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9일 수요일

트루먼 - 꽤 재미있는 미국 대통령

요즘 읽는 책 중에는 마이클 펄만(Michael D. Pearlman)의 Truman and MacArhur : Policy, Politics, and the Hunger for Honor and Renown이 꽤 재미있습니다. 작년에 조금 읽다가 책장에 꽂아두고 1년이 지나서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맥아더를 해임하는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트루먼 재임기는 군사사에 관심을 가진 입장에서 매우 재미있는 시기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트루먼 행정부 시기는 꽤 매력적입니다. 트루먼은 2차대전이 종결되고 냉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지위에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 시피 트루먼은 약간 난감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위에 앉았습니다. 루즈벨트가 급사해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는데 트루먼에게 남겨진 임무는 전후 세계질서의 재편이라는 엄청난 것 이었지요. 상대해야 할 인간들도 스탈린이나 처칠 같은 희대의 대인배들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관점을 군대로 돌려보더라도 트루먼이 처한 상황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재임하는 기간 동안 미군은 전시동원체제에서 평화시의 급격한 병력 감축을 경험했으며 동시에 냉전의 시작과 함께 소련이라는 새로운 적을 상대하기 위해 체제 개편을 단행합니다. 그리고 트루먼 행정부에서는 각 군을 총괄하는 국방부가 조직되지요. 물론 초기 구상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국방부가 만들어졌습니다만.(자유주의자 놈들의 딴지란!) 그리고 이런 혼란의 와중에 초대 국방부장관인 포레스탈이 자살하고 이른바 제독의 반란이라는 민군관계에 파란을 몰고오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지요. 어수선한 사건들을 그럭 저럭 잘 수습하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한 것 만 보더라도 트루먼에게는 개인적으로 후한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민군관계에 있어서 2차대전을 통해 등장한 수많은 전쟁영웅들은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별일이 없었어도 거만했을 맥아더 같은 인물이 전쟁 영웅이라는 간판까지 달게 되었으니 군 통수권자로서 이들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은 골치 아팠을 것 입니다. 전쟁영웅이란 민주주의 체제에서 필요로 하는 대중적 인기를 가진 존재들이니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바로 제독의 반란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문민통제에 반기를 든 제독들 상당수가 전역과 같은 처분을 받았지만 몇몇 유명한 제독들은 그렇게 되지 않았지요. 아마 맥아더도 중국군의 개입으로 참패를 하지 않았다면 쉽게 축출하기가 어려웠을 것 입니다.(뭐, 마샬과 그 계열의 인물들은 맥아더를 싫어했다고 하니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맥아더는 한국전쟁 기간 중 행정부와 군수뇌부의 아시아 정책을 공공연히 비판했는데 이것은 문민통제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트루먼은 단호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트루먼은 초대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포레스탈이 자신을 기만했다고 판단하자 가차없이 교체했으며 한국전쟁에 개입하는 과정에서도 단호한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의회에 대해서도 자신의 영역에 쓸데없이 간섭한다고 툴툴댔다죠. 물론 포레스탈의 후임으로 앉힌 존슨은 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상당했던 맥아더를 교체할 때에도 맥아더가 일정한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자 해임시키지요.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민군관계의 측면에서 꽤 모범적인 군통수권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댓글 28개:

  1. "제독의 반란" 하면 해군전력에 대해 무지한 트루먼과 해군에 적대적인 육/공군의 간섭으로부터 해군력을 지켜낸 쾌거 쯤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민통제라는 대명제 상에서 보면 말씀처럼 대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 행위라고 볼 수도 있었겠네요.
    트루먼은 보통 이상의 능력자였다는데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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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루즈벨트에 가려서 그렇지 트루먼도 나름 인물이었던 모양입니다.(처음에는 무려'하딩'소리까지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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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인물은 인물이죠. 게다가 인기에 여러모로 부정적인 시국에서도 무려 재선까지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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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 어렸을 적 맥아더 위인전을 읽고 나서 트루먼은 우리편인 맥아더를 해임시킨 나쁜 대통령 정도로만 생각했었죠.(지금이야 아니지만) 마치 충무공을 해임한 선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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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제독들이 옳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트루먼은 나름대로 국방비를 삭감하면서 효율적으로 전쟁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게 필요했으니 말입니다. 육항/공군이 B-36을 아주 잘 홍보해 먹은 탓도 있고 당시 해군으로서는 공군의 전략폭격기에 맞먹는 핵투발 수단이 없었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담인데 트루먼도 꽤 군사사에 관심이 많아서 군사문제에 아주 문외한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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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는 꽤 괜찮은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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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렇지요. 공화당의 강력한 견제로 엿을 먹으면서도 잘 버텼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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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중국군이 개입했을 때 트루먼과 맥아더의 태도를 비교해 보면 꽤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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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1. 어느 평마따나 위대한 대통령에 근접했다는데 동의합니다. 그 정도 인물이 나오기도 극히 어렵죠.

    2. 존슨이야... 사실 트루먼 선거 자금 관련으로 은혜를 입은 것도 어느 정도 가감은 있어야 할겁니다.

    3. 한국의 어떤 진영 논리에서는 맥아더 숭배-> 트루먼 비하였다가 맥아더의 여러 전술/전략적 문제가 공론화되고 들어오지 트루먼 숭배로 급전환했지요. 조X제가 대표적입니다. ㅋㅋㅋㅋ

    데이빗 맥컬로우의 퓰리처 수상작인 트루먼 전기가 아주 괜찮던데요. 당연히 미번역이지만 놀라운건 이 작이 무려 "영화화"가 되었고 게리 시니즈가 트루먼이었죠. 의외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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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예전에 채명신 장군님의 '사선을 넘어' 라는 한국전쟁 회고록에 트루먼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어디 대학인가에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트루먼 대통령과 만나서 대화했던 구절이 어렴풋이 생각남니다. 그중에서 제일 기억이 남는게 트루먼 할아버지가 채명신 장군에게 "미쿡이 한반도 가르고 위쪽에 소련 진주시키고 낵아 맥아더 짤랐는데 한국 애들이 나 미워하지 않음?" 하는 식의 물음이 있었다더군요.
      트루먼 할아버지도 거물들 상대하긴 좀 많이 버거우셨던거 같더군요. ㄲ_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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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혹시 '제독의 반란'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네이버 검색 정도로는 알 수가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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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하딩 ㄷㄷㄷ;;
    그런소리 들었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삐뚤어질텐데,
    안삐뚤어진것만 봐도 위대한 사람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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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부통령은 장식이라니까요. 높으신분들은 그걸 몰라요......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정도로 존재감조차 없던 장식품 부통령이 전시중에 대권을 이양받고 저정도로 해냈다는게 정말 놀랍죠. 아마 저사람이 "저 듣보잡 뭐야?"라면서 은근히(도 아니였군요) 압박 들어온것을 떨쳐내고 정부/군부를 장악했다는거 하나만으로도 대인배 인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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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그러고 보니 일본만화 펫샵 오브 호러즈에서는 D 백작에게 "기린"을 사서(정확하게는 기린에게 간택되서) 국왕에 자리에 올랐고 원자탄을 떨어뜨린 대통령으로 묘사되지요.(듣보잡 부통령에서 위대한 대통령이 된게 기린때문에?)  하기야 대사중에는 기린을 사서 동족상잔의 비극과 분단을 일으킨 공산주의자(일성?)에 대한 언급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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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국방장관 루이스 존슨의 이론인 B-36 폭격기만 있으면 항모는 필요 없다는 사고에 반발해서 제독들이 집단 항명한 사건입니다. 그 여파로 상당히 많은 제독들이 옷을 벗거나 좌천되서 한국전에 참가하지요. 물론 B-36은 그정도 효과는 없었다는게 정설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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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제가 알기로는 트루먼이 1차대전에 포병장교로 참전한 것으로 압니다. 군사에 영 문외한은 아니었는데 육군 장교 출신이다 보니 해군보다는 육군 쪽에 좀더 기울 수 밖에 없었다는 서술이 니미츠 전기에 있더군요.  하긴 군비 감축에 있어서 효과가 바로 나오는 방법이 함선, 특히 항모 감축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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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span>윌슨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토마스 마샬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엣날 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하나는 바다로 뛰처나갔고, 또 하나는 부통령이 되었다. 그 후 아무도 두 형제의 소식을 못들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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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감사합니다
    문민통제라는 관점에서는 확실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군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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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트루먼 재선 운동당시 루이스 존슨이 총대를 맨 걸 보면 나름 의리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리 시니즈가 트루먼으로 나오는 영화라. 그 영화 꽤 재미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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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이승만 시절부터 맥아더를 이상하게 우상화 시켰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보면 맥아더는 한국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트루먼이 더 많은 도움을 줬음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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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제독의 반란의 뿌리에는 육군항공대와 해군간에 1920년대 이래의 알력이 있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트루먼이 1947년 회계연도 군 감축 계획에서 육항/공군에 좀 더 유리한 안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트루먼이 포레스탈을 초대 국방부 장관에 앉힌 이유도 해군을 무마시켜 보라는 의도였는데 포레스탈은 실패하고 말지요. 포레스탈 자신은 트루먼을 따르려 했지만 트루먼은 포레스탈이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해 해임시켜 버립니다. 그 후임으로 취임한 루이스 존슨은 루즈벨트 행정부 이래로 전략폭격기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해군에서는 극도로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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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지금 보면 약간 문제는 있지만 제독의 반란 당시 단호한 조치를 취한 것은 문민통제의 원칙에서 볼때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큰 원칙이 한 번 흔들려 버리면 곤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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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그 만화 참 재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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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실제로 트루먼을 Military History Buff로 묘사하는 역사가도 있더군요.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도 군사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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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하하하.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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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트루먼이라면 일단 생각나는 게 참전하자마자 의회의 특별 위원회 구성해서 군납과 관련한 비리 없애려고 노력한 것도 있었고...(당시 무명에 비루류였던 인물이 이런 거 생각하고 실천했다는데서 이미 비범함이 숨어있었구나...하고 감탄했습니다.)

    부통령에 대해서라면 테디 루즈벨트도 한 마디 했죠. "나보고 상원의장이나 하면서 말라 죽으란 소리군." 그런데 맥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바람에 테디가 대통령되고...그를 부통령으로 밀어준 공화당 다수파들은 "아, 망했어요."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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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하하하. 정말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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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공군 vs 해군의 결정타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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