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단되었던 점심식사를 하던 곳으로 채 돌아가기도 전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상황 전체를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이상한 사건 중 하나였다. 우리 왼쪽에 있는 연대에서 어느 장교가 우리와 연락을 취하려고 고함을 질렀던 것 이었다. 그는 격노에 휩싸인 것 같았다.
천성적으로 타고 난 용기가 술 때문에 광기로 발전한 듯 했다.
"영국놈들은 어디 있나? 제군, 저놈들을 박살내러 가자! 빨리! 누가 같이 갈 건가?"
격분한 그는 우리의 멋진 바리케이드를 파괴했고, 수류탄으로 길을 내면서 앞으로 돌진했다. 당번병이 그의 앞에서 참호를 따라 미끄러지듯 달리면서, 수류탄을 피한 자들을 소총으로 쏘아 쓰러뜨렸다.
두려움을 모르고 과감하게 자신의 몸을 던지는 용기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우리 역시 그의 도취 상태에 전염되어 수류탄 몇 개를 거머쥐고 그 미친 전투에 뛰어들었다. 곧 나는 진지를 따라 질주하는 그의 옆에 있었고 다른 장교들 역시 내 중대의 소총수들을 데리고 주저 없이 달려나갔다. 폰 브릭슨 대위마저, 자신이 대대장이라는 걸 잊고 소총을 들고 선두에서 달리면서, 적군의 수류탄 투척병들을 쏘아 거꾸려뜨렸다.
에른스트 윙거/노선영 옮김, 『강철 폭풍 속에서』 (뿌리와 이파리, 2014),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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