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사가 데이빗 글랜츠와 조나단 하우스의 스탈린그라드 3부작이 처음 출간된 것이 2009년 이었습니다. 놀랍게도 1부와 2부가
2009년에 출간되어 2010년 에는 3부작이 완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2012년 7월이 된 지금도 마지막 3부 소식이
들리지 않는군요. 1부와 2부 사이의 출간 간격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일찍 완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는데 의외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마지막 3부가 늦어질까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답은 단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1974년에 출간된 만프레드 케리히Manfred Kehrig의 Stalingrad : Analyse und Dokumentation einer Schlacht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만프레드 케리히의 Stalingrad는 독일 제6군이 스탈린그라드에 포위된 뒤
항복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3부작의 3부와 똑같은 시기를 다루고 있는 것 입니다.
케리히의 저작은 당시 접근 가능한 독일사료에 최대한 접근하였고 이 책은 분량의 방대함 만큼이나 포위전의 주요 국면에 대해 미시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나온 저작이어서 소련측 사료의 이용이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작전사로서 오늘날까지 유효한 표준적인 저작이라 할만합니다.
그러므로 소련 군사사에 정통한 글랜츠가 케리히의 저작에서 부족한 부분인 소련의 움직임을 보충한다면 글자 그대로 표준이라 할만한 저작이 나올 것입니다. 글랜츠의 3부작이 스탈린그라드 전역 전체를 커버하는 역작이 되는 것 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독일군의 움직임을 서술하는 것이 글랜츠의 저작에서 줄곧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란 점입니다. 당장 스탈린그라드 3부작에서
스탈린그라드 시가전을 다룬 2부만 하더라도 글랜츠 스스로가 독일군에 초점을 맞춰 스탈린그라드 전역을 연구하는 제이슨 마크Jason D. Mark의
도움을 크게 받았음을 인정하고 있지요. 전통적인 서술에서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의 반격이 시작된 이후 이야기의 중심은 포위된
독일군에 집중되었고 사실 그 부분이 후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소련군이 11월까지 계속된 독일군의 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낸 이후로는 관심의 초점이 공격자에서 방어자로 바뀐 독일군으로 이동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에서 서술한 케리히의 걸작이 버티고 있습니다. 글랜츠의 입장에서는 거의 40년 이전에 나온 이 걸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입니다.
굳이 케리히의 저작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글랜츠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때 소련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독일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취약한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들어 From the Don to the Dnepr : Soviet Offensive Operations, December 1942~Augst 1943에서 소련군의 1942년 동계 공세에서 독일군의 움직임은 상당부분 1985년에 나온 에버하르트 슈바르츠Eberhard Schwarz의 Die Stabilisierung der Ostfront nach Stalingrad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데이빗 글랜츠와 조나단 하우스의 역작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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