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커피집에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가 한 세트 들어왔습니다. 한번 훑어 보니 꽤 재미있더군요. 요리왕 비룡이나 식신이 생각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뭐, 사실 포도주 마실일이 별로 없다보니 포도주가 정말 그런가 싶기는 하더군요. 나중에 돈 좀 생기면 싼 포도주 몇 병 사 놓고 과연 보르도의 숲이나 타지마할이 나타나는지 시험해 볼 생각입니다.
이 만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캘리포니아산 포도주가 언급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캘리포니아산 포도주하면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백포도주입니다. 정확히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 군요.
베를린에 있을 때 였습니다. 반찬을 사러 나갔다가 2유로도 안되는 아주 싼 캘리포니아산 백포도주가 있길래 얼씨구나 하고 샀지요. 그리고 그날은 반찬거리가 많아서 아주 신나게 저녁을 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식 양념이 된 돼지고기 스테이크에 인디카종 쌀로 지은 밥, 여기에 으깬 감자를 얹어 놓고 마지막으로 포도주를 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포도주 따개를 사지 않은 것 이었습니다.
밥상 다 차려 놓았는데 술이 없다니. 이거 정말 난감하지 않습니까!
고심 끝에 포도주의 코르크를 칼로 후벼 파 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젓가락으로 끌어서 병을 따는데 성공은 한 것이죠.
문제는 뭘 가지고 포도주 병을 막느냐 였습니다.
잠시 생각한 뒤 그냥 한병 다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좀 무식하게 먹은게 아닌가 싶은데 그래도 꽤 맛있더군요. 즐거운 일이 많던 때라 그런지 모든게 다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제 기억력의 오류인지 모르겠는데 아직도 그때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것 같네요.
먹기 위한 고심때문에 더 맛이 있었을런지도...(퍽)
답글삭제행인님 // 그러고 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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