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30일 토요일

라스푸티차는 독일군의 타이푼 작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Jack Radey와 Charles Sharp의 공동연구인 "Was It the Mud?"를 읽었습니다.  이 논문은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8-4(2015)에 실린 연구입니다. 최근 연구 답게 독일 참전자들의 회고록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독일군의 타이푼 작전이 초기에 어려움을 겪은 주된 요인은 '라스푸티차'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라스푸티차는 부차적인 요인에 불과했으며,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겁니다.

저자들은 독일군 사단급 이상 부대들의 일지(Kriegstagebuch)에 기록된 기상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중부집단군, 제3기갑집단, 제4기갑집단, 제40차량화군단, 제41차량화군단, 제46군단, 제57군단, 제1, 6 , 10기갑사단과 제36차량화보병사단의 일지입니다. 독일군의 부대 일지들은 표준화된 양식으로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상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곤란했다고 지적합니다. 

이 연구는 분석 대상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중부집단군 전선 북쪽의 제9군과 제3기갑집단, 두 번째 그룹은 중부집단군 전선 중앙의 제4군과 제4기갑집단, 세 번째 그룹은 중부집단군 전선 남쪽의 제2군과 제2기갑군입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1941년 10월 1일 부터 11월 15일까지 도로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탕이 심했던 지역은 제2군과 제2기갑군 작전구역으로 총 6일은 차량 이동이 불가능했고 나머지 21일도 도로 상태가 불량했습니다. 도로가 양호했던 날은 10일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대들의 작전 지역은 제2군과 제2기갑군 작전 지역보다 도로 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제4군과 제4기갑집단 작전구역은 도로 상태가 좋은 날이 14일이었고 도로 사용이 불가능한 날은 없었습니다. 북쪽의 제9군과 제3기갑집단 작전 구역은 도로 상태가 좋은 날이 28일이었고 도로 사용이 불가능한 날이 없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라스푸티차의 영향 보다는 소련의 도로망이 서유럽 보다 부족했다는 점에 더 주목을 합니다. 기상 상태가 양호했던 10월 7일 이전에도 도로 부족으로 도로 정체가 심각했음을 지적합니다. 예를들어 타이푼 작전 당시 독일군 제3기갑집단은 제9군과 주보급로를 공유했습니다. 이때문에 보병과 마차는 18시 부터 05시까지 도로를 이용하고 기갑 및 차량화 부대는 05시 부터 18시까지 도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통 체증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도로 정체를 해소할 수 없어 제3기갑집단이 제9군에 다른 도로를 이용하라는 요구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얼마 되지 않는 도로에 대량의 차량이 몰리다 보니 도로의 상태가 금방 악화됐습니다. 소련에서 상태가 가장 좋은 도로였던 바르샤바-모스크바 대로의 경우 제4기갑집단, 제4군, 제9군이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금방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퇴각하는 소련군이 조직적으로 도로와 교량을 파괴한 점도 마찬가지로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들은 여기다가 보급 문제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합니다. 타이푼 작전이 시작되기 전 부터 이미 중부집단군은 보급 부족으로 연료 및 탄약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겁니다. 타이푼 작전이 시작되면서 보급 문제는 더 악화됩니다. 제3기갑집단은 10월 4일에 연료가 다 떨어져 10월 5일 오후 까지 연료 추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3기갑집단 예하의 제6기갑사단과 제14차량화사단은 칼리닌 방면으로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연료가 부족해서 10월 12일 부터 10월 24일까지 사단 예하의 오토바이 대대만을 공격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구데리안이 지휘한 제2기갑집단도 마찬가지로 연료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비행장을 확보할 경우 독일 공군이 연료와 탄약을 공수할 수 있었지만 항공 수송만으로는 기갑부대의 연료 소모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련군의 완강한 저항도 독일군의 진격을 늦추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합니다. 저자들은 독일군 참전자들의 회고록에서 라스푸티차의 영향을 서술한 내용은 크게 과장되어 있다고 봅니다. 타이푼 작전 초기 단계의 작전에 라스푸티차의 영향은 부차적이었으며 도로망 부족, 보급 부족, 소련군의 완강한 저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합니다.

2022년 7월 21일 목요일

크리스토퍼 로렌스의 쿠르스크 항공전 연구가 나옵니다!

The Battle of Prokhorovka, 그리고 War by Numbers의 저자 크리스토퍼 로렌스가 오래전에 예고했던 쿠르스크 항공전을 다룬 연구가 드디어 나온다고 합니다. 2022년 10월에 간행된다고 하니 나오는 대로 꼭 구매해야 겠습니다.


Aces at Kursk


로렌스는 이미 쿠르스크 전투 항공전에 관해서 The Battle of Prokhorovka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해서 다룬 바가 있습니다. 거기서 다룬 내용으로도 쿠르스크 항공전의 핵심을 이해하는데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쿠르스크 전투는 항공전의 측면에서도 충분히 중요한 전투입니다. 이런 군사사적 중요성에 비해 쿠르스크 전투 항공전만을 단독으로 다루는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 입니다. 크리스토퍼 로렌스의 연구는 이런 아쉬운 공백을 메꿔줄 중요한 저작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방대한 통계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인 분석은 로렌스의 연구가 가진 큰 장점이었습니다.  Aces at Kursk의 목차를 보니 60쪽에 달하는 통계를 집계한 부록이 포함되어 있어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