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글 한편 나갑니다.
이 글은 바르바로사 작전 4부작으로 유명한 데이빗 스타헬(David Stahel)이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31-3호에 기고한 “The Battle for Wikipedia: The New Age of
‘Lost Victories’?”의 번역입니다. 필자는 접근성이 높은 위키피디아에서 역사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필자들이 독일 국방군에 유리한, 특히 전쟁범죄 문제를 회피하는 서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위키피디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접근성을 가진 인터넷 매체라면 모두 해당됩니다.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실만 합니다.
**********
위키피디아의 전투: 새로운 시대의 ‘잃어버린 승리’인가?
데이빗 스타헬
에리히 폰 만슈타인 원수의 회고록 ‘잃어버린 승리’가 처음 영어판으로 나온 때는 1958년이다. 이어서 쏟아져 나온 다른 독일 고위 장교들의 회고록은 한 세대에 걸친 독소전쟁사 서술에 영향을 끼치는데 성공했다. 동시에 독일 국방군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초기에 리델 하트와 같은 군사사가들은 만슈타인의 회고록을 ‘제2차세계대전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며, 사실을 밝혀주는 저작 중 하나’라고 격찬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슈타인을 지지한 사람들은 그의 전쟁범죄 혐의에 눈을 감았다.1) ‘깨끗한 독일 국방군’의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져 수십년 동안 진실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독일에서 전개된 역사가논쟁(Historikerstreit)을 계기로 전쟁 기간 중 독일 국방군의 역할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논의가 시작됐다.2)
이후 영어권과 독일어권에서 수많은 연구가 나오면서 깨끗한 독일국방군 신화는 해체되어갔다. 역사가들의 연구를 통해 국방군이 전쟁에서 수행했던 역할에 대한 시각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독일에서도 제2차대전에 직접 참전한 세대가 점차 사라져가면서 국방군에 대한 시각도 학계의 정설을 따라가는 추세이다. 다만 최근 ‘페기다(PEGIDA)’와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같은 우익 운동이 일어나면서 역행적인 경향도 보이고 있다.3) 독일어 위키피디아를 예로 들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경향을 받아들여 제2차대전 당시 독일국방군의 역할에 대해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 30여년간 독일 국방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변했고, 특히 최근의 저작을 접한 젊은 세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전히 ‘깨끗한’ 독일국방군 신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 당분간은 영어권에서 깨끗한 국방군 신화가 사라질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영어권 세계에서 깨끗한 국방군 신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인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여전히 독일 장군들의 회고록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회고록들도 자료적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내용을 진실로 여겨서는 안된다. 한 연구자는 독일 장군들의 회고록을 “절반의 진실과 거짓말, 사실의 누락과 왜곡이 진실과 뒤섞여 있다”고 평했다.4) 기존에 간행된 독일 장군들의 회고록만 가지고 독일 국방군을 공부하는 것은 큰 문제다. 비판적인 주석이라던가 해설을 겸한 서문을 추가한 새로운 회고록을 발행해야만 독자들이 문제점을 잘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5)
두번째 문제는 위키피디아이다. 어쩌면 위키피디아야 말로 훨씬 더 파급력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객관적이라고 생각해 신뢰하기 때문이다.(필자 개인의 경험을 보면 학생들도 그렇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독일국방군에 관한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잘못된 내용이 존재한다. 공정하게 평가하자면, 전반적으로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상당히 신뢰할 만 하다는 연구도 있다.6) 하지만 영어 위키피디아의 독일국방군 관련 내용은 이 연구와 상충된다. 영어 위키피디아의 문제는 씌여지는 내용 뿐 아니라 편집자들의 개입으로 삭제되거나 남겨지는 내용이 의식적, 혹은 비의식적으로 ‘깨끗한 독일국방군’ 신화를 받아들이고 있는데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행위를 하는 편집자 중 상당수는 일탈적인 소수가 아니라 오랫동안 위키피디아 군사사(MILHIST) 프로젝트에 참여해 글을 쓰고 ‘편집을 담당한’ 인물들이라는데 있다. 위키피디아 군사사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독일국방군 항목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균형잡힌 정보를 만들기 위해 보다 비판적인 학계의 연구와 개설서를 제시하는 편집자도 있지만 이런 사람은 소수자에 불과하다. 이들이 기여한 내용은 철저하게 배격당하기까지 한다. 이로인해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삭제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수십년전 학계의 논쟁을 연상시키는, 위키피디아를 둘러싼 전투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위키피디아는 여론 형성에 힘을 끼치고, 당치도 않지만 진실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계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에게도 경고를 해야 한다.
필자는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편집하는데 일절 관여한 바 없으며,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됐다. 또한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편집자들의 헌신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위키피디아 편집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길고, 때로는 지루한 논쟁들을 일일이 읽는다. 평범한 위키피디아 이용자들은 모든 글에는 ‘Talk’ 페이지가 딸려있다는 사실을 모를것이다. 편집자들은 Talk 페이지에서 토론을 거쳐 본문에 어떤 구절, 문장, 자료출처를 넣거나 삭제할 지 결정한다. 구버전의 글 뿐만 아니라 본문을 둘러싸고 진행된 모든 논쟁도 저장된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본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전투의 결과물이 외부에 공개되어 공인된 정식 글이 된다. 그러나 때로는 충격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25년간 학계는 괄목할 만한 진보를 이룩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독일국방군 ‘전문가’들이 만든 수많은 글은 1950년대 수준에 머물러있다.
Talk 페이지를 보면 몇몇 편집자들은 나치 정권 및 그 정권이 저지른 범죄를 독일국방군에 속했던 인물들, 심지어는 고급지휘관들과 분리하려는 성향이 있다. 바르바로사 작전에서 제4기갑집단을 지휘한 에리히 회프너(Erich Hoepner) 상급대장 항목을 예로 들어보자. 회프너 상급대장은 소련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수행한 SD산하의 아인자츠그루페A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회프너와 학살부대의 관계를 다룬 부분은 최근 위키피디아에서 삭제되었다. 삭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일국방군을 따라 소련 점령지에 들어온 학살부대 중 하나인 아인자츠그루페A의 본부중대 및 2, 3중대는 독일 육군의 지원을 받아 루가 지구로 이동했다. 독일군은 아인자츠그루페A를 레닌그라드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 부대의 지휘관 발터 슈탈레커(Walter Stahlecker)는 부대의 이동이 제4기갑집단과의 협의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제4기갑집단의 요망이 있었다고 기록했다.[주석: Michael Jones, Leningrad: State of Siege, London, 2008, p.35] 슈탈레커는 독일국방군이 ‘전반적으로 임무에 협조적’이었으며 회프너가 지휘한 제4기갑집단 같은 경우는 ‘호의적이라 할 만큼’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평했다.[주석: David Stahel, The Battle for Moscow, Cambridge, 2015, p.37]”
이 구절을 삭제한 ‘LargelyRecyclable’이라는 편집자는 삭제한 이유를 모호하게 설명했다. ‘회프너의 생애에 있어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회프너와] 직접적으로 무슨 관계가 있는가?’ 원문을 작성한 인물은 회프너가 제4기갑집단 사령관이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LargelyRecyclable’은 이에대해 분노에 가득찬 답변과 함께 복구를 거부했다.
“당신이 제시한 참고문헌은 해당 내용이 실제로 회프너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입증하지 못합니다. 그 연결고리들은 당신이 만들어 낸것에 불과합니다. 해당 내용을 추가하려면 당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근거자료를 제시하십시오. 회프너에 관해 이렇게 대충 서술하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를 서술하는데 적절치 않고 위키피디아와도 맞지 않습니다. 아인자츠그루페의 특정 인물이 같은 지역에서 작전하던 제4기갑집단과 밀접하게 협력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폰 레프에 관한 글도 다시 이야기 하지요. 회프너와 폰 레프에 대한 글은 동일한 문제가 있습니다. - LargelyRecyclable(Talk) 09:49, 21 February 2018(UTC) ”
LargelyRecyclable은 이런 이유를 대면서 회프너는 아인자츠그루페A의 활동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이미 오래전에 논파되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8)
극소수의 예외도 있지만, 영어판 위키피디아의 에디터 대부분은 독일어 문헌을 읽지 않는다. 독일국방군의 범죄행위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1차사료와 중요한 연구서적들을 읽으려면 독일어를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독일어 문헌이 부족해서 ‘깨끗한 독일국방군’을 옹호하는 뻔뻔한 행동을 막지 못했다고 할수도 없다. 해당 주제에 관해서는 영어로 된 문헌 중에도 우수한 연구가 많다. 즉 이런 행동이 단순히 무지에 기인했다고 볼수도 없다.9) 두 명의 에디터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Panzer Ace’ 항목을 수정하려고 시도했던 사례를 살펴보자.(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위키피디아의 많은 항목에서 ‘독일국방군이 다른 국가의 군대 보다 훨씬 사악했다’는 논지를 취하고 있습니다. ‘Clean Wehrmacht’ 항목이나 현재의 ‘Panzer Ace’ 항목은 백과사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 두 항목을 비롯해 위키피디아의 다른 여러 항목들이 제2차대전 시기 독일군이 매우 악랄했다고 지적합니다. 중립적이지 않은 서술입니다! 이런 서술은 몇몇 서방 연합국의 시각을 반영하는 가벼운 역사잡지에나 적합하지 위키피디아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Makumbe(talk) 22:48, 1 November 2017(UTC)”
“이 항목은 예전에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네요. 유감스럽게도 정치적인 내용이 많아져서 많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 항목의 내용이 ‘나치는 사악하다’는 논조로 편향되어 있다는데 동의합니다. 이 항목을 그런 방식으로 집필해서는 안됩니다. 이 항목은 우수한 전과를 거둔 전차 지휘관들과 그들이 탔던 전차, 그리고 전투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Deathlibrarian(talk) 00:16, 2 November 2017(UTC)”10)
이들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나치는 사악하다’는 류의 서술을 삭제한다면 결국 위키피디아의 해당 항목에는 나치가 전쟁 중 선전을 위해 퍼트린 이야기만 남는다는 점이다. 독일 역사학자들이 나치 정권기를 비판한다는 사실은 친독일적인 편집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Makumbe는 저명한 독일 군사사학자 중 한명이 ‘자기 비하적’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연구는 그저 ‘독일국방군의 사악함’을 이야기하며 ‘안락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11)
내용의 출처가 되는 자료와 그 자료의 구성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이 이루어진다. 위키피디아는 출처가 되는 자료를 ‘RS(신뢰할 수 있음)’와 ‘non-RS(신뢰할 수 없음)’로 구분한다. Nug라는 편집자는 제36에스토니아 경찰대대가 유태인 학살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에스토니아 경찰대대가 학살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The 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
Encyclopedia of Camps and Ghettos, 1933~1945를 출처로 하고 있는데, 이 서적은 부적절한 ‘3차 문헌’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12)
이와는 정 반대의 사례가 있다. 한 편집자가 플로리안 베르거(Florian Berger)의 The Face of Courage:
The 98 Men Who Received the Knight’s Cross and the Close-Combat Clasp in Gold를 신뢰할 수 있는 자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수많은 편집자들과 논쟁이 일어났다.13) 이 책이 나치가 자행한 일들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결여하고 있으며 훈장 수여자들을 영웅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사실 이 책은 원래 독일국방군에 우호적인 것으로 악명높은 J.J.페도로비츠 출판사(J.J. Fedorowicz Publishing)에서 간행한 것이다. 이후 훨씬 평판이 좋은 스택폴 북스(Stackpole Books)에서 재간행 되었다. 대부분의 편집자들은 스택폴 북스에서 이 책을 다시 간행하자 돌연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한 편집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안녕하세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베르거의 책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위에 있는 링크 [1]을 보면 이 책은 자가출판물이 아닙니다. 이 책은 페도로비츠 출판사와 스택폴 북스에서 간행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출판사에서 말이죠. 제가 뭘 빠트렸습니까? 그럼 이만. AustralianRupert (talk) 08:28, 2 October 2016(UTC)”
“맞아요. 여기서 인용한 베르거의 저작이 자가 출판물이라는 주장은 적절치 않습니다. 베르거의 저작은 저명한 출판사에서 간행되었습니다. 그러니 공지만 하고 베르거의 저작을 non-RS에서 RS로 재분류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Sturmvogel66 (Talk) 15:02, 2 October 2016(UTC)”14)
다른 편집자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저는 베르거의 저작이 단지 제2차대전 당시 훈장을 많이 받은 독일 군인들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는 내용임을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쿠로프스키와 베르거의 저작이 페도로비츠 출판사와 스택폴 북스에서 간행되었다고 해서 이들의 저작을 RS로 분류할 수는 없습니다. K.e.coffman (talk) 19:03, 2 October 2016(UTC)”15)
이 지적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에디터 중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출판물, 특히 군사사분야 출판물에 대해 유치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군사사 분야는 잠재적인 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저작의 수준 차이도 크다. 문제가 되는 에디터 중 일부는 자신이 학위를 받았다고 하지만, 해당 분야의 학위가 전문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기까지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 출판사에서 간행한 서적들(Mit Eichenlaub… 같은)을 제외하는데 관여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예를 들면 스택폴 출판사 같은 곳에서) 별도로 재간행한 서적들까지 일괄적으로 제외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피어리뷰를 하는 전문적인 학술지에 몇 건의 서평을 기고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서평을 몇건 썼다고 해서 해당 문제에 대해 권위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저는 단지 제 개인의 의견을 쓴 것에 불과합니다. 저는 전문적인 저술을 했으며 학위도 네개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평균적인 사람들 보다 더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저작은 서평에서 비판적인 평가를 받을 겁니다. 비판을 받았다고 위키피디아 항목의 출처로 인용하기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내용을 글자그대로 활용하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위키피디아의 구성에 맞추면 되는 겁니다. AustralianRupert (talk) 03:42, 3 October 2016 (UTC)”16)
Auntieruth55라는 편집자가 AustralianRupert를 지지했다. Auntieruth55도 저술 경험이 있는게 확실하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스택폴 북스에서 재간행한 책들은 전반적으로 사실관계에 있어 신뢰할 만하다고 봅니다.’17) 사실 대형 출판사에서 간행한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그리고 스택폴 북스는 그들이 출간한 책들에 대해 피어리뷰를 하지도 않는데, 원래 페도로비츠 출판사에서 나온것들을 재간행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오히려 우려해야 할 점이다. 이런 에디터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은 군사사 서적 시장에는 독일 국방군을 옹호하고 숭배하는 틈새 시장에 맞춰 간행하는 책이 많다는 점이다. 독일 국방군 숭배자 중에는 ‘전차 에이스’ 미하엘 비트만을 숭배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한 역사가는 미하엘 비트만 숭배자들을 ‘나치 빠돌이(Nazi fanboys)’라고 비아냥 거렸는데, 이건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18)
인터넷의 오픈 소스 플랫폼에 뭐가 씌여지건 놀랄일이 아니며 어쨌건 간에 인터넷은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논쟁의 장을 제공하는 장소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괜찮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학계의 사람이 위키피디아 집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위키피디아가 가지고 있는 권위성이다. 나는 위키피디아 전체를 비판하는게 아니라 독일 국방군에 관련된 항목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위키피디아의 독일국방군 항목 중 일부는 매우 훌륭하다.(예를들어 현재의 에리히 만슈타인 항목이 그렇다.) 일부는 약간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아주 문제있는 내용이다. 위키피디아 항목에 딸린 Talk 페이지에 달려있는 코멘트들은 딱히 놀랍지도 않다. 10년전 위키피디아에서는 ‘Holocaust in Estonia’ 카테고리가 통째로 삭제된 일이 있었다.(위키피디아에서는 공통적인 주제에 속하는 항목을 카테고리로 묶고 있다.) ‘현재 위키피디아에서 에스토니아를 비방하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19) 지금은 이 항목이 복구되어 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의 특성상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리고 수많은 에디터들이 독일국방군과 그 협력 집단을 찬양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위키피디아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학생이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동안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고등학생들이 위키피디아를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연구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위키피디아에서 독일국방군 항목에 관여하는 에디터들은 대부분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역사학적인 교육은 물론 어학적인 능력도 부족하다고 본다. 자질뿐만 아니라,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는 동기도 다양하다. 상당수는 좋은 의도에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에디터는 극단주의적인 사상을 전파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또다른 일부는 역사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낭만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에서 가장 잘 씌여진 항목이라 해도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내가 아주 훌륭한 내용이라고 했던 항목이 몇달 뒤 다른 사람들이 읽을때도 그대로일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자료들과 마찬가지로, 위키피디아의 항목들을 읽을때는 극도로 비판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러시안 룰렛 같은 신뢰도를 가진 인터넷 자료에 의지하기 보다는 도서관에서 충분히 검증된 문헌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석
1) E. von Manstein, Lost Victories,
Zenith Press, Novato, CA, 1994, quotation on back cover. 만슈타인의 전범재판에 관해서는 V. G. Hébert, Hitler’s Generals on
Trial: The Last War Crimes Tribunal at Nuremberg, University Press of
Kansas, Lawrence, 2010; and M. Melvin, Manstein: Hitler’s Greatest General,
Thomas Dunne Books, New York, 2011, chapter 16을 참고하라. 만슈타인이 바르바로사 작전 초기의 절멸전쟁에서 수행한 역할에 관해서는 O. von Wrochem, Vernichtungskrieg und
Geschichtspolitik: Erich von Manstein, Ferdinand Schöningh, Paderborn, Germany,
2006을 참고하라.
2) 이보다 앞선 시기에도 선구적인 연구가 몇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탁월한 저작으로는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트(Christian Streit)의 1978년 저작, Keine Kameraden: Die Wehrmacht und
die sowjetischen Kriegsgefangenen 1941–1945, Deutsche Verlags-Anstalt,
Munich, 1978가 있다.
3) PEGIDA의 뜻은 ‘서구의 이슬람화에 맞서는 애국적인 유럽인들’[Patriotische Europä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이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3년에 조직된 독일의 국수적 대중정당이다.
4) R. Smelser and E. J. Davies II, The
Myth of the Eastern Front: The Nazi-Soviet War in American Popular Cultur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2008, p. 90. 이미 1992년에 와인버그(Gerhard Weinberg)는 ‘Some Thoughts on World War II’,
The Journal of Military History, 56(4) (1992), pp. 659–660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 “제2차대전기 유럽전선과 북아프리카 전선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독일 참전자들이 생산한 방대한 양의 회고록, 특히 하인츠 구데리안과 에리히 폰 만슈타인 같은 인물이 만들어낸 왜곡과 혼란의 장막을 뚫는 일이다. 2차문헌들은 오랫동안 독일군의 회고록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독일 군인들의 회고록을 당대의 사료와 교차검증해 보면 부정확한 내용, 왜곡된 내용,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날조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이렇게 신뢰하기 어려운 회고록과 여기에 기반한 방대한 양의 2차 문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사고를 하면서 글 쓰기를 해야 한다.”
5) 현재 유통되는 만슈타인의 회고록은 1958년에 리델 하트가 쓴 서문과 1981년판에 마틴 블루멘슨이 추가한 에세이가 포함되어 있다. 블루멘슨의 에세이는 만슈타인의 회고록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독일의 관점에서 제2차대전을 바라본 권위, 그리고 숭고함을 갖춘 저작이다. [만슈타인의] 행동과 그의 성품은 군인의 규범에서 봤을때 매우 높은 경지에 달했다.” (E. von Manstein, Lost Victories, p.
11.)
6) https://www.livescience.com/32950-how-accurate-is-wikipedia.html
(2018년 5월 18일 접속).
8) P. Steinkamp, ‘Die Haltung der
Hitlergegner Generalfeldmarschall Wilhelm Ritter von Leeb und Generaloberst
Erich Hoepner zur verbrecherischen Kriegführung bei der Heeresgruppe Nord in
der Sowjetunion 1941’ in G. R. Ueberschär (ed.), NS-Verbrechen und der
militärische Widerstand gegen Hitler, Primus, Darmstadt, 2000, pp. 47–61. 그리고 J. Hürter, Hitlers Heerführer: Die
deutschen Oberbefehlshaber im Krieg gegen die Sowjetunion 1941/42,
Oldenbourg Wissenschaftsverlag, Munich, 2006를 참고하라.
9) 영어로 된 연구로는: G. P. Megargee, War of Annihilation:
Combat and Genocide on the Eastern Front 1941, Rowman & Littlefield,
Lanham, MD, 2006; H. Heer and K. Naumann (eds.), War of Extermination: The
German Military in World War II 1941–1944, Berghahn Books, NewYork/Oxford,
2006; W. Wette, The Wehrmacht: History, Myth, Reality,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MA, 2006; A. J. Kay, J. Rutherford, and D. Stahel
(eds.), Nazi Policy on the Eastern Front, 1941: Total War, Genocide and
Radicalization, Rochester University Press, Rochester, NY, 2012등이 있다.
10) https://en.wikipedia.org/wiki/Talk:Panzer_ace#Turned_out_that_I_wasn’t_a_Sock_Puppeteer-
(2018년 5월 18일 접속).
11) Ibid.
12)
https://en.wikipedia.org/wiki/Talk:36th_Estonian_Police_Battalion#Novogrudok
(2018년 5월 18일 접속)
13) 플로리안 베르거(Florian Berger)는 일종의 위인전에 가까운 일련의 서적을 자비로 출간한 바 있다. 그가 집필한 서적은 다음과 같다. Mit Eichenlaub und
Schwertern: Die höchstdekorierten Soldaten des Zweiten Weltkrieges (2000); Ritterkreuzträger
mit Nahkampfspange in Gold (2004); Ritterkreuzträger aus Österreich und den
k.u.k. Kronländern (2006), Yak, Mustang und Spitfire: Die
erfolgreichensten Alliierten Jagdflieger des zweiten Weltkrieges.
Historische Abschussmarkierungen für jeden Piloten (2002).
14) https://en.wikipedia.org/wiki/Wikipedia:Good_article_reassessment/Joachim_Helbig/1#Berger;_related_articles (2018년 5월 18일 접속)
15) Ibid.
16) Ibid.
17) Ibid.
18) S. Zaloga, Armored Champion: The
Top Tanks of World War II, Stackpole Books, Mechanicsburg, PA, 2015, p. 3.
19) https://en.wikipedia.org/wiki/Wikipedia:Categories_for_discussion/Log/2007_August_10#Category:Holocaust_in_
Estonia (accessed 18 May 2018).
취미의 대상에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경향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군요. 뫄 저 스스로도 그런 경향이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건 좀 슬픈 일이군요.
답글삭제독빠 입장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