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Edward Hagerman의 The American Civil War and the origins of modern warfare가 있습니다. 책 제목에서 짐작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미국 남북전쟁에서 소모전, 참호전과 같은 근대적 전쟁의 요소가 등장했고 남북 양측의 군대가 모두 새롭게 변화한 전쟁 상황에 맞춰 지휘구조와 전략 전술 등을 재정립해 나갔다는 내용입니다.
시간 날 때 마다 조금씩 읽고 있어서 이제야 게티즈버그 전역을 다룬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이부분이 아주 재미있는데 저자는 리가 지휘하는 북버지니아 야전군(Army of Northern Virginia)이 챈슬러빌(Chancellorsville)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북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각한 보급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보급품의 부족 뿐 아니라 철도, 마차와 같은 수송수단 자체의 부족이 북버지니아군의 공세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입니다.
저자는 북버지니아군의 보급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급에 필요한 마필의 부족입니다. 말의 부족이 심각하다 보니 1863년 봄에 대규모 편제 개편을 통해 보급부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갔지만 그런 조치를 취하고도 편제를 채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해상봉쇄 때문에 말을 수입할 수 없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또는 멕시코를 통해 마필을 수입해야 했는데 이곳에서 조달하는 말은 질이 좋지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전투에서 소모하는 말이 더 많았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말의 부족으로 정찰과 보급로 경비를 담당할 기병도 부족했으니 포병이나 기타 지원부대의 상황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지요. 다음으로는 남부연합의 고질적 약점인 철도 문제를 꼽고 있습니다. 1863년 봄이 되면 철도의 연장은 커녕 기존 철도의 유지도 어려운 지경이었다고 하니 말이 충분했다 하더라도 고민이 많았을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작전 지역에서 대규모 야전군의 보급에 필요한 물자를 징발할 대도시가 드물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 향한 진격에서 겪었던 것과 비슷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보급에 필요한 대도시가 드문 만큼 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징발을 실시해야 하고 이 경우 마필 부족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때문에 리가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패배한 뒤에는 철도에서 가까운 곳에서 전투를 수행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극도로 제한적인 보급능력이 작전행동의 자유까지 제약하게 된 셈입니다. 물론 이 배경에는 남부연합의 총체적인 전쟁수행 역량이 그야말로 안습이었다는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보급품이 넘쳐나서 전쟁나온건지 유랍나온건지 헷갈리는 유구한 전통은 북부 양키들것이지 말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남군의 전통은 아니었죠. 오죽하면 게티스버그를 두고 "신발따먹기"로 시작한 전투라고 하겠습니까. 말이좋아 사단급 위력정찰이지 본심은 빈집털이 신발 루팅(....아, 안구에 쓰나미가!)
답글삭제철도 없는 곳을 짐보따리 바리바리 싸들고 다닌 셔먼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답글삭제셔먼은 처음에 바다를 향해 진격할 때 철도를 깔면서 진격했지요. 물론 진격속도를 철도가 따라잡지 못했습니다만. 게다가 셔먼의 야전군은 당시 연방군에서 병력대비 운송수단이 가장 충실한 야전군이어서;;;; 거의 병사 2명당 1마리 이상의 말이나 노새가 있었다죠.
답글삭제위력정찰 겸 징발(아마 후자쪽이 본업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을 하느라 진격에 속도가 붙지 못했으니 정말 안구에 쓰나미가;;;;; 참 리장군도 복이 없습니다.
답글삭제근대이후 전쟁수행에 필수적인 공업역량의 대부분이 북부에 집중되어 있고 인구격차도 상당했는데 이러한 남부연합을 신속하게 제압하지 못하고 전쟁을 질질 끌었으니 링컨의 전쟁리더쉽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답글삭제남부의 철도 문제는 여럼풋하게는 들어보았는데 마필도 그렇게 부족할 줄은 몰랐습니다. 보급품과 수송수단 양자가 다 부족하니 리 장군 입장에서는 정말 참담했겠군요.
답글삭제네. 특히나 1863년 이후의 지루한 소모전을 보면 그런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글삭제북군이 전술적으로 유능하지 못했다는게 유일한 위안이었을 겁니다.
답글삭제보급수송의_위대함.html
답글삭제<span>그래도 게티스버그 전투때까지는 할만한 전쟁이었지요. 64년이되면 빅스버그의 파괴자가 황상의 부르심을 받고 포토맥군 사령관으로 바로 전면에 떡하니 나타나니......(남부의 반역들 이제 다 죽었다)</span>
답글삭제전술 그거 먹는거에요? 아구아구....우리는 물자 닥돌이닷!
답글삭제좀 편견일지는 몰라도 내전후부터 현재까지 병참형 장군은 북부에서 야전형 장군은 남부에서 나오는거 보면 역시 지방색일지도.
그러고 보니까 셔먼 장군과 르메이 장군 둘다 오하이오 출신이네요. 흠좀무. (풍수지리 win?)
멕시코가 조금만 더 산업이 발달했으면 정말 그때 떼돈을 벌었지 싶습니다.
답글삭제남북전쟁 당시 뉴욕시 공업 생산력이 남부연맹 전체랑 맞먹었었다는데도 전쟁이 4년 넘게 끈 걸 보면 남부 지휘관들이 유능했다는 뜻도 될라나요?(아니면 북부가 그만큼 무능했던지...)
답글삭제그러면 그다음에 오하이오출신 장군분이 나오면 세계는 핵의 불길에 휩쌰여서 WAR.WAR NEVER CHANGE..... 꼴이나서 쑥밭이되는것입니까?
답글삭제유구한 파괴자들의 고향 오하이오의 이름을 딴 파멸의 사도가 아직도 심해에서 초계를 계속하고 계시니 어찌보면 맞는 말이군요.
답글삭제알파요 오메가죠;;;;
답글삭제그 양반의 소름끼치는 소모전 방식은 병사 입장에서는 비추입니다;;;;
답글삭제멕시코의 잃어버린 5년 쯤 되겠군요;;;;
답글삭제저는 연방군의 전술적 무능에 한표를;;;;;
답글삭제제가 남북전쟁에 대해 별로 아는 건 없습니다만 전쟁발발당시 미국정치인들은 전쟁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요. 링컨대통령이 전쟁이 터지자 제일먼저한게 도서관에서 전쟁사서적들을 빌려다 "공부"하는 거였다고 하던걸요.
답글삭제반면 남부의 제퍼슨 데이비스대통령은 웨스트포인트 출신에다 국무장관까지 해본 사람이라 이런 면에서 유리했다는데 한가지 의문인건 해군장악에 실패했다는 겁니다. 공업이 약한 남부는 전쟁물자를 수입에 의존해야하니 제헤권장악이 중요했는데 해군은 전쟁내내 연방군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솔직히 남부가 해상봉쇄에 얼마나 질렸으면 "헌리호"같은 미친짓을 다 시도했겠습니까.
남부연합의 해군은 인력 부터 부족했습니다. Stephen Howarth의 To Shining Sea에 따르면 전쟁 발발당시 전체 해군 장교의 20%만이 남부연합에 가담했다고 합니다. 숙련된 인력도 열세였는데다가 선박건조에 필요한 공업력도 열세였으니 결과가 시작부터 나와있었던 셈입니다.
답글삭제게티즈버그 전투 당시 게티버그에서 뷰포드의 북군 기병대와 처음 충돌한 남군이 게티즈버그로 진격했던 이유는 신발 구하러 간 거였다는 얘기가 지금도 퍼져있죠. (전 그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신못하겠습니다만...) 영화 <게티즈버그>에도 리의 사열을 받으며 행군하는 남군 병사들 중에 맨발로 행진하는 병사가 있을 정도로 이 얘기는 널리 퍼진 것 같더군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