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이 대치한 전선. 양군 모두 참호에 틀어박힌 채 두문불출, 전선은 교착 상태가 되었다.
독일군은 참호에 틀어박힌 이탈리아군을 저격하기 위해, 이탈리아인 중에 흔히 있는 이름을 외쳐서 머리를 내밀게 한 후 그것을 저격하는 잔꾀를 발휘했다.
독일 병사 「어이, 마르코! 마르코 어디있어?」
이탈리아 병사 「여기야―」
그렇게 머리를 내밀고 대답한 이탈리아 병사는 총격당했다.
그 방법으로 많은 손해를 입은 이탈리아군은 간신히 그 잔꾀을 깨닫고 똑같은 수법을 독일군에게 시도했다.
이탈리아 병사 「어이, 아돌프! 아돌프 어디야?」
독일 병사 「지금 내 이름을 부른 것은 누구냐!」
이탈리아 병사 「네? 아, 접니다!」
그렇게 머리를 내밀고 대답한 이탈리아 병사는 총격 당했다.
그런데 이게 웃기기만 하는게 아닌 것이 실제로 독일군은 이런 방법을 꽤 썼고 성공을 거둔 사례도 더러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 명 단위의 저격이 아닌, 연대 급 전투에서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기만술에 대해서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사례는 Geoffrey Wawro의 The Franco-Prussian War에 나와 있는 1870년 8월 16일에 벌어진 마-라-투르(Mars-la-Tour) 전투입니다. 이 전투는 잘 아시다 시피 숫적으로 열세였던 프로이센군의 제 3군단과 제 10군단이 베르됭 방면으로 퇴각하려는 프랑스 라인군(Armée du Rhin)의 5개 군단을 포착해 승리한 전투입니다.
이 전투는 병력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프로이센군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오후 까지 프랑스군 주력이 베르됭 방면으로 돌파하려는 것을 저지하고 오후 3시30분~오후 4시경 제 10군단이 증원되면서 프로이센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전투는 저녁까지 계속됐는데 오후에 증원된 제 10군단은 프랑스군 우익의 제 4군단을 공격해 퇴각시키면서 사실상 마무리 됩니다.
저녁 전투에서 프로이센 6보병사단 병력은 프랑스군 제 4보병사단 70연대(제 6군단 소속)에 접근한 뒤 프랑스어로 아군이니 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프랑스 보병들이 아군으로 착각하고 소총을 내리자 프로이센군은 갑자기 일제사격을 퍼부어 프랑스군 제 70연대는 그대로 무너져 버렸습니다. 여기에 프로이센 기병이 가세해 프랑스어로 "프랑스 만세! 황제 만세!"를 부르며 돌격하자 프랑스 제 6군단전체는 공황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마-라-투르 전투에서 있었다는 이 사례는 단순한 기만도 실전에서 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 같습니다. 덤으로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도 일깨워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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