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32-1호를 훑어보았습니다. 이번호는 흥미로운 제2차대전 논문이 3편이나 실려있어 매우 즐겁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데이비드 서튼(David Sutton)의 "1941 and the National-Patriotic Revival in Russia"입니다. 이 글은 제목 그대로 푸틴 치하에서 강화되고 있는 국수주의적 환경이 제2차세계대전사, 특히 1941년 전역에 대한 서술에 끼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필자는 고르바초프-옐친 이래 기세가 꺾여 있던 러시아의 우익-국수주의적 역사관이 푸틴 치하에서 부활했으며 본질적으로는 소련 시기의 역사관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국수주의적 논자들은 고르바초프-옐친 시기에 활발하게 일어난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배격하고 영웅적인 과거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저작은 2011년에 간행된 12권짜리 '대조국전쟁사'입니다. 대조국전쟁사의 간행 책임자였던 졸로타레프는 '수정주의적' 역사가들은 러시아의 국제적인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한 인물입니다. 그는 '판필로프 사단의 28용사' 등 소련 시절의 날조된 프로파간다에 대한 공격을 되려 '수정주의자'들의 날조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소련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거부한다는 점 입니다. 서튼의 글은 이렇게 퇴행적인 푸틴 집권기의 역사서술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꽤 재미있는 글이라 번역을 해보고 싶군요.
다음으로는 니콜라이 로스토프, 이고르 예레민, 세르게이 쿠즈네초프의 공동연구인 "The Particularities of Military Mobilization Campaigns in Siberia in the Summers of 1914 and 1941"가 있습니다. 이 논문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초반 시베리아 지역의 전쟁 동원에 관한 글 입니다. 1941년의 경우 공산당이 제1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바르게 적용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인력 및 마필 동원과 달리 차량 및 트랙터 등의 장비 동원에 문제가 많았다고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쿠르스크 전투를 주로 연구하는 발레리 자물린의 "Soviet Troop Losses in the Battle of Prokhorovka, 10~16 July 1943"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프로호로브카 전투에서 소련군이 입은 인명 및 장비 손실을 정리한 글 입니다. 흥미롭기는 합니다만 그의 기존 연구와 비교했을때 특별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논문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글도 있습니다. 리브 파르네모(Liv Karin Parnemo)의 "Russia's Naval Development - Grand Ambitions and Tactical Pragmatism"는 최근 러시아의 해군력 건설은 러시아의 경제적 역량을 고려해 연근해 작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아직까지는 소련 시절에 건설한 대형 함정과 잠수함 전력으로 제한적인 원양 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나 신규 함정 건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역량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 러시아의 국수주의적 행보를 비판하는 논문이 2차세계대전 카테고리에서도 굉장히 자주 보이는군요. 물론 그러한 행보가 2차대전 대조국 전쟁에서 기인했기 때문임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달리 말해 이러한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 러시아 정부의 국수주의적 행보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답글삭제네. 영어로 번역되어 소개되는 글들을 봐도 꽤 심각한 수준 같습니다.
삭제서튼의 논고는 재미있을 것 같군요. 번역 기대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의 지인이 러시아인이라 러시아인의 2차 대전에 대한 인식을 좀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한 편으로는 뭐 그런 일반 인식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다 싶기는 합니다만 학자들까지 저러면 말이죠. 참.
답글삭제학자라도 관변 학자가 되어 나랏돈을 먹게 되면 썩어버리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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