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6일 월요일

니클라스 세테를링의 Normandy 1944 개정판

스웨덴의 군사사가 니클라스 세테를링(Niklas Zetterling)의 Normandy 1944: German Military Organization, Combat Power and Organizational Effectiveness의 개정판을 읽었습니다. 큰 틀은 2000년도에 페도로비츠 출판사에서 냈던 초판과 같습니다. 전면개정판이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편 입니다. 하지만 좋은 저작이고 노르망디 전역을 공부하는데 필수적인 자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세테를링은 2019년에 낸 이 개정판에서 독일군의 전투 효율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근래의 연구들을 반박하려 합니다. 특히 독일군이 생산한 1차사료의 신뢰성을 비판하는 연구들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세테를링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연구는 독일 연구자 뤼디거 오버만스(Rüdiger Overmans)가 추산한 제2차세계대전기 독일군의 인명피해입니다. 세테를링은 오버만스가 독일군의 사상자 보고 체계에 대한 자료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독일군의 인명손실을 크게 과장했다고 비판합니다. 오버만스의 연구에서는 특히 1944~1945년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독일군의 인명손실이 기존의 통설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세테를링은 이게 자료를 잘못 이해한데서 온 오류라고 봅니다. 그는 독일군의 사상자 보고 체계는 전반적으로 정확한 편이고 독일군의 인명손실은 공식기록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자는 독일군의 전투 효율성이 연합군 보다 높지 않다고 주장하는 미국측 연구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봅니다. 특히 그가 주로 비판하는 대상은 피터 맨수어(Peter Mansoor)입니다. 세테를링은 미군이 생산한 자료만 일방적으로 인용하는 맨수어와 같은 연구자의 글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저도 이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맨수어는 The GI Offensive in Europe에서 미군의 전투효율성이 전쟁 말기로 갈수록 크게 향상되어 독일군을 능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세테를링이 지적한 것 처럼 맨수어는 독일측 사료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교차검증이라고는 전혀 되어 있지않은 겁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저작 중에는 이런 문제점을 가진 것이 꽤 많습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유명한 스티븐 앰브로스의 D-Day 같은 저작이 대표적이죠.

피터 맨수어가 자신의 주 논지를 뒷받침 하기 위해 인용한 존 슬로언 브라운(John Sloan Brown)의 연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존 슬로언 브라운은 통계기반 작전연구로 유명한 듀푸이의 연구를 비판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 시피 듀푸이는 통계기반 연구를 통해 독일군이 미군과 영국군에 비해 높은 전투효율성을 발휘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때문에 미국에서 듀푸이의 연구를 비판하는 연구자들이 존재하지요. 세테를링은 독자적으로 듀푸이의 연구 방법론을 검증하고 이것이 신뢰성이 높음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그는 듀푸이의 연구 방법론을 신뢰하는 입장이고 브라운의 듀푸이 비판은 오독과 자료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했다고 낮게 평가합니다.

오머 바르토브(Omer Bartov)의 연구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바르토브는 동부전선의 전투가 서부전선 보다 더 격렬했으며 이때문에 인명피해도 더 컸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세테를링은 인명손실의 총계가 아니라 사단 단위 평균 손실로 평가하면 동부전선과 노르망디 전역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노르망디 전역에서 발생한 사단당 인명손실이 동부전선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구판에 비해 수정된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노르망디에 투입된 독일군 부대의 전투력과 손실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저작입니다. 그리고 독일 자료를 독해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댓글 6개:

  1. 단종 서적이라 구하고 싶어도 비싼 중고 아니면 구할 방법이 없었는데, 마침 운 좋게 개정판이 나와준 덕분에 뒤늦게라도 구해 재밌게 읽어보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기존 독일군 전투 효율과 피해에 대한 통계에 대한 통설을 반박하는 게 꽤 재밌네요.

    해외배송 문제도 있고 19년 12월에 예약주문 했던 책을 2월 중순이 넘어서야 받게 됐는데 그간 기다린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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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영연합군 공군이 독일군 지상군의 작전에 끼친 영향을 비판한 부분은 지금도 꽤 유효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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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건 또 얼마나 하려나 하고 찾아보니 E북이 생각보다 많이 싸네요. 기저질환이 있어서 집에 처박혀 지내는데 좋은 볼거리가 생겼습니다.

    이 책으로 존 슬로언 주장을 대강 파악이 가능하려나요? 아니면 존 슬로언이 듀푸이를 비판한 저술의 제목을 좀 알고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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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로언의 책은 Draftee Division: The 88th Infantry Division in World War II으로 꽤 유명합니다. 듀푸이의 계량적 작전사 연구방식을 비판하기 위해서 제88보병사단을 사례로 연구했습니다. 슬로언의 주장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듀푸이가 독일군의 엘리트 기갑사단들의 교전 사례를 많이 인용해서 데이터에 문제가 많다, 독일군이 방어인 사례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정도입니다. 후자의 경우 요즘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죠. 독일군이 방자인 경우가 많아 교환비가 높다는. 물론 쉽게 반박 가능한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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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혹시 독일군이 방자이기 때문에 교환비가 높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담은 서적이나 논문이 있을까요? 세테를링의 저서와 병행하면 노르망디 전역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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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주 많습니다. 최근 저작으로 크리스토퍼 로렌스의 War by Numbers만 봐도 전력 열세의 독일군이 공세 상황에서 숫적 우위의 소련군에 대해 교환비 우세를 보이는 경향을 통계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고전인 듀푸이의 저작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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