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인 ‘다크 나이트’를 봤습니다. 격찬을 받은 영화여서 그만큼 호기심이 더 했는데 다행히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근사한 영화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기야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점을 먼저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이미 ‘배트맨 비긴즈’에서 보여줬지만 놀란 감독의 배트맨 세계관은 팀 버튼의 세계관과는 달라서 현실적인 요소가 제법 강합니다. 특히 이번 ‘다크 나이트’에서는 배트맨이 해외 출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배트맨 영화들이 고담시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됐던 것과는 반대로 ‘다크 나이트’에는 홍콩이라는 실제 공간이 고담이라는 가상의 공간과 병존하고 있습니다. 사실적인 공간묘사에 걸맞게 등장하는 배트맨의 적들도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초반부 은행 습격장면이나 영화 중반의 추격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담시 SWAT팀의 존재는 마이클 만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약간 불만인 점도 있긴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액션 장면의 연출이 영화의 전반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지만 중반의 추격 장면에서는 공간의 이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게 처리되어 마치 편집을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액션 장면의 연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다크 나이트’에서도 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중요 등장인물인 하비 덴트의 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매우 정상적인 인물로 묘사되던 하비 덴트는 약혼자의 죽음을 계기로 범죄자로 돌변하는데 삼류 신파극이 아닌 이상에야 이것은 한 인간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키는 동기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투 페이스도 꽤 매력적인 캐릭터여서 조금 더 잘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조커’입니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조커 연기에 대해 히스 레저 최고의 연기 등으로 격찬을 했는데 훌륭한 연기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의 격찬이 어울리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친놈(!) 연기는 기본만 해도 그럴싸하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히스 레저의 연기도 기본 이상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판타지적 색채가 강한 팀 버튼의 영화에서 잭 니콜슨이 소화했던 조커가 히스 레저의 조커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됩니다. 히스 레저의 연기에 대한 격찬은 그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기 때문에 덧 씌워진 후광효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네. 물론 히스 레저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여성 분들 중에는 극장을 나가는 분들도 조금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여성 보다는 남성들의 호응도가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