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 또 한권 나왔습니다. 통계에 기반한 군사작전 연구로 유명한 드퓨이 연구소(The Dupuy Institute) 소장 크리스토퍼 로렌스(Christopher A. Lawrence)가 집필한 Aces at Kursk 입니다. 이 책은 원래 더 일찍 나올 수 있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발간이 미뤄지게 됐습니다. 로렌스가 The Battle for Kyiv : The Fight for Ukraine's Capital를 집필하느라 이 책 보다 늦게 간행이 됐습니다.
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의 항공전, 특히 러시아전선의 항공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수적인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로렌스는 1990년대에 러시아에서 수집한 러시아의 1차사료와 기존에 공개되어 있던 독일측 1차 사료를 면밀하게 교차검증해서 쿠르스크 전투 항공전을 상세하게 재구성했습니다. 이 연구의 강점은 독일군이 공세를 가하던 기간의 항공 작전 통계를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과거 소련에서 나온 연구와 여기에 기반했던 서방의 연구(Von Hardesty의 Red Poenix 같은 저작)는 소련측의 엉터리 통계를 인용해서 신뢰성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로렌스는 보다 정확한 통계에 바탕을 두고 작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쿠르스크 항공전 연구 중에서는 통계가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일 단위로 상세한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보니 방대한 데이터에 압도된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방대한 통계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책이 딱딱하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쿠르스크 전투 항공작전의 전체적인 양상을 분석하면서 중간 중간 자잘한(?) 주제들을 짚고 넘어가면서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소련 에이스들의 격추 전과는 얼마나 정확한가, 항공기의 전차 공격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가 하는 것 들입니다. 로렌스는 소련 공군은 항상 아군 손실 보다 독일군 손실이 더 크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정확성이 매우 떨어졌고, 이 점은 소련 공군 에이스들의 전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합니다. 로렌스는 쿠르스크 전투 기간 중 소련 공군 에이스들이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72대 중 32대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건 니콜라이 굴라예프인데, 이 사람은 쿠르스크 전투 중 12대를 격추했다고 공인 받았으나 실제 격추는 2대 정도로 평가합니다. 소련 공군이 쿠르스크 전투 공중전에서 거둔 공식 전과는 실제 보다 7.4배 이상 과장되어있으니 소련 공군의 에이스 조종사들의 전과 기록은 그나마 양호한 편 입니다. 반면 훈련 수준이 높고 경험이 풍부한 독일 공군의 전과 기록은 매우 정확하다고 평가합니다. 로렌스는 독일 공군 에이스들이 격추했다고 공인받은 99대 중 실제 격추한 것은 95대로 정확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에리히 하르트만의 경우 쿠르스크 전투 중 20대를 격추했는데 이건 모두 사실일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