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월보 1961년 12월 20일자 제52호 2면에 실린 최주종 소장의 가산산성 전투 경험담 입니다. 최주종 소장은 1950년 가산산성 전투 당시 제1유격대대의 1중대장으로 참전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당시 전투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상당히 솔직하게 서술한 것 처럼 보입니다. 전쟁 초기 한국군의 전투 경험과 훈련이 부족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 쓰는 맞춤법과 완전히 다른 부분만 조금 수정하고 원문 그대로 인용합니다.
육본에서 다시 명령이 내렸다. 제1유격대대는 곧 대구에 이동하라고 하기에 우리 부대는 기차로서 대구에 이동하였다. 대구 북방 가산(架山)이란 지점에 적이 침입하였으니 곧 출동하여 공격점령하라고 명을 받고 우리는 야간 출동하였다. 대대장이 다시 나에게 명령하였다.
“최 중위는 우측 중대장으로 공격하고 박 중위(현 육사생도대장 박준호 대령)는 좌측 중대장으로 공격하라.”
이것이 중대장으로서 처음 공격하여 보는 것이다. 내가 맡은 제1중대는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250명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중대는 우측능선을 따라 올라가고 제2중대는 좌측능선을 따라 올라갔다. 중대는 전진함에 따라 목표인 가산은 점차 가까워졌다.
능선으로 경격하는 도중 적으로 부터 아무 저항은 받지 않았으나 적으로 부터 관측을 받으면서 일보일보 전진한 것은 사실이었다. 사체를 세밀히보니 작일 전사한 사체였다. 대원을 시켜서 그 자리에 매장시키고 나는 다시 전진할 것을 명령하였다.
가산은 그 산 중턱에 성으로 되어 있는 특수한 고지이다. 우리 중대는 전진하다 성에 부딛쳤다. 성으로 부터 적의 기관총사격을 받았다. 적의 소총사격도 동시에 받았다. 가산에 있는 성은 10척 정도되는 성지이므로 용이하게 성을 넘어갈 수 없었다. 적으로 보면 방어하기에 최적합한 지형인 것이다. 부하들은 전진을 못하고 나는 중대장으로서 공격하여 가산을 점령하여야겠고 해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속수무책이었다. 우리들은 연구하였다. 전중대원을 일제히 사격시키고 약간의 병력으로 하여금 성지가 허물어진 곳을 택하여 돌입시키면 성내의 적들은 후퇴할 것으로 생각했다. 성이 무너진 곳을 찾아보니 세곳이 있었다. 능히 성내에 돌입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즉시 전중대에 일제사격 명령을 내렸다. 중대의 전체 화력이란 것이 대단히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약 5분간 계속 사격하였더니 적으로 부터 응사가 없었다.
나는 대대장으로 부터 무전을 받았다. “최중위! 무엇하나? 빨리 전진하라!”는 독촉을 받았다. 나는 “적들이 성에서 사격하므로 저희들도 일제사격을 시켰습니다.”라고 보고하니 대대장은 여전히 “빨리 점령하라!”고 하였다. 나는 “네, 네”하고 다시 일제사격을 전 중대원에게 명령하고 제3소대로 하여금 각분대별로 허물어진 성 있는 지점에 돌입하도록 명령하였다. 계속되는 중대 일제사격에 적이 응사하지 못하고 있는 툼을 타서 제3소대는 무난히 성내에 돌입하자 중대 전원은 3개 지점으로 부터 일제히 성내에 돌입하는데 성공(원문은 功자가 助자로 잘못 식자되어 있음)하였다. 나도 같이 돌이하여 본즉 적은 후퇴하여 산림속에서 보이지 않고 우리 중대 병력들만이 군데군데 뭉쳐 있었다.
나는 “각 소대는 앞으로 전진하여 200m 전방까지 진출하라”고 명하니 각 소대는 50m도 전진 못하고 정지되었다. 보니 적들은 산림속에 은신하며 우리 중대를 항하여 사격하고 있었다. 나도 급히 돌바위 틈에 쪼그려 앉아 적의 총탄을 피하고 있었다. 때마침 대대장으로 부터 무전연락이 왔다. “무엇하나? 조속히 가산 고지를 점령하라!”고 추상같은 명령이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보고하기를 “성내에는 돌입하였으나 전진하려고 하니 적은 산림속에서 응사하고 있습니다. 박격포, 50구경 기관총(원문은 50미리 기관총)으로 가산 고봉을 지원사격하여 주십시오” 하였다. 대대장은 “알았다”하고 무전을 끊었다. 적은 계속하여 사격을 우리 중대에 퍼붓고 있었다. 나는 돌바위 뒤에 숨어서 숨이 할닥 할닥 하면서 속수무책이었다. 총탄에 맞아 비명을 울리는 사병, 쓰러져가는 우군, 시시각각으로 우리 중대원의 수는 줄기만 하고 있었다. 총탄이 솔나무 가지에 맞아 솔잎이 우수수 나의 머리위에 떨어진다. 솔나무 가지에 적의 총탄이 맞아 나의 머리 위에 솔잎이 떨어질때 마다 나는 더 쪼그리고 쥐구멍만 있어소 들어가고 싶었다. 약 40분간 적의 사격을 받고 보니 어리둥절하였다.
가산 고지에 우군 박격포탄이 떨어지고 50구경 기관총 소리와 동시에 적의 사격은 정지하였다. 나도 살았구나 생각하고 일어서려고 하니 나의 전신이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도 공포에 떨었으며 솔나무 잎들은 전신을 덮고 있었다. 그때가 14시경이었다. 전중대원들도 공포에 떨고 있었으나 우군 박격포 소리에 정신을 차려 비로소 배고 고픈 것을 알게 되었다. 주식(晝食: 점심식사)은 12시경 우리 뒤를 따라 왔었다. 나는 주식 후 공격할 것을 결심하고 “전원 점심 먹어라”하니 모두 좋다 하였다. 나도 주먹밥이 한덩이 왔기에 두입가량 먹자 적으로 부터 급사(急射)를 받았다. 나는 다시 바위돌 틈에 숨었다. 모든 병사들도 각각 좋은 지형에 숨었다. 나는 “숨어서 밥을 먹어라!”고 명령하였다. 우리는 적의 맹사를 받으면서 점심을 다 먹었다. 마침 지형이 유리하였기 때문에 피해는 지극히 적었다. 피해는 전사 4명, 부상자 16명 정도였다.
우리 중대는 적으로 부터 맹렬한 사격을 받으면서도 돌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머물며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피해만 늘어가고 고지는 점령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돌격하기로 결심하였다. “돌격! 앞으로!”하고 외쳤으나 한놈도 일어서는 놈이 없다. 수차 “돌격! 앞으로!”를 외쳤으나 사병 장교 할것 없이 엎드려만 있었다. 할수 없이 3개 소대장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은 왜 돌격하지 않는가? 너희 소대장은 내가 돌격 앞으로 하면 사병들의 발 뒤꿈치 근방에 M2 카빈으로 사격하라”고 명령하고 각 소대에 보내고 나는 최후적인 목소리로 “돌격! 앞으로!”하면서 소대장 쪽을 향하여 가졌던 카빈 소총으로 따르륵 따르륵 사격하였더니 소대장들도 일어서서 사병들 뒤에 카빈 총을 사격하였다. 모든 중대 병사들은 “예! 올라갑니다”하고는 일제히 일어서서 돌격하게 되었다. 나는 계속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서 뛰어 고지를 향하였다. 우리 중대는 드디어 고지를 점령하였다. 가산 고지 정상에 올라가 보니 미처 도망하지 못한 적병이 4명 보였다. “쏴 죽여”하는 말과 동시에 그들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적 후사면을 본즉 적은 죽어라 하고 도망치는 것이다. 우리들은 또한 죽어라하고 사격하였다. 많은 적이 도망하다 쓰러졌다. 나는 각 소대장을 찾으니 제1소대장 유관식 중위(그후 전사)만이 나의 앞에 나타나고는 두 소대장은 없었다. 유중위에게 인원파악을 하라고 하니 곧 파악되었다. 고지 정상에있는 중대 전병력은 18명 뿐이었다. 나는 “할수 없다. 적의 역습이 있을 듯하니 정상에 배치하라”고 명령하였다.
명령이 끝나자 마자 적의 기관총탄이 비오듯 우리들 목표고지에 떨어졌다. 우리들은 배치도 못하고 엎드렸다. 나는 너무나 급하여 나의 곁에 있는 돌뒤에 숨지도 않고 꿩모양으로 큰 소나무에 머리만 숨기고 궁둥이는 들고 있으니 유 중위가 포복하여 와서 나를 끌고 큰 바위 밑으로 갔다. 적은 계속하여 사격한다. 우리들은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3분 가량 사격하더니 적사격은 정지되었다. 용감한 유 중위는 자기가 병사 6명을 데리고 직접 적정 정찰을 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돌바위 밑에서 유관식 중위는 과연 용감한 부하라고 생각하였다. 과거 전투경험이 풍부한 장교였다. 잠시후 유중위가 돌아와서 “적은 성외에서 최후적으로 사격한 것 입니다.”라고 보고한다. 나는 안심하였다.
그러나 2명의 소대장의 행방은 알수가 없었다. 유 중위에게 고지를 지키고 있도록 명령한 후 강 중위와 김 중위를 찾으니 김중위는 처음 돌격하던 지점에서 전사하였었다. 소대원 3명이 그자리에 앉아있고 다른 사병들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곧 세 사병들에게 김 중위의 사체를 후송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강 중위를 찾아 제3소대가 돌격하던 곳에 가 보니 전 소대원이 없다. 나는 536무전기로 강 중위를 불렀다. 2~3분만에 강 중위가 나타났다. 현재 위치를 물은 즉 돌격하던 지점에서 약 4km 떨어진 후방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고 나는 무전기로서 곧 가산고지에 올라오라고 명령하였다. 강 중위는 무전기에서도 들릴 정도로 부들부들 떨면서 “가산은 점령하였습니까?”하고 질문한다. “점령하였으니 곧 올라오라! 만일 올라오지 않으면 대대장님께 보고하여 총살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하였더니 강 중위는 본래 정진(鄭震 ) 대대장이 총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예! 곧 올라가겠습니다”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고지 정상으로 올라가려는 도중에 제2중대장으로 부터 무전이 왔다. “우리 제2중대는 현재 고전을 하고 있으니 가산 고봉으로 부터 측방 공격을 하여 달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 우리 중대 병력은 18명 정도이므로 측방 공격할 능력이 없다.”고 대답하였더니 박 중위는 빨리 하여 달라고 졸라댄다. “그러면 그 방향에 사격하여 주겠다”고 한 즉 “좋다”하고 끊는다. 나는 고봉에 올라 유 중위를 만나 “좌측방에 18명으로 일제 사격하라” 하니 곧 실시되었다. 계속하여 사격하고 있는 도중 강 중위가 나타났다. 부하를 30명 데리고 왔다. 나는 강 중위를 그 현장에서 총살하고 싶었으나 무서운 질책과 카빈 총대로서 궁둥이를 치는 것으로 그치고 명령하였다. “제2중대가 현재 고전을 하니 곧 제3소대의 뒤를 따라 좌측을 공격한다” 한즉 강 중위도 대답하고 나의 뒤를 따라 좌측으로 이동하였다.
약 250m 전진하는 도중 돌연히 제2중대장 박 중위(현 생도대장)가 나타났다. 나는 곧 박중위에게 질문하였다. “어떻게 된거야?” “저쪽에 적이 우글우글하다.” 박 중위의 대답이었다. 박 중위는 하도 고전을 하다가 못하여 우리쪽이 점령되었다고 하여 찾아오는 도중에 만난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부하 40명을 데리고 제2중대쪽으로 향하였다. 적은 아무 저항도 없이 도망한 것을 알고 제2중대는 전진하여 좌측 능선을 점령하였다. 조금 있으니 대대장도 우리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때는 7시경이었다. 우리 대대는 그날 저녁 그 곳에서 적을 경계하면서 방어에 최선을 다하였으나 적은 도망가고 없었다.
총알비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밥은 먹는다니 그것 참...
답글삭제뭘 먹어야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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