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9일 목요일

패튼의 셔먼 사랑?

우리가 생각하기엔 참 이해가 안가는 일이지만 패튼은 많은 사람이 형편없다고 생각한 셔먼 전차를 이상하게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미군이나 영국군 지휘관들의 2차대전 회고록을 보면 셔먼의 불쌍한 성능에 대한 한탄(?)이 꽤 많은데 만약 패튼이 오래 살아남아 회고록을 썼다면 셔먼에 대해 어떤 평을 했을지 궁금하군요.

어쨌든 2차대전 중 패튼은 기이할 정도로 셔먼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였습니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패튼은 전쟁 중 셔먼에 대해 “세계 최고의 전차”라고 평하기도 했다지요.*  물론 속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허세를 부렸던 것 같습니다. 패튼은 독일 전차에 대한 ‘루머’가 전차병들은 물론 미국 본토에서 전차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해서 허세를 부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패튼과 셔먼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정말 패튼의 진심이 뭐였을지 궁금합니다.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죠.

노년에 밴(플리트)은 일부 사람들이 뛰어나지만 기이하다고 생각한 패튼 장군의 뛰어난 쇼맨십 사례를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다. 패튼 장군은 밴 플리트와 함께 이동하던 중, 밴의 제7기갑사단 전차가 포탑 전면에 모래자루를 덮은 채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였다. 패튼 장군은 행렬을 정지시키고 마구 욕을 퍼부어 대며 대열의 첫번째 전차로 뛰어가 동체에 덮여 있던 모래 자루들을 길가로 던져 버렸다.

“너희 지휘관들은 모래자루가 전차의 포탄 충격을 증폭시켜 전차 승무원들이 모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이냐?”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모든 전차가 모래주머니를 치우고 출발하였으며, 패튼 장군은 이 광경을 지프 위에 올라서서 쳐다보았다. 모래자루의 필요성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패튼 장군의 이러한 행동은 모든 장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 만은 틀림없다.

폴 F. 브레임/육군교육사령부 번역실 옮김, 『승리의 신념 : 밴 플리트 장군 일대기』(봉명, 2002), 205쪽

제 개인적으로는 저게 전쟁이 거의 끝날 무렵에 일어났으니 말이지 만약 1944년에 미군 전차병들이 독일 전차에 골머리를 앓던 때 저런 짓을 했다면 전차병들이 가만히 있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패튼은 미국 전차의 성능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자 셔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We’ve got the finest tanks in the World!”. Daivd E. Johnson, Fast Tanks and Heavy Bombers : Innovation in the U. S. Army 1917-1945(Cornell University, 1998), p.196

댓글 5개:

  1.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기다 모래주머니를 얹으면 뭔가 좋은 효과라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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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비아찌12:05 오후

    대전차포탄의 일종인 성형작약탄을 주 장갑판에 접촉하기 전에 먼저 기폭시켜서 주 장갑판을 뚫는 관통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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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렇군요. 답변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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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올드캣10:03 오후

    패튼 = 세계최고, 패튼이 지휘하는 부대의 전차 = 그러므로 세계최고.

    ......패튼옹 사고방식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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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홍기2:24 오후

    아마도 비실비실한 영국전차만 보다가 그런 소리를 했겠지만 전쟁 끝나고 베를린에서 JS3를 보고 했다는 얘기가 생각나는군요.
    "내가하면 로맨스 니가 하면 불륜"

    모래주머니 얘기를 보니 패튼이 미신을 신봉한 이유를 알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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