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전 나는 광주(光州)에서 문학을 연구한다는 모 여대생이 이런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군인 같이 무서운 직업은 없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아연(啞然)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얼마나 무식을 폭로하는 일구일언인가? 만약 전쟁목적이 모다 인간을 살육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나선 군대는 검을 꺾고 입으로만 싸우란 말인가? 우리들은 이런 말을 함부로 입밖에 내는 사람의 의식수준을 의심하는 동시에 그들의 인식부족을 통탄치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특히 예술을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의 말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던 예술을 할려고 하는 사람이던 간에 그는 누구보다 똑바루 현실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하며 그 현실가운데서 각양의 인간형을 분별할 줄 알고 그의 가치 판단까지 할줄아는 사람이래야 할 것이다. 이것을 모르는 예술가는 기형아적 존재이며 이 기형성을 벗어날 수 없는 한 여사한 편향의 결함은 면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마치 평화주의자인것 처럼 또는 지극히 평화를 애호하는 인도주의자인것 처럼 자부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하나만 알고 열을 모르는 우둔한 인간들의 상투용어를 그냥 반복한데 불과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러냐 하면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군대의 소위(所爲)라면 평화를 전취하여 항구한 반석위에 건립하는 것도 또한 군대의 소위라는 것을 전연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李愼得, 「軍人과 藝術家」, 『國防』16호(1952. 8), 36쪽
이걸 읽고나니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이 일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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