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간행된 아브라함 라비노니치의 『욤 키푸르 전쟁』 한국어판을 읽었습니다. 한국어판 번역을 담당한 분이 이승훈씨 인데 이 분은 일조각에서 간행한 『미드웨이 해전』을 번역하신 바 있습니다.
플래닛미디어에서 간행한 한국어판은 2017년에 나온 개정판을 모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2017년에 나온 개정판은 여러가지의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총참모부에서 간행한 욤키푸르전쟁 공간사를 참고하여 주요 국면에서 이스라엘군 수뇌부가 내린 결정과 그 영향을 잘 서술한 점이 강점입니다. 2017년 판에 추가된 흥미로운 내용들은 이렇습니다.
- 나세르의 사위를 포함한 이집트인 정보원들이 이스라엘의 반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 전쟁 전 이스라엘군 특수부대가 이집트에 침투해 이집트군의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으나 정작 개전 직전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치명적 실책을 저질렀다.
- 국방장관 모세 다얀이 아랍측을 위협하기 위해 핵을 사용할 구상도 했으나 메이어 총리가 거부했다.
- 개전 5일차에는 전황이 너무 불리해서 자신감을 상실한 이스라엘군 총참모장이 정부에 휴전협상을 요청할 정도였다.
2017년 판에는 이렇게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 중에서 나세르의 사위가 이스라엘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 졌지요.
논픽션으로서 구성이 매우 탄탄합니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정부의 정책적 결정, 군 수뇌부와 야전 부대 지휘관들의 결정, 일선의 장교와 사병들의 경험을 생동감 있게 보여줍니다. 원서를 읽다 보면 간혹 일선 전술부대들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버거울 때가 있는데 한국어판은 충실한 역자주를 통해 이런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 또한 이스라엘의 시각으로 욤 키푸르 전쟁을 보여주는 저작이라는 겁니다. 이스라엘 관점의 책은 지금까지 매우 많이 나왔습니다. 이 책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이스라엘의 입장을 매우 상세히 보여주는데 비해 여전히 이집트와 시리아 등 아랍쪽의 움직임에 대한 서술은 소략합니다. 이집트군 일선 병사의 입장을 보여주는 인물로 마흐무드 나데의 일화가 실려있긴 합니다만 이 이야기도 나데의 일기장을 이스라엘군이 노획했기 때문에 알려진 것 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영어권도 비슷한 편 입니다. 다니 아셔의 저작 The Egyptian Strategy for the Yom Kippur War 같은게 있긴 하지만 이것 조차 이스라엘 쪽에서 쓴 책이죠.
매우 훌륭한 논픽션이고 한국어판의 번역도 좋습니다. 번역을 할 때 역자주를 최소화 해서 가독성을 높였는데, 이건 매우 좋은 방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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