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의 ‘창군초기 한국군의 사격군기 문제’라는 글에서는 한국군의 사격 군기 결에 대한 미국 군사고문단의 비판을 다뤘습니다. 뭐, 사격군기 결여는 사실 지휘관들도 경험이 부족하고 사병들도 훈련이 부족한 군대라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외국인들의 신랄한 비난은 약간 씁슬하긴 하지요.
한편, 20세기 중반에 한국인이 사격군기가 결여되어 있다고 까대던 미국인들도 100년 전에는 유럽 사람들에게서 마찬가지로 까이고 있었습니다. 남북전쟁이 벌이지자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등 유럽의 열강들은 연방과 남부연합 양측에 관전무관들을 파견해 전술과 군사기술을 관찰했습니다. 뭐,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 시기 유럽인들은 미국의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전쟁을 다소 낮춰보고 있었다지요.
영국 육군의 플레처(Henry Charles Fletcher) 중령은 연방군의 전투 방식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고 합니다.
“경험이 부족하고 훈련이 덜 된 부대가 그렇듯이 병사들은 총을 많이 쏘지만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먼 거리에서 너무나 많은 화약을 낭비하고 있고... (적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다.”1)
이런 견해는 다른 나라의 관전 장교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프로이센 육군의 샤이베르트(Justus Scheibert) 대위도 플레처 중령과 마찬가지로 연방군이 전투시 원거리에서 부터 총을 쏴대며 화약을 낭비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비판했습니다.2)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군사이론가였던 헨더슨(G. F. R. Henderson)은 아예 연방군과 남부연합군 양쪽 모두 탄약을 막대하게 낭비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지요.3)
물론 탄약을 낭비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일이겠습니다만 남북전쟁 당시의 미군, 즉 연방군은 한 가지 점에서는 100년 뒤의 한국군이나 남베트남군 보다 나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1860년대의 미국도 막대한 공업력을 가진 공업국가였다는 점 입니다.
주
1) Jay Luvaas, The Military Legacy of the Civil War : The European Inheritance(University Press of Kansas, 1988), p.16
2) Jay Luvaas, ibid., p.63
3) Robert H. Scales Jr, Firepower in Limited War(Presidio, 1995), p.3
'show me the money'도 꽤 긴 역사와 전통이 있....
답글삭제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 총을 쏜다는 것은 사냥을 하던 버릇때문 아니었을까요?
원거리에서 사격한다는 것은 확실히 전장군기의 문제로 볼 수 있을듯하구요.
답글삭제다만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고"라는 평가는 조금 더 살펴볼 여지가 있을듯합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선형전술에 따라 보병이 늘어서서 근거리 정면에서 서로 마주보고 사격을 했지만,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처음으로 엄폐 사격 개념을 도입한 터라 그런 전술 양상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일수도 있을듯 합니다.
<span>원거리에서 사격한다는 것은 확실히 전장군기의 문제로 볼 수 있을듯하구요.
답글삭제다만 "몸을 일으켜 세우지 않고"라는 평가는 조금 더 살펴볼 여지가 있을듯합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선형전술에 따라 보병이 늘어서서 근거리 정면에서 서로 마주보고 사격을 했지만,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처음으로 엄폐 사격 개념을 도입한 터라 그런 전술 양상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일수도 있을듯 합니다. </span>
예. 지적하신 부분이 맞습니다.
답글삭제유럽 국가들의 관전무관들은 엄폐 사격에 대해 장교와 부사관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유럽식의 전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낮게 평가를 했다고 하는군요.
화력을 중시하는 경향은 남북전쟁에서 확실하게 드러나지요.
답글삭제의 미국 기병들이 창검을 쓰지 않고 총질을 주로 한 것에 대해서도 "기마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혹평을 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답글삭제마지막 문단에서 반전의 멋을 느낀 건 저 하나입니까...(퍽!)
답글삭제셔만 장군이 연방쪽으로 가면서 한 말도 유명하죠. "일단 생산력 차이는 어떻게 할래?" 결과적으로는 셔먼의 예언아닌 예언이 맞았죠.
관련 연구를 읽어 보면 유럽의 관전무관들에게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연방군과 남부연합군의 전술적인 능력은 과소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장비나 보급 문제에 대해서는 평이 조금 나은 것 같더군요.
답글삭제예. 이미 전쟁 중반기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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