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종식은 제2차세계대전 연구에 있어 일대 전환점이었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많은 사료들이 공개되면서 특히 독소전쟁 연구가 급격히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요. 러시아 정부가 독일 정부에 반환한 사료와 동독 정부가 소장하고 있던 사료가 통일 독일정부의 소유가 된 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동유럽의 공산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새롭게 서방에 공개된 자료도 많습니다. 체코 정부가 소장하고 있던 무장친위대 사료도 그 중 하나입니다. 프라하의 군사문서보관소에 소장된 무장친위대 사료들이 1990년대에 공개되면서 무장친위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12년 출간된 Norbert Számvéber의 Waffen-SS Armour in Normandy가 대표적입니다.
프라하 군사문서보관소가 무장친위대 사료를 소장하게 된 계기는 꽤 재미있습니다. 친위대 본부는 1944년 초 부터 베를린 북쪽의 오라니엔부르크(Oranienburg)에 보관하고 있던 서류들을 연합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프라하 동쪽의 자스무키(Zásmuky)로 옮겼습니다. 독일이 패망하자 이 문서들은 체코슬로바키아 정부가 소유하게 됩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화 된 뒤 무장친위대 문서들은 비공개로 제한적인 접근만이 가능했습니다. 동독 정부가 1950년대 부터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와의 교류하에 무장친위대 자료 중 일부를 반환받았습니다. 동독정부는 1957년 체코슬로바키아 정부로 부터 약 10톤 가량의 문서를 반환받았는데 이것은 친위대원의 신상문서, 무장친위대의 군법회의 기록 등이었다고 합니다. 동독정부는 반환받지 못한 문서에 대해서는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의 협조하에 마이크로필름을 촬영하고 해제를 작성했지만 동독이 붕괴될 때 까지도 이 작업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야 프라하에서 보관하고 있던 무장친위대 사료들이 본격적으로 공개되게 됩니다. 통일된 독일 정부는 체코 정부가 소장하고 있는 독일 사료들에 대한 조사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1991년 부터 독일 연방문서보관소와 체코 군사문서보관소 사이에 공식 교류가 시작됐습니다. 1993년에는 이때까지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Militärgeschichtliche Mitteilungen 52호에 Zuzana Pivcová가 쓴 프라하 군사문서보관소가 소장한 무장친위대 사료에 대한 짤막한 해제 "Das Militärhistorische Archiv in Prag und seine deutschen Bestände"가 발표되었습니다.
프라하 군사문서보관소가 소장한 무장친위대 사료군의 특징은 연대급 부대들의 문서가 주종을 이룬다는 점 입니다. 무장친위대의 야전군~사단급 문서들은 미국이 노획하여 1970년대까지 원본을 미국이 소장하고 있다가 서독 정부에 반환했습니다. 미국은 노획한 무장친위대 문서들을 다른 독일 문서와 마찬가지로 RG242 문서군에 넣어 관리했습니다. 프라하 군사문서보관소는 연대급 부대들의 사료를 소장했는데 이러한 문서들은 보다 미시적인 전술 단위의 연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물론 프라하 군사문서보관소에도 군단급의 상급부대 사료들이 있습니다만 미국이 가지고 있다가 독일 반환한 것에 비하면 소량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Norbert Számvéber의 Waffen-SS Armour in Normandy가 무장친위대 제12전차연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2000년대 이후 간행되고 있는 무장친위대에 관한 서적 중 많은 수가 프라하 군사문서보관소의 사료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체코 정부가 소장한 사료들은 현재 독일 정부가 소장한 무장친위대 사료들의 빠진 부분을 보완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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