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을 역임한 밴 플리트의 인터뷰 녹취록을 조금씩 읽는 중 입니다. 오늘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보급에 대한 밴 플리트의 평을 소개해 보지요. 꽤 재미있습니다. 특히 보급에 대한 밴 플리트의 관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 같군요.
윌리엄스 중령 : 장군님. 우리 미군에 대해서는... 우리 미군이 한국전쟁, 아니 전쟁을 치를 때 마다 지나치게 많은 장비를 갖추고 보급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밴 플리트 : 아니오. 전혀. 전투에 임하는 군인은 불가피한 경우라면 기본적인 필수품 조차 없는 상황에서 싸울 수 있어야 하지. 하지만 우리 군인들에게 더 잘 해줄 수 있다면 최고로 해 줘야 하는 법이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하지. 우리는 미국 본토, 유럽, 그리고 한국의 산악지대 등 어디에서건 가장 훌륭한 급식을 했소. 아군은 매일 보급을 받았고 아이스크림 같은 특식도 자주 받았소. 통조림 아이스크림을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를 모든 사단이 가지고 있었소. 통조림 아이스크림은 걸쭉한 액체나 분말 형태였는데 물을 섞어서 얼리기만 하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었소. 그리고 차량 종점이나 철도 종점, 보급소에서 보급품을 추진하기 위해서 한국인으로 구성된 보급부대를 두었소. 한국인 보급부대는 지게(A frame)를 갖추고 있었는데 지게로 무거운 물품을 운반할 수 있었소. 한국인 보급부대는 식량, 탄약, 그밖의 보급품을 등에 짊어지고 전투부대에 전달했소. 그래서 아군이 보급을 잘 받을 수 있었던 것이오. 한국군은 별도의 급식을 받았는데 정말 부실하기 짝이 없었소. 한국인들은 그렇게 먹는 것에 익숙했지만. 급식은 대부분 밥이었고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생선이나 고기를 먹는 수준이었고. 밥에 간장(soybean sauce)과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이었소. 김치는 절인 배추인데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같은 음식이오. 김치는 밥을 먹을 때 맛도 내고 비타민도 보충해 주는 음식이었소. 한국군인은 하루에 11센트로 급식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미군은, 내가 생각하기에 하루에 급식비로 5달러는 소요됐던것 같소. 요리를 할 줄 아는 취사병들은 꽤 맛있는 급식을 했소. 하지만 몇몇 실력없는 취사병들은 근사한 스테이크도 망쳐버리곤 했지. 급식을 제대로 준비하는건 정말 문제였소. 이 문제를 돕기 위해 많은 강사와 감독관이 파견됐소. 그 중에서도 특히 조지 머디키언George Mardikian씨가 기억에 남는구려. 머디키언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마르 카얌Omar Khayyam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었소. 그는 1차대전이 끝난 뒤 유럽에서 후버 전 대통령과 함께 식량구호활동을 한 바 있소. 그리고 미국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었지. 머디키언씨는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요리 전문가가 되었소. 그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모든 취사장을 시찰한 뒤 급양담당 부사관들과 취사병, 그 외의 취사관련 인원들을 가르쳤소. 머디키언씨는 육군부의 지시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소. 그래. 우리 군의 급식은 최고였지.
“Interview with General James A. Van Fleet by Lieutenant Colonel Bruce Williams, Tape 4”(1973. 3. 3), Senior Officers Debriefing Program, US Army Military History Institute, pp.47~48.
모든 군대가 병사들을 잘 먹이려 하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한 군대는 흔치 않지요. 후방에서 물자를 준비하고 이것을 전방으로 추진해서 배급하는 과정이 딱딱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전방의 군인들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풍부한 생산력과 이것을 전장으로 수송할 수 있는 수단, 그리고 뛰어난 행정 조직 등 필요한 것을 제대로 갖춘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고기를 수송하기 위해 냉동선을 선구적으로 운영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잠수함 까지 아이스크림 제조 기계를 갖출 정도로 보급에 신경을 쓴 것을 보면 그저 부럽다는 생각 말고는 드는게 없을 정도입니다. 밴 플리트가 이 인터뷰에서 미군의 급식이 최고라고 자부한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군요.
그러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다 그런 보급을 할 수 있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답글삭제미국은 자기네 병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라입니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병사들에 요구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국가지요.
우리나라 사병들 내무반 꼴 보면 몇십년전과 변한거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능력이 없어서 그렇게 내무반을 내버려 둘까요?
사병들을 징집하여 이용하는데만 혈안이 되었지 진정 그들의 수고에 보답하겠다는 국가의 성의는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이런 나라가 전쟁에서 사병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요?
병력들이 "기본적인 필수품 조차 없는 상황에서 싸울 수 있어야"하는 걸 "모름지기 군인이면 기본적인 필수품도 없는 상황에서 싸워야"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_-
답글삭제맞습니다. 그게 핵심이죠. ㅋ
삭제우리나라는 아직도
삭제못 먹고 산 속에서 빡빡 굴러야 하는게 군대 아니냐고 사극에서 나오던디
그거보고 지금이나 천년 전에나 똑같은지...
근데 뭐 저 당시의 한국 사정이야 '밥 세끼는 제대로 나오는' 것 자체가 싸제에 대비한 군대의 장점이었다는 데서.........OTL......
답글삭제저때는 군대라고 딱히 나을게 없었습니다.
삭제전방에 아이스크림 통조림 보급이야 알고 있었지만 급식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본토에서 강사까지 초빙해왔을 줄이야...
답글삭제밴 플리트의 자부심이 모니터를 뚫고 나올 기세로군요. 미군들이 잘 먹고 다닌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하지만 그 때 그렇게 애써서 챙겨준 짬밥을 먹었던 병사들도 저기에 동의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답글삭제여담이지만, 제 군시절 미군과 합동훈련 뛸 때마다 한국군은 미군 식당에 감동하고, 미군은 남는 육개장 사발면 하나 얻을 수 있을까 호시탐탐 노리는 게 일상이었죠. 아무리 잘 해줘도 짬밥은 짬밥인 것 같습니다.
오오. 육개장 사발면.
삭제승리의 육개장 사발면-_-V
삭제10년 전에는(정확히 10년째입니다) 육개장 사발면 1개당 MRE 1박스로 바꿀 수 있었죠. 요즘 시세는 어떨랑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막상 먹는 사람들은 불평불만 ㅋㅋㅋ
답글삭제그렇습니다. ㅎㅎㅎ
삭제아무리 그래봐야 군대 짬밥은 짬밥...문제중년님의 유명한 인용 "MRE가지고 불평하는 놈들은 몽땅다 바르샤바 조약군 짬밥을 먹여야 해."도 있긴 하지만요.
답글삭제군대 짬밥관련해서는 참...집안에서 별의 별 희한한 경험을 많이 했는데,
1. 일단 월남에서 K-ration뿐 아니라 미군 C-Ration(당시는 MCI였던가요)도 다 드셔보신 아버지 경험담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냄새난다고 중대원들은 치즈니 고기는 하나도 안 먹고 맨날 단 과자, 케익 종류만 먹었는데 중대장-넵, 바로 제 아버지-은 "이게 다 저넘들이 칼로리 맞춰서 준 거야. 쓸데없는 소리말고 먹어둬!"하고선 그 꼬랑내 나는 물건 다 드셨다고(뭐 레이션에다가 브리니 까망베르니 파르미지아노니 넣었을리는 만무하지만 당시 한국사람들에게 양놈들 치즈니 과자니 하는 건 꼬랑내나는 물건^^;;;)결국 중대원들은 다들 배고프다고 아우성치게 됐다나요^^.
2. 70년대 초엔가 저기 서울외곽변두리 살 때인데 집 근처에서 뭔 전선 작업하던 군인들중 부사관이 부대 지급품이라고 받은 쌀과 오뎅과 몇가지 찬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죄송한데 이거 가지고 밥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집 지키시던 어르신들께서 애들 불쌍하다고 없는 돈에 시장가서 야채사고 뭐사고 집의 쌀로 밥해서 배불리 먹여 보내주셨다는...그때 말씀이 "나중에 우리집 애들도 저렇게 배곯으면서 고생할 텐데 그거 생각하면 남의 자식들 잘 먹여줘야지."
(물론 제 군 생활은...음...)
3. 80년대 중반인가...대략 MRE 초기형 나왔을 때인데 가족 동반 여행갔다 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카튜샤 근무하는 군인 둘-뭔 트럭몰고서 왔더군요. 물론 미군 트럭-이 저희한테 와서 "지금 저희가 돈은 없고 밥으로 먹으라고 이거 받았는데 지금 너무 우동이 먹고 싶어서 그러니 이거 두 개받으시고 우동 사먹을 돈 조금만 주시면 안될까요."-좀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돈이 없다는 데야 뭐.- 그래서 그 MRE 두개 받고 먹고 싶은 거 다 사주셨더라는...사실 이건 군 물자를 맘대로 팔아넘긴 거라 군법회의갈 껀수 아닐까하는 염려도 됩니다만...벌써 30년전 일이니 뭐^^;;;. 그리고 MRE 두 개라서...
1. 아 부친께서 베트남 참전을 하신 분이시군요.
삭제2. 훈훈한 미담이군요.
3. 으하하하. 우동! 한국에 오래 주둔했던 양반들인가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