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별로 좋지 않은 미드웨이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 나니 왜 평이 나쁜지 알겠더군요.
1937년(!) 부터 시작해서 진주만 기습, 둘리틀 특공대, 그리고 미드웨이 전투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것 저것 우겨넣으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감독과 각본가의 능력이 따라가질 못합니다. 넣어줬으면 하는 장면은 없고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은 들어가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극장에 가는 사람들이 태평양전쟁사를 예습하고 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건들이 주마간산격으로 지나갑니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가 못해요. 드라마 총집편을 보는 느낌입니다. 벌컥 둘리틀 특공대가 발진하고, 엔터프라이즈가 벌컥 산호해에 가 있고 갑자기 나타난 요크타운은 구멍이 난 채로 도크에 들어가 있으니 태평양 전쟁사를 모르는 관객은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잡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비중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사람들은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폭격기 조종사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딕 베스트 대위와 맥클러스키 소령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미드웨이에서 분전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1분 1초도 안나와요. 존 태치 소령 이야기가 없다니 이거 좀 너무하잖습니까. 차라리 파티 장면이나 미해군 장교 부인들이 남편 걱정하는 장면을 덜어내고 전투에 더 집중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일본군에 대한 묘사는 좀 애매합니다. 아무래도 적이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묘사할 여유가 없는게 가장 큰 문제겠지요. 그래서 일본측 지휘부에 대한 묘사는 좀 복합적입니다. 겐다 미노루는 나구모의 옆에서 찌질하게 쩔쩔매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걸 보고 있자니 왠지 즐겁습니다. 나구모는 소리만 꽥꽥지르는 무능한 꼰대 상사로 나오는데 좀 아쉽더군요. 쿠니무라 준 선생이 나구모를 연기했는데 좋은 배우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연기한 야마구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일본쪽의 주인공이라면 야마구치라고 할 수 있겠군요.
유일한 장점은 항공모함 결전을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듦새가 엉성해서야 밀리터리 오타쿠가 아닌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더군요. 어쨌든 태평양전쟁사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다면 그럭 저럭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유일한 장점은 항공모함 결전을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듦새가 엉성해서야 밀리터리 오타쿠가 아닌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더군요. 어쨌든 태평양전쟁사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다면 그럭 저럭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