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이박사의 허풍 실력을 다뤘습니다. 이미 제 블로그에서는 이박사에 대한 괴이한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몇 번 다룬바 있습니다. 하나 같이 상식을 벗어난 희한한 이야기들이다 보니 반응도 제법 좋더군요.
그런데 40년대 후반의 조선은 매우 어수선한 곳 이었던지라 이박사가 아니더라도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인물은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경 임정의 광복군 사령관 이청천(지청천) 장군 되시겠습니다.
1947년 9월에 이청천은 주한미군 사령관 하지 중장에게 한국 정부 수립 이후의 국군 창설에 대해 자신의 구상을 담은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서한은 조금 긴 편인데 주한미군 사령부 정보참모부의 주간보고서에 실린 덕에 오늘날 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청천은 하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극동 지역에서 소련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대동청년단을 주축으로 30만명 규모의 한국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차피 구상이니 병력 규모가 좀 많은 것은 봐 줄 만 합니다.
표1. 이청천이 주한미군정에 제안한 미래의 한국군 규모
보병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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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화연대
|
항공연대
| |
부대 숫자
|
15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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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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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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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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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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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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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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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00
|
30,000
|
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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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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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00
|
31,200
|
11,760
|
[표 출처 : “Letter from General Lee ChawngChun to General Hodge”(1947. 9. 18), 『在朝鮮 미군 사령부 주간보고서 – 4(G-2 Weekly Summary, HQ. USAFIK)』, 일월서각, 1986, 87쪽]
그런데 중요한 것은 편지에 포함된 이 30만 규모 한국군에 필요한 장비 목록입니다. 이청천이 제시한 30만 규모 한국군에 필요한 군사장비의 수량은 대략 이랬다고 합니다.
표2. 이청천이 주한미군정에 제안한 미래의 한국군 장비 내역
보병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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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화연대
|
항공연대
| |
소총
|
173,000
|
15,000
|
0
|
자동소총
|
58,000
|
1,000
|
0
|
권총
|
62,500
|
0
|
3,500
|
경기관총
|
1,700
|
950
|
0
|
중기관총
|
2,000
|
200
|
0
|
12.7mm 기관총
|
1,150
|
130
|
0
|
60mm 박격포
|
1,100
|
80
|
0
|
81mm 박격포
|
550
|
50
|
0
|
57mm 대전차포
|
400
|
130
|
0
|
75mm 대전차포
|
130
|
20
|
0
|
75mm 야포
|
0
|
40
|
0
|
105mm 야포
|
420
|
100
|
0
|
155mm 야포
|
210
|
30
|
0
|
경전차
|
1,600
|
220
|
0
|
중형전차
|
270
|
40
|
0
|
차량
|
30,000
|
6,000
|
6,000
|
정찰기/연락기
|
60
|
10
|
200
|
전투기
|
0
|
0
|
380
|
공격기
|
0
|
0
|
230
|
폭격기
|
0
|
0
|
140
|
[표 출처 : “Letter from General Lee ChawngChun to General Hodge”(1947. 9. 18), 『在朝鮮 미군 사령부 주간보고서 – 4(G-2 Weekly Summary, HQ. USAFIK)』, 일월서각, 1986, 87쪽
]
다른 것은 둘째치고 30만 규모의 군대에 전차는 2,000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게다가 공군력의 규모도 장난이 아니지요. 그리고 군 편제도 매우 요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병연대와 차량화연대, 그리고 항공연대의 편제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름만 연대고 실제로는 사단 급 편제입니다. 항공연대의 규모도 굉장히 커서 1개 연대에 저 많은 항공기를 몰아넣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번역상의 실수는 아닌 것 같고;;;;; 일단 저런 요청을 하면 미국이 순순히 저 막대한 양의 장비를 원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저런 거창한 편지를 보낸건지 궁금하더군요.
이청천이 무슨 생각에서 저런 거창한 제안을 한 것인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이청천은 정규적인 군사경력이 짧았기 때문에 국가정책 단위의 군사적 식견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저런 무리한 발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강대국의 위협이라는 맥락을 고려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