쓴 『예멘의 남북통일』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예멘의 통일은 한국의 진보 계열에게는 독일식의 흡수통일에 대한 대안으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뭐 얼마가지 않아 예멘 내전이 발발해 예멘 통일을 찬양하는 주장들이 쑥 들어가 버렸지만 말입니다. 몇몇 논객들은 예멘의 사례를 모범적으로 치켜세우다가 예멘이 내전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자 꽤 당황해 했다고 하지요. 유지호 또한 자신의 저서에서 예멘이 내전에 돌입하자 한국에서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난 반면 서방에서는 예상했다는 듯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에게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려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당시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마냥 비판하는 것도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때의 일과 관련해서 자신의 실수가 잊혀질 때 까지 잠자코 있다가 슬금슬금 목소리를 높이는 양반들을 보면 난감함을 느끼곤 합니다. 왜이리 다 큰 어른들이 쿨하지 못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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