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의 정보기관들은 전략적으로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정보전을 다루는 많은 저작들은 독일의 수많은 실패사례와 연합국의 성공사례들을 비교하고 있지요. 전략적인 면에서 제2차대전 시기 독일의 정보기관들이 실패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일 입니다. 그런데 전략적인 성공사례들만 놓고 보면 연합국 정보기관들의 한계를 놓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전차원의 정보전에서는 어땠을까요?
스웨덴의 군사사가 세테를링(Niklas Zetterling)은 Normandy 1944 : German Military Organization, Combat Power and Organizational Effectiveness에서 이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제2차대전 중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은 무장친위대와 국방군 기갑사단의 전차연대 편제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고 전쟁이 끝날 때 까지도 이런 잘못된 평가를 유지했습니다. 예를들어 1945년 3월 15일 간행된 TM-E 30-451 Handbook on German Military Forces에서는 국방군 소속 기갑사단은 4호전차 52대와 판터 51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무장친위대 기갑사단은 4호전차 64대와 판터 62대를 보유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1) 물론 이건 잘못된 평가입니다.
미군이 추정한 독일 국방군 기갑사단 편제표 TM-E 30-451 Handbook on German Military Forces, p.II-26 |
미군이 추정한 독일 무장친위대 기갑사단 편제표 TM-E 30-451 Handbook on German Military Forces, p.II-28 |
세테를링은 독일 사료를 근거로 미군이 추정한 이런 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2) 독일 국방군과 무장친위대 기갑사단의 전차연대는 편제상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편제상 전차 보유대수는 동일합니다. 물론 1944년 후반기 이후 정치적으로 친위대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무장친위대의 기갑사단 편제를 정규군과 차별화 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3) '최소한' 장비 보급 측면에서는 국방군과 무장친위대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독일군에 관한 여러 연구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적군의 편제와 병력 규모를 파악하는건 매우 어려운 일 입니다. 정보기구들이 자주 실패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전 서부전선의 독일군 기갑사단 배치와 전력을 파악하려던 연합국의 시도가 실패한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영 연합군은 상륙작전 직전까지도 노르망디에 배치된 독일 제21기갑사단의 전차 전력이 총 240대에 달하고 이중 상당수가 판터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무장친위대 제12기갑사단을 합치면 독일군이 총 540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4) 실제로는 독일 기갑사단 중 가장 전력이 약했던 제21기갑사단을 무장친위대 기갑사단 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21기갑사단이 노르망디 상륙 직전인 1944년 6월 1일 보유한 전차를 보면 3호전차 6대, 4호전차 장포신형 98대, 4호전차 단포신형 6대, 프랑스제 S-35 40대, 호치키스 H-35 2대로 총 152대입니다.5) 이중 48대는 구식화된 독일제와 프랑스제 전차이니 연합군 전차를 상대로 유효한 전력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장포신 4호전차 98대가 실질적인 전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쟁에서 확보해야 하는 정보는 굉장히 방대합니다. 연합국의 정보기관은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독일 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소련도 전쟁 말기 까지 독일군의 규모와 편제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평가하는데는 형편없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러시아 군사사가 발레리 자물린은 소련군이 쿠르스크 전투 당시 독일군 기갑사단의 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지요.6) 연합국 정보기관이 작전 차원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보여준 한계점은 사실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기 때문에 종종 간과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을 알아야 제2차세계대전 중 정보전의 양상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를 할 수 있겠지요.
주석
1) TM-E 30-451 Handbook on German Military Forces, War Department, 1945, pp.II-26~II-28.
2) Niklas Zetterling, Normandy 1944 : German Military Organization, Combat Power and Organizational Effectiveness, casemate, 2019, pp.18~19
3) "SS Panz. u. SS Panz. Gren. Div" SS Führungshauptamt Amt II Org.Abt.Ia/II, Tgb.Nr. 948/45 g.Kdos. (1945. 2. 14), H16/120 Zustandberichte Band 501(Gen Insp d Pz Tr/Org Abt.), RG242 T78 R617.
4) Marc Milner, Stopping the Panzers : The Untold Story of D-Day,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14, pp.90~91
5) Zetterling, p.330.
6) Valeriy Zamulin, 'Prokhorovka: The Origins and Evolution of a Myth',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5-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