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주문한 책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유로화가 비싸서 독일 책은 많이 사지 못하는 터라 책 상자를 받아 드니 즐겁더군요.
그런데 한가지 문제라면 포장이 부실했다는 겁니다. 아마존에 책을 주문했을 때 완충제 대신 종이를 구겨넣은 것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것도 제대로 집어 넣은 게 아니라서 상자 아랫 부분은 모두 젖어 있었습니다. 책들은 비닐로 밀봉포장 해 놓아 전혀 상하지 않았지만 영수증이 젖어서 너덜너덜해 졌더군요.
그런데 영수증이 걸레가된 와중에도 포도주 광고가 실린 전단지는 아주 멀쩡했습니다. 신기하여라...
이번에 받은 책 중 군사사와 관계된 것들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의 두 녀석 중 오른쪽에 있는 Österreich-Ungarns Kraftfahrformationen im Weltkrieg 1914-1918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1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 차량부대의 편성과 장비, 운용을 다루고 있는데 방대한 1차사료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책의 뒷부분에서 장갑차 부대에 대해 짤막하게 다루고 있는데 단순히 오스트리아군의 장갑차 부대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적국이었던 이탈리아군과 동맹군이었던 독일군의 장갑차 운용에 대해서도 비교해서 서술해 놓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산업화 시대의 전쟁, 특히 1차대전 시기의 기계화이다 보니 아주 좋은 물건을 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왼쪽에 있는 Österreicher in der Deutschen Wehrmacht: Soldatenalltag im Zweiten Weltkrieg는 2차대전 중 독일군에 복무한 오스트리아 인들의 군사 경험에 대한 내용인데 예상했던 것 보다는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독일군들의 군사경험, 전쟁범죄, 나치 체제에 대한 순응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한데 서술하고 있는 범위가 광범위해서 그런지 서술의 밀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번 통독을 해 보면 평가가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음으로 오른쪽에 있는 Pflicht zum Untergang: Die deutsche Kriegsführung im Westen des Reiches 1944/45은 Schönigh 출판사가 내고 있는 Zeitalter der Weltkriege 시리즈의 네번째 책 입니다. 2차대전 말기 독일군의 서부전선에서의 전쟁수행을 분석하고 있는데 특히 전쟁 말기 부대편성과 병력수급, 장비문제를 다룬 3장 1절과 전쟁 말기 서부전선의 경험이 전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는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워 보입니다.
왼쪽에 있는 Der Schlieffenplan: Analysen und Dokumente은 역시 Zeitalter der Weltkriege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작년에 '테렌스 주버(Terence Zuber)와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이란 글에서 슐리펜 계획에 대한 서구 군사학계의 논쟁에 대해쓴 일이 있지요.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다소 산만한 글이 되었는지라 독일쪽 견해도 참고해서 다시 쓰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바로 이책을 그 이유에서 사게 됐습니다. 이책은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문과 슐리펜 계획에 대한 사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렌스 주버의 슐리펜 계획 논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논문은 주버의 논문과 주버를 반박하는 논문을 합쳐 네편이 실려있고 나머지 논문들은 슐리펜 계획에 관련된 다른 주제의 논문들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꽤 근사한 부록이 더 있었습니다.
바로 슐리펜의 1905년 비망록에서 언급된 작전안의 지도입니다. 슐리펜 계획 논쟁에 대한 글을 쓰려면 자주 봐야 할 테니 같은 크기로 복사를 할 생각입니다.
책이 무사하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전단지만 멀쩡하다니 참 신기하군요.
답글삭제1. 오오 지도! 지도!!
답글삭제2. 결국 Supplying War 번역판은 플래닛에서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1월 무렵에 저자쪽 출판사와 계약되었다더군요.
오오 지도! 지도!!
답글삭제Österreich-Ungarns Kraftfahrformationen im Weltkrieg 라는 책에 관심이 가는군요.... 산업화시대의 기계화부대에 관한 책이라 그런지 더욱 흥미가 동합니다.
답글삭제Wehrmacht를 위시하여 2차대전 주요 국가의 기계화부대에 관련된 글이나 서적 등은 많은데 반해 1차대전의 기계화부대에 관해서는 도통 알 방법이 없는듯 하더군요... 비슷하게 구일본군의 기계화부대에 관한 책도 별다른게 보이지 않는지라 얼마전 日本軍機甲部隊の編成·裝備 상/하 두권을 샀는지라 더욱 관심이 생깁니다.
곧 관련된 좋은 글(!)이 올라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신기하더군요.
답글삭제큼지막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하하하;;;; 일단 예고 때린 것들 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니;;;;
답글삭제아마 다들 잊어버실 때 쯤 되면 관련글이 하나 올라가지 않을까요^^;;;;;
한 달에도 책을 몇 권씩이나(그것도 원서)를 읽으시나 보네요 부럽습니다.
답글삭제전 앤터니 비버가 쓴 스페인 내전을 읽고 있는데 시작한 지 3주가 다되어 가는데도 이제 1/3 읽었네요.
근데 스페인 내전을 읽다 보니 우리의 괴링은 콘도르 군단 보내서 국민진영을 지원하면서 뒷구멍으로는 공화진영에 무기를 팔아먹었더군요-_-;;;;
요즘은 독서량이 많이 줄어서;;;;;
답글삭제전단지만 살아남았다라... 역시 찌라시의 생명력은 질깁니다(웃음).
답글삭제가공할 찌라시의 힘이죠;;;;
답글삭제독일이 포장재의 재활용에 대한 법률이 엄격해서 그런다고 알고 있습니다.
답글삭제플라모델도 독일 레벨 제품들은 박스가 부실하기로 유명하죠
아. 그것 참 고지식한 양반들이로군요. 그래서 그런지 비닐 계통의 포장재는 책을 싸고 있는 것을 빼면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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