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동 교수의 『근대역사학의 황혼』의 서두에서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서 비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입니다. 윤해동 교수는 한국에서 진보라는 개념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진보 개념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요구를 진보로 포장할 때 혼란이 초래된다고 보는 것 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정치의 문제를 아주 잘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 비판은 더 신랄합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진보 개념은
지극히 속류적이라고 비판하는 것 입니다. 필자는 진보라는 간판이 이상하게 사용되는 몇가지 현상을 비판합니다. 필자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직접 읽어보면 어떤 세력을 비판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세번째 비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필자는 진보가 그냥 일종의 기호로 작용하게 된 것은 진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자의식 없이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결과이며
결국 그 집단에게 강박증을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결국 진보라는 기호에 대한 강박은 그 자체로서 진보를 칭하는 진영의
보수화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비판은 현재의 진보를 칭하는 몇몇 정치집단의 문제를 아주 잘 파악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왜 집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으면서 단지 집권을 위한 통합만이 논의 중심이 되고 그런 정치 집단이 진보를 칭하는 현상은 정말 기괴합니다. 정치가
종교적인 속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진보라는 개념이 마치 점집의 卍자처럼 사용되는
것은 기괴하다 못해 웃기기 까지 합니다. 진보라는 간판을 단 사이비 예언자들이 넘쳐나는 지금 저는 진보라는 단어에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피곤한 사이비 예언자들의 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