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6월 초 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러시아의 괴뢰군이 T-62 전차를 사용하는 사례가 계속 목격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서류상으로는 대량의 T-72와 T-80계열 전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T-62 투입에 관한 소식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이제 러시아군이 T-62를 사용하는 모습이 매우 많이 목격됐기 때문에 T-62가 21세기 '강대국'의 전쟁에 끌려 나온 이유에 대해 몇가지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초 Wavell Room 웹사이트에 실린 군사전문가 콜린 로빈슨(Colin Robinson)의 관련 글(T-62s for Russian reserve units in Ukraine)과 9월 1일 영자지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실린 우크라이나 기자 일리야 포노마렌코의 기사가 흥미있어서 번역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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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로빈슨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매우 많은 전차를 상실했다. 875대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차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일부는 구식 T-62 전차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현역에 복귀시킨 일이다. 그 원인은 T-62 보다 신형인 전차들을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한데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단계는 확실하게 끝났다. 키이우를 포위 점령하려던 양익 공세와 하르키우를 노린 공세는 모두 저지되고 격퇴되었다. 이제 전쟁은 장기간의 대치 국면으로 넘어갔다. 아마 전쟁이 몇년은 더 갈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힘은 우크라이나의 의지와 서방의 무기 지원에 부딛혔다.
전쟁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사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2013년 봉기 이전과 직후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가 고양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된 국가로 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인적 자원에서 우세하다. 독립 분석가들은 젤렌스키가 5월 21일까지 700,000명의 병력을 동원했다고 발표한 내용이 상당히 믿을 만하다고 본다.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베로도네츠크를 상실한게 우크라이나에게는 큰 패배가 아니다. 전투의 중점은 러시아군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를 수복하는것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러시아의 손실은 매우 높다. 현대 전장의 핵심적인 무기 체계는 주력전차다. 주력전차는 보통 120mm나 125mm 주포를 탑재했다. 1916년 9월 플레르-쿠르슬레트(Flers–Courcelette) 전투에 최초로 전차가 투입된 이래로 전차의 장갑을 뚫고 격파하려는 자와 전차의 방어력을 높이는 전차 설계자들의 경쟁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러시아 전차가 격파됐다. 몇몇 사람들은 전차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틀렸다. 현대의 제병협동전투는 포병의 지원을 받는 하차 보병과 장갑차량을 적절히 혼성해 이루어진다. 각 병과의 적절한 비율은 언제나 논쟁거리다. 하지만 하차 보병을 지원하기 위해 기갑차량을 사용하는 개념이 위험하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IISS가 간행한 2022년도판 밀리터리 밸런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러시아군의 주력전차 숫자를 2,930대로 추정했다. 공개자료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이나 정보기관들이 현재 진행중인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인간의 피로, 스트레스, 흥분으로 인한 전장의 안개가 정확한 분석의 장애물이다. 하지만 SNS 덕분에 과거의 다른 고강도 분쟁들 보다도 전투의 진행 상황을 분단위로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은 사실이다. 1973년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제7전차여단과 제188전차여단이 시리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웠을 때는 벽걸이형 유선전화기를 쓰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즉시 인터넷을 통해 사진을 전송하거나 업로드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을 파악하는데 있어 SNS의 존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매우 유용한 추정치를 얻을 수 있게 한다. 오릭스(Oryx) 웹사이트는 러시아군 전차 손실 분석을 아주 잘 해 놓았다. 이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6월 21일까지 실제로 파악된 러시아군 주력전차 손실은 789대다. 이 중 447대가 파괴됐으며 22대는 손상, 49대는 러시아군이 버리고 달아났으며 252대는 우크라이나군이 노획했다. 물론 오릭스 웹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전장의 상황은 분 단위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의 군사관련 계정들은 다른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오릭스에서 추정한 통계가 실제 손실의 대략 70~80% 수준이라고 본다. 즉 실제 손실은 오릭스에서 추정한 것 보다는 약간, 아마도 20% 정도 높을 듯 하다. 보다 신뢰할 만한 추정치는 6월 16일 미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Mark A. Milley) 대장이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갑 전력의 20~30% 가량을 상실했다. 밀리 대장은 이를 '심각한' 피해라고 했다.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보유한 전차는 대략 3,000대 정도였다. 오릭스에서 추정한 파괴된 전차의 숫자 447대는 450대로 반올림 한다.(다른 통계들도 모두 반올림해서 대략적으로 집계한다.) 그리고 이 추정치가 실제 손실의 75% 정도라고 보면 파괴된 전차는 600대다. 같은 방식으로 손상을 입은 전차는 30대, 버려진 전차는 75대, 노획당한 전차는 336대로 추산한다. 약간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러시아군이 손상을 입은 전차를 모두 회수해서 수리했다고 가정하면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은 약 1,011대다.(반올림해서 1,000대로 친다) 이 숫자는 정확하게 러시아군이 보유한 전차의 30%이고 밀리 대장이 추산한 최대 추정치와 일치한다. 여기서 다시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을 총 보유량의 27.5%로 추정할 수 도있다. 아니면 20%와 30%의 중간인 25%로 추산할 수도 있다. 여기서 오릭스의 추정치가 실제 손실의 70~8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러시아군의 27.5%의 전차를 상실했다면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은 875대로 추산된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 출처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에서 6월 27일까지 1,552대의 러시아 전차를 격파했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전쟁시에 군인들이 적 장비를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할 때는 '전장의 안개'의 영향으로 종종 과장되기도 한다. 1940년 9월 15일 '배틀 오브 브리튼 데이'때 영국공군은 175~185대의 독일 공군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끝난 뒤 자료를 보니 독일 공군의 실제 손실은 영국 공군이 추정한 수치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도부에게 유리한 선전을 해서 사기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가능한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오릭스나 이와 같은 독립적인 분석가들에 의존하는게 좋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은 전쟁 이전 보유했던 가동가능한 전차의 3분의 1을 상실하는 심각한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5월 24일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 육군이 예비대대전투단에 치장 물자로 있던 구식 T-62 전차를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T-62는 너무나도 시대에 뒤떨어진 장비다. T-62는 보다 신형인 T-72나 T-80과 달리 훨씬 구경이 작은 115mm 주포를 장착하고 있으며, 방어력도 뒤떨어지고 사격관제체계와 무전기도 낙후되었으며, 야간 전투 능력은 전무하다시피 하며 속도도 느리고 주포 발사속도도 떨어진다. 그리고 다른 신형 전차와 비교했을 때 더 불리한 점이 있는데, 바로 탄약 배치다. 1986년에 간행된 제인스의 Main Battle Tank에 따르면 T-62는 115mm 포탄 40발을 싣고 다니는 데 이 중 16발이 차체 전면의 조종수 좌석 옆에 실린다. 적의 포탄이 장갑을 관통해 승무원실 까지 뚫고 들어와 탄약고에 맞는다면 승무원들은 몰살이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같은 신형 전차들은 탄약을 블로우 오프 패널이 달려 있는 승무원들과 분리된 공간에 탑재한다. 그리고 T-62는 보다 신형인 T-72나 T-80과는 완전히 다른 전차다. 즉 T-62는 부품이 달라서 군수 체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6월 19일 목격된 열차에 실려 이동하던 T-62들은 1980년대 초반에 업그레이드된 형식이었다.
IISS에서는 치장 물자로 있는 러시아군 전차의 숫자가 10,200대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2000~2001년 사이에 IISS에서 근무했을 때와 아프리카 국가 군대들을 분석하는 팀에 새로운 정보를 보냈던 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IISS의 정보도 자주 업데이트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IISS는 전 세계의 모든 군사 문제를 훌륭하게 추적하고 있지만 자료가 들어와야만 분석을 잘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이 비축하고 있는 전차 숫자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2018년이었다. 2017년 이전에는 러시아군의 17,500대의 전차를 비축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이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T-62를 다시 현역에 복귀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T-62 보다 훨씬 신형인 전차들도 치장물자로 있다. IISS는 T-72 7,000대, T-80 3,000대, T-90 200대가 치장물자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예방 차원의 적절한 정비를 하지 않아 충분히 현역으로 사용할 수 없다. 정치학적 개념으로 보면 러시아는 취약국가이다. 그리고 부정부패가 러시아 군대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비축 상태로 있는 러시아 군용차량들이 부정부패가 만연해 만성적으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냉전이 끝난 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받고 (정비를 받은) 차량은 T-62 뿐이라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에 따르면 이때문에 T-62를 최소한 예비부대에는 다시 배치한 것이다. 현역으로 재배치 할 수 있는 비축 상태의 T-62가 정확히 몇 대인지는 알기 어렵다. 2017년의 IISS의 마지막 추산에 따르면 2,500대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쟁이 발발하면서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에 비축 상태로 있는 전차는 10,000대가 아니라 기껏해야 6,000대고 그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3,000대 정도다. 그러니 2,500대의 절반 정도로 추산하는게 현명한 듯 하다. 그러면 대략 1,250대의 T-62를 동원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T-62는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예비대대전술단이 T-62를 사용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러시아 육군 여단은 우크라이나에 1~2개 대대전술단을 파견했다. 그리고 잔여 병력과 일선에 투입할 수 없는 병력은 주둔지에 남겨두고 있다. 물론 지금 남아있는 여단에서 세번째 대대전술단을 편성해서 보낼 수 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보다 가능성이 높은 건 현역으로 복귀시킨 T-62를 후방지역 부대나 도네츠크 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같은 괴뢰국 군대에 배치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괴뢰군으로는 러시아 제8근위군의 지휘를 받는 돈바스 제1군단과 제2군단이 있다. 그러나 T-62가 배치된 게 처음 확인된 부대는 다른 괴뢰군인 남오세티야 알라니아 자원병대대였다. 이 부대의 상태는 나빠보이지만 그래도 T-62를 배치했다. 그리고 6월 초 러시아가 드니프로강변의 도시인 바실리우카에 30대의 T-62를 배치했다는 정보가 있었다. 바실리우카는 러시아와 크름 반도를 잇는 보급로상에 있다. 폴란드의 Rochan 컨설팅이 전쟁 전반에 관한 정보들과 함께 이 첩보를 선명한 화질의 영상으로 제공했다. 이 영상은 한번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구식 T-62를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문제는 러시아가 이런 구식 전차를 전선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중요한 일이 아니다. 러시아군의 1선 전투 장비들은 다수가 파괴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 부터 대량의 신형 장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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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포노마렌코
러시아군이 진짜 보유하고 있는 전차는 몇 대인가?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차가 파괴되었다. 크렘린의 무모하고 실패한 키이우 전격전으로 러시아군은 1,000대의 전차를 잃었다. 2월 24일 이후 겨우 몇주 만에 말이다. 4월이 되자 우크라이나 북부의 전장은 전차의 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차 사냥꾼조는 수많은 전차를 산산조각냈다. 러시아군의 규모가 크다 해도 이렇게 많은 전차를 잃어버린 것은 러시아의 공격력에 큰 타격이다.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와는 달리 악명 높은, 소련 시기에 대량으로 비축된 전차들은 전투에 사용하기 곤란한 고철 더미에 불과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당장 전차 부족에 시달릴 걸로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는 심각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전쟁을 몇년간 수행할 수 있는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때문에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가 감당할 수 있는 수년간 이어질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대실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차의 시대가 끝났다는 관측이 성급함을 보여준다. 주력전차는 앞으로도 하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보병을 지원하고, 선봉에서 돌파를 이끌고, 돌파한 뒤 전차를 뒤따르는 기계화보병과 함께 성과를 확대하는 임무다. 우크라이나군은 필요하기 때문에 전투에서 전차의 역할을 확대했다. 포병이 부족해서 우크라이나 전차병들은 탱크에서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목표에 대해 곡사포 처럼 간접사격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은 전차를 집중적인 화력지원 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시가전 상황에서도 그렇게 운용한다. 하지만 영국이 지원한 전설적인 NLAW 같은 저렴한 보병용 대전차화기가 많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대열을 매복공격 하게 되면서 전차의 결정적인 역할에 도전하게 되었다. 미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 대장은 6월 중순에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여러 종류의 대전차 무기 97,000개를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밀리 대장은 이 숫자가 "전 세계에 있는 전차를 전부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대전차무기"라고 말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능력을 향상시킨 결과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붕괴시키려던 러시아의 계획은 철저히 실패했다. 밀리터리 밸런스 2021년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면전을 개시할 당시 러시아는 3,330대의 운용 가능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육군에 2,840대, 해군보병대에 330대, 공수군에 160대) 이 자료는 러시아군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전차를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는 T-72, T-80, T-90과 그 파생형이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장비 손실을 집계하는 온라인 조사 프로젝트인 오릭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9월 1일까지 최소 994대의 전차를 잃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독립적인 온라인 분쟁관측조직인 Conflict Intelligence Team은 오릭스의 데이터베이스는 전투에서 발생한 양측 손실의 70% 정도를 집계하고 있다고 본다. 노획되거나 격파된 차량들이 모두 기록되거나 촬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Conflict Intelligence Team은 러시아군이 거의 1,300대의 전차를 상실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즉 운용가능한 전차의 40%라는 엄청난 숫자를 상실한 것이다. 이 추정치는 지난 5월 CNN이 보도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CNN은 익명의 미국방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의 1,000대의 전차"를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의 공식 통계는 이보다 더 크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도발한 지 6개월이 지난 9월 1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은 1,997대의 러시아군 전차를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는 러시아군의 운용가능한 전차의 총 60%에 달한다.
반면 오릭스는 우크라이나군이 244대의 전차를 잃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중 125대는 전투에서 격파됐고 나머자는 버려졌거나 러시아군에 노획됐다. 여기에 Conflict Intelligence Team의 70% 법칙을 대입하면 우크라이나군은 2월 24일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800대의 전차 중 300대 이상을 상실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해외에서 전차를 도입했다. 폴란드가 원조한 차량과 러시아군으로 부터 노획한 차량 등이다.
고철 더미에서 부활하다
오릭스의 대략적인 추산만으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숫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군은 최소한 구식 T-72B 전차 220대와 2010년대에 개량된 주력전차인 T-72B3/M 270대를 잃었다. 그리고 35대의 T-80BVM과 20대의 T-90A, T-90M형 전차를 잃었다. 이것들은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러시아군 전차 중 가장 현대적이고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차량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상실했다고 추정되는 1,300대의 전차는 대략 14개의 완전편제된 전차여단, 또는 42개의 대대전투단에 해당한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보유한 전차를 전부 합친 것 보다도 많은 숫자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2,000대 가량의 전투 투입이 가능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고, 또 비축되어 있는 전차도 많다. 밀리터리 밸런스 2021년판에 따르면 러시아는 10,200대의 전차를 비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T-72, 3,000대의 T-80, 200대의 T-90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밀리터리 밸런스 2016년판에는 러시아가 냉전의 유물인 2,800대의 T-55(1950년대에 최초로 방사능 방호 체계를 갖춘 전차), 2,500대의 T-62, 2000대의 T-64를 보유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즉 러시아는 1950년대 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전차 17,300대를 보유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축된 전차 중 다시 꺼내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차량이 몇대나 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러시아인들도 잘 모를 것이다.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군 주둔지에 있는 차량을 세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소식 웹사이트인 Ukrainian Military Center에서 주로 러시아의 우랄산맥 동쪽에 위치한 러시아군 비축 시설 19곳의 구글맵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비축된 차량 중 2,299대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수십년간 야지에 방치되어 있다 보니 그냥 폐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녹슨 고철이 돼 버린 것이다. 그리고 1,304대의 전차도 의심스러운 상태다. 8월 22일 이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이 전차들은 전차 정비시설에서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열차에 실어서 전차 생산 공장으로 가져가 하역한 뒤, 정비소로 가져가서 어떤 결함이 있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다음에는 필요한 부품을 찾아야 하는데 몇몇 부품은 단종된 상태거나 신규 생산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2,075대는 수리를 할 수 있어 보인다. 비록 이중 일부는 공장까지 가져가야 할 걸로 보이지만 말이다. 나머지 886대는 제대로 보관이 되어 있고 완전한 운용이 가능해 보인다. 몇몇 러시아군 기지에는 지붕이 있는 차고가 있다. 차고에 보관된 전차는 1,330대 정도로 보이는데 이 차량들의 상태와 숫자는 알 수 없다.
수리한 구식 T-62와 T-62M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목격되었다. Ukrainian Military Center에서는 이 T-62들이 치장물자로 있는 T-72나 T-80보다 상태가 더 좋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 이때문에 러시아군이 T-62를 일선에 복귀시켜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러시아에 비축되어 있는 전차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부품을 약탈당하고 분해되었다. 전차 한 대를 정비하기 위해 다른 전차에서 부품을 떼 오는 것이다.(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특히 T-72 전차가 그렇다. 이 전차 중 다수는 상태가 엉망이다. 현재 진행중인 서방의 첨단 부품 금수조치로 인해 러시아는 보유한 무기를 수리하거나 현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전쟁을 계속한다면 T-72 초기형이나 T-80 초기형 같은 구식 전차들이 더 많이 나오는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
즉 러시아는 최소한 2,000대의 복구 가능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전차를 모두 소모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1960년대 초에 만들어진 고물들을 끌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다른 곳에서 전차를 확보할 수 도 있다.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정권은 현대화된 T-72 500여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