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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6일 일요일

초기 북한 군수산업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

경북대학교 전현수 교수님이 번역하신 사료집 『소련공산당과 북한 문제 : 소련공산당 정치국 결정서(1945~1952)』을 읽다 보니 초기 북한 군수산업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보입니다. 북한의 자체적인 군수산업 역량 확대를 지지하는 1950년 4월 27일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에 첨부되어 있는 문서입니다. 이 문서의 내용이 흥미로우니 발췌해 봅니다.

몰로토프 동지에게
미코얀 동지에게
1948년 6월 26일자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내각 회의 결정과 1949년 2월 24일자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내각 회의 지시는 평양 병기고에서 박격포, 기관단총, 기관단총 탄약, 포탄 케이스, 지뢰 및 수류탄을 생산하는데 조선 측에 기술적 원조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내각 회의 결정에 따라 확정된 병기고의 생산계획에 맞춰 대포 및 박격포 사격에 필요한 일체의 다른 탄약 부품들을 완성품 형태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에서 납품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생산은 조직되었고, 가동이 시작되었으며, 기본적으로 조선인 기술자들이 (생산기술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업상 김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이미 생산되고 있는 품목의 무기와 탄약 생산을 크게 확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책이 제출한 생산 과업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무기와 탄약은 최초의 계획과 비교해서 10~15배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밖에도 조선인들은 쉬틔코프 동지에게 지금까지 소련에서 수입해 온 탄약 부품들을 조선에서 생산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기에는 니트로글리세린과 초산섬유소 화약, 대포와 박격포 사격을 위한 장약, 소화기 탄약용 화약, 기폭장치, 수류탄용 도화선, 대포 탄약통, 대포 탄약통용 뇌관 마개, 박격포 장약용 면 탄약, 라이플총 탄약, 뇌관-발화장치, 뇌관-기폭재, 폭발물의 제조가 포함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업성의 계획 과업에 규정된 수량으로 이미 조직된 생산을 확대하자는 조선인들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생산을 조직하자는 조선인들의 요청도 기폭장치, 대포 탄약통, 뇌관-발화장치, 뇌관-기폭제를 제외하고는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에서 이들의 생산을 조직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입니다. 기폭장치의 생산 기술은 그 자체가 복잡해서 현재의 조건에서 조선인 기술자들이 습득할 수 없습니다.
뇌관-발화장치, 뇌관-기폭제 생산 기술과 경험을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생산 공정은 다른 나라에서 이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술과 구별되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만의 독창적인 것이고, 따라서 특별히 비밀로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조선에서 화약, 도화선, 뇌관 마개, 면 탄약통, 폭발물의 새로운 생산을 조직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도입될 설비의 생산성이 커다란 여유 생산능력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점 입니다.
화약, 도화선, 뇌관 마개 생산을 위한 기술 장비의 기본적인 부분은 독일에서 반출한 장비들중에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공급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면 탄약통 생산 설비는 현재 면 탄약통 생산에 투입된 현존 설비 모델에 따라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에서 새로 제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품목들의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련 공장들에서 220볼트와 60암페어의 전기모터와 시동장치를 제조해야 할 것 입니다. 이것들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으로 납입되는 모든 설비들을 폭발 위험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소련에는 이 제품들의 양산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결정 초안을 첨부합니다.
검토를 바랍니다. 
그로믜코
파르쉰
마르틔노프
예레민
쉬틔코프
안드레이 란코프 엮음, 전현수 옮김, 『소련공산당과 북한 문제 : 소련공산당 정치국 결정서(1945~1952)』 (대구: 경북대학교출판부, 2014) 163~165쪽.


개인적으로 이 결정서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소련의 기술통제가 꽤 낮은 단계에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것과 독일에서 압류한 설비를 원조하자는 논의가 이루어 진 것 입니다. 전자는 꽤 흥미로운 것이 뇌관 같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기술조차 극히 조심스럽게 취급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북한의 기술 수준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낮은 수준의 기술도 유출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이 분야는 소련의 기술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 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없고 오히려 뒤떨어진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것 입니다. 이들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2018년 1월 13일 토요일

[번역글] 지금이라도 대북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생각난 김에 대북선제공격을 지지하는 칼럼을 하나 더 번역해 봅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대부분 한국이 희생되더라도 미국이 직접 타격을 받는 위협에 처하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미해군사관학교 기관지 Proceedings에 실린 미해군 예비역 대령 애덤스의 글도 이런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애덤스는 현역시절 SSN-763, SSGN-729B의 함장을 지냈으며, 7함대 사령부에서 작전기획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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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앨런 애덤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은 날이 갈 수록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i)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경고한 바 있었기에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은 많은 외교정책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제 공격을 준비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ii) 하지만 북한의 적대 행위를 미리 막지 못한다면 그 결과도 파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행위자가 있어야 억제가 가능하다

많은 군 수뇌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iii) 이들은 미국의 대북군사행동이 한반도에 파멸적인 전쟁을 불러오고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하여금 오랜 동맹국인 북한을 자제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합리적인 대안은 미국이 소련에 대해 했던 것 처럼 억제 정책을 쓰라고 주장한다. 이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폭탄에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핵심적인 문제지만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 문제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고수해야 한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iv)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억제에 대한 정치학 이론의 기반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저명한 하버드대의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결정의 엣센스(Essence of Decision)라는 저서에서 억제 전략이 성공하려면 합리적인 정책 결정자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앨리슨의 이론은 항상 옳았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성패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합리성 여부에 달려있다.

외교적 해결책을 통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억제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앨리슨과 다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모순적이다.v) 앨리슨은 만약 북한에 국지적인 타격을 가할 경우 김정은은 즉히 한반도에서 자살적인 전쟁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맞서는건 합리적인 대응이 아니다.

사실 김정은이 정신나간 뚱보 꼬마’vi)인지 아니면 북한 지배집단이 생각하는 북한의 국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김정은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북한의 도발 행위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북한에 대해 국지적인 군사행동을 취한 뒤 그 대응 방식을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지 못하게 하자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약한 반응만 했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수수께끼를 이해하는게 갈수록 어려워졌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 및 경제적인 채찍과 당근으로 대응하는 동안 북한 정권은 갈수록 공격적이 되었다.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방해하는 한편 북한의 적대 행위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이래 북한의 도발은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 되어왔다.

-진정성 없는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함
-국제사회는 북한의 표리부동한 제스쳐를 거부함
-북한이 격렬하고 호전적인 위협을 함
-북한이 국지적으로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함
-국제사회의 분노가 가라앉고 나면(간혹 국제사회가 북한에 양보할 때도 있음) 같은 방식으로 다시 도발을 계속함

최근 몇년새 북한의 도발 주기는 짧아졌으며 도발 행위도 더욱 호전적이되었다.(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은 어떠한 도발을 하건 간에 미국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포격과 핵실험 같이 국지적인 적대행위를 한 뒤 호전적인 언동을 내뱉는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북한 정권이 미국의 예방 공격을 막으면서 내부적으로 반미감정을 선동해 정권의 내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호전적인 행동은 합리적일 뿐 아니라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취할 경우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는 신화를 계속 퍼트리면서 미국의 행동을 저지하는 한편 핵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왔다.

이제 미국은 그 방법이 합리적이건 아니건 간에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중단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이 이런 저런 지연 전술을 통해 시간을 벌고 이를 통해 그들의 오랜 염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vii)

키신저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북한을 억제할 생각이 없거나 또는 그럴 능력이 없는 듯 하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후원을 그만둘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앨리슨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북한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덫에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새롭게 부상하는 강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주장이다.viii) 하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하며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고 해서 중국이 쓸데없이 과민반응을 해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북한의 급속한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을 막지도 못했다는 사실은 이제 외교적 노력이 소용없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도발할 때 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만 악화되었다. 신중한 선제 타격을 감행해 최소한 부분적으로 나마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해야 할 시점이 왔다.


확전(Escalation)에서 긴장 완화(De-escalation)로의 이행

국지적인 타격은 북한의 특정한 도발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다음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려고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타격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선제타격을 감행하기 위해 동맹국, 특히 남한 및 일본과 신중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리 준비한 전술 및 전략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선제타격을 감행한다면 확전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이 선제 타격을 감행할 경우 김정은도 마지못해 무력으로 대응할 생각을 할 수 있다. 김정은이 합리적이라면 선제 공격을 받아도 확전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전을 하는 것은 불확실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사이버전을 펼치거나 2010년에 천안함을 격침했던 것 처럼 해상에서 적대행위를 취할 것에 대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선제 타격과 함께 북한의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한다면 미국의 확전에서 긴장 완화로 이행하는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그것이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간에 미국과 동맹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핵무장을 한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국지적인 타격을 지지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김정은을 억제할 수 있다면 김정은은 미국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귀중한 정권을 지키는 쪽을 택할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인 선제타격에 대응해 서울을 포격하고 전면전을 일으킬 정도로 비합리적이라면 차라리 때가 늦기 전에 공격하는 쪽이 낫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호놀눌루, 도쿄, 투먼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나서 전쟁을 하는 것 보다는 전장을 한반도로 국한할 수 있는 지금 전쟁을 하는게 덜 위험하지 않겠는가.


[i] Kevin Liptak, “Trump Tell North Korea: ‘Do Not Try Us,’” CNN Politics, 8 November 2017,www.cnn.com/2017/11/07/politics/president-donald-trump-south-korean-addr...
[ii] Sara Malm, “NATO Warns of ‘Devastating Consequences’ if Trump Carries Out a Military Intervention in North Korea,” 13 October 2017, DailyMail, www.dailymail.co.uk/news/article-4977850/NATO-warns-devastating-consequences-war-Korea.html
[iii] CDR George Capen, U.S. Navy (Ret.), “The United States Should Not Punch First in Korea,”Proceedings Today , 12 September 2017, www.usni.org/magazines/proceedings/2017-09/united-states-should-not-punc... .
[iv] Sandy Fitzgerald, “Former Joint Chiefs Mullen: Trump Rhetoric Limiting Options,” NewsMax, 13 August 2017, www.newsmax.com/Politics/muellen-trump-rhetoric-limits/2017/08/13/id/807... .
[v] Graham Allison, “Thinking the Unthinkable with North Korea,” The New York Times , 30 May 2017,www.nytimes.com/2017/05/30/opinion/north-korea-nuclear-crisis-donald-tru... .
[vi] Mallory Shelbourne, “McCain Calls North Korean Leader a ‘Crazy, Fat Kid,'” The Hill, 22 March 2017, thehill.com/blogs/blog-briefing-room/325338-mccain-calls-north-korean-leader-a-crazy-fat-kid.
[vii] Henry A. Kissinger, “How to Resolve North Korea,” The Wall Street Journal , 11 August 2017,www.wsj.com/articles/how-to-resolve-the-north-korea-crisis-1502489292 .
[viii] Graham Allison, “Can North Korea Drag the U.S. and China into War?” The Atlantic , 11 September 2017, 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7/09/north-korea-us-china/5... .

2018년 1월 11일 목요일

[번역글] 북한을 폭격할 때가 아니다

얼마전 올린 에드워드 러트웍의 기고문에 대한 반론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러트웍의 글이 실렸던 포린 폴리시에 올라온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와 테드 루(Ted Lieu)의 반론을 소개합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두고 미국 내에서 많은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 자체가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봅니다. 미국내의 논쟁이 가능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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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갈레고, 테드 루
 
에드워드 러트웍은 얼마전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전쟁을 지지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을 공격한다면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미국의 우방을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다. 작년 가을 우리는 국방부에 북한을 공격할 경우 발생할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이 보유한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지상군을 투입해야만 하고 인구 25백만명의 한국 수도권이 북한의 포병, 방사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에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정도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의회조사국의 평가도 있다. 이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될 경우 개전 초반에만 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북한의 핵 시설을 타격하려 한다면 김정은은 고전적인 핵을 쓰지 않으면 지는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도 핵 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수천문의 방사포와 야포 등의 재래식 수단을 동원해 수만명의 미국인, 일본인, 한국 민간인과 연합군을 죽일 수 있다. 김정은이 어떻게 행동하건 간에 우리는 말 뿐인 승리를 얻는데 그칠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핵 억지를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진짜로 승리하는 것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러트웍은 서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하철역 등을 보강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대피소를 아무리 강화해 봐야 서울 시가지가 파괴되는걸 막지 못함을 모르는 모양이다. 대피소가 서울 시민은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과 다른 국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거라는 점도 생각을 않는 듯 하다. 재래식 전쟁이 시작되자 마자 서울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확전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의 사이에 완충지대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개입하도록 하는 짓은 현명하지 못하다.
 
우리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하기 보다는 비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쪽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이미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협상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정책과 선을 그었다. 이렇게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을 가능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비군사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김정은 정권의 돈줄, 석유 공급원, 밀수 루트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합리적인 미국 외교관과 공무원들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북한 집권세력을 위해 돈세탁을 해 주는 중국 은행들을 공개해서 망신을 주고, 이들이 미국의 제재조치를 위반했다고 지명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축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사이를 갈라놓는다면 김정은 정권도 그들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일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의 국방력을 강화해 김정은 정권에 맞서 통일된 국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의 동맹국들이 강력해야만 제재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공조 체제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진짜 외교적인 수완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권은 아직 이에 필요한 외교적 수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핵심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불과 수일 만에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이고, 전쟁이 끝날때 즈음에는 희생자가 수백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의 우리 동맹국들을 고려해야 하며 미군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

2018년 1월 9일 화요일

[번역글] 이제 북한을 폭격할 때가 됐다

포린 폴리시에 에드워드 러트웍(Edward N. Luttwak)의 기고문이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양반이 쓴 로마와 동로마의 안보전략 연구를 재미있게 읽었는지라 흥미가 동하더군요. 최근들어 북한을 폭격하자는 글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러트웍의 글은 한국을 맹렬히 비난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서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미국 보수파들의 한국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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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러트웍
 
이번주에 있을 남북회담의 결과는 뻔하다. 한국 정부는 과거의 회담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고약한 행동에 대해 돈을 퍼주는 식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610, 20095, 20132, 20161, 20169, 20179월에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때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에, 2007년 시리아에 취했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즉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일체의 무력을 가져서는 안되는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도록 재래식 무기로 정밀 타격을 했어야 했다. 다행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공격해 파괴할 시간이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거부하지 말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대한 반론도 근거는 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반론은 그 근거가 과장되어 있다.
 
첫 번째 반론은 북한의 보복에 대한 우려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당장 선제타격을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이 처음 생산한 핵탄두는 그들이 201793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되지 않았다. 또 북한은 20171128일에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는데 그쳤다. 만약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몇 푼 안되는 예산으로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룩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생산 배치하게 된다면 북한의 공학 수준은 그야말로 전례없는 엄청난 수준이라 하겠다. 북한은 아직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운용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북한은 공격을 받을 경우 재래식 방사포를 가지고 휴전선에서 35마일 떨어진 인구 2천만명의 한국 수도권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 군부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불바다를 두려워하는 점을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권이 취약하다는 점이 미국의 정책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사실 이건 대부분 한국인들이 자초한 일이 아닌가?
 
40년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결국 1개 사단이 잔류하게 됐지만) 본인을 포함한 안보 보좌관들은 한국 정부에 정부 기관을 휴전선에서 가까운 서울에서 철수 시키고 민간 기업들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스위스의 예를 본받아 충분한 대피소를 건설하고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대피소를 함께 짓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포격이 가해질때 대부분의 사상자는 집을 떠나 대피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한국 정부는 거주지역에 대한 북한의 방사포 공격을 95%이상 요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생산 중인 아이언 돔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40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서울 지역에 있는 3,257개소의 대피소는 지하 쇼핑몰, 지하철역, 호텔의 주차장에 불과하고 여기에는 식량이나 식수, 의약품과 방독면이 비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은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대신 일본을 겨냥한 무기를 개발하는데 돈을 썼다.
 
지금이라도 충격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든 건물의 지하실을 잭, 버팀목, 철제 빔으로 보강하고, 3,257개소의 공식 대피소에 필수품을 비축하고 표지판도 눈에 더 잘 띄게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전쟁이 터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도권에서 이동시키는 쪽이 좋다.(수도권의 인구 2천만명, 혹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지금 보다 20마일만 남쪽에 거주해도 위협이 격감한다.) 미국은 북한을 공습할 것에 대비해 강력한 대포병 사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의 수도권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국익에 해를 끼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에 많은 양의 미사일을 팔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는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실행하는게 어렵다는 또다른 주장은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하려면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져있거나 추정되는 북한의 핵시설을 모두 합쳐봐야 몇개 되지 않으며 상당수는 소규모 시설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군사 작전계획이라면 이정도 시설을 타격하는데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을 할당하지 않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군부는 여러 차례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공군은 단 한차례의 폭격은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적 방공망의 완전한 제압을 주장해왔다. 문제가 되는 목표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되는 국가의 모든 방공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비행장, 전투기를 파괴해 미군 조종사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기괴한 주장이다.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 미사일, 비행기는 한심할 정도로 노후화되어 있다. 북한의 골동품에 대한 대응책은 수십년 전에 만들어졌다. 미국 공군의 주장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대는 핑계에 불과하다. 제한적인 공습을 할 경우 손수레 한 두개 정도는 파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된 핵미사일이 없다.
 
북한에 대한 폭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 중 그나마 합리적인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에 맞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 때문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항상 감싸고 돈다는 주장은 이미 유효하지 않다. 물론 중국은 북한이 멸망해 미군이 압록강의 국경지대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지지했다. 제재조치에는 사실상의 석유 금수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전쟁 상태에서 취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입장이 변화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할 때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 참전한다는 주장은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중국의 입장 변화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하나 늘었다. 북한의 핵무기 획득은 매우 위험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북한 정권은 무너지고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된다는 예측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 의 후원을 받는 것 보다 중국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이 한반도를 장악하면 일본의 안보는 취약해 지고 미국의 태평양 패권도 약화될 것이다. 이론상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혼란에 빠지면 한반도를 통일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진시키는 대신 훨씬 남쪽으로 이동시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은 서독이 동독에 대해 취했던 것 처럼 가난한 북한인들과 경제적 부를 나눌 생각이 없다.
 
현재 미국 군부는 선제 타격이라는 옵션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이 운용 단계에 이르기 전에 미국이 행동을 취한다면 세계를 북한의 핵 위협으로 부터 구할 수 있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재앙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북한과 달리 안정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인도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외교관들은 마약을 팔거나 위조 지폐를 유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많은 위기 상황을 겪었고 전쟁까지 치렀지만 김정은 처럼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이들과 다르다. 미국은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2016년 7월 9일 토요일

[번역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놀랄만한 일도, 도발적인 일도 아니다

어떤 분이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린 조나단 폴락(Jonathan D. Pollack)의 South Korea’s THAAD decision: Neither a surprise nor a provocation(2016. 7. 8)이란 글을 소개해 주셔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꽤 재미있어서 급히 번역을 해 봤습니다. 번역에 대한 지적 환영합니다.




조나단 폴락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는 오늘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말 전력화를 목표로 한반도에 고고도종말단계미사일요격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이하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번 결정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또한 그 배치 목적도 매우 명백하다. 
공동성명에서 상세하게 밝힌바와 같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한국의 기간시설과 시민들을 방어하고, 또 한편으로 한미동맹을 뒷받침 하는 핵심적인 군사적 역량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사드가 대한민국이 처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취약성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여전히 부족한 한국의 방공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보강할 수 있으며, 미국의 훨씬 강력한 방공 및 미사일 방어 능력과도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가볍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전략문제 전문가들은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격렬하게 논쟁을 벌여왔는데, 한국 군부와 정치 지도층은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 왔다. 올해 1월 초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감행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고 나서야 박근혜 행정부는 사드 미사일 1개 포대를 ‘가능한 조속히’ 배치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는데 합의했다. 4월 이후로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가속화 하는 것이 명백해 지면서 북한의 행동에 대한 유효한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늘의 공동성명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사드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여 자국의 억지능력을 무력화 하려는 미국의 사악한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사드에 부속된 레이시온의 레이더 체계의 기술적 한계나 개선점을 이것을 제작한 회사가 주장하는 것 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를 배치할 경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무기 위협의 감소라는 훨씬 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계획을 확대하고 다각화 했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북한이 군사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하지 않았다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방향으로 나갔을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중국은 한국 정부를 모호하게 협박한다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것은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은 전적으로 모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핵심적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에 속한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행동하지 않는가. 
한국의 고위 관료들은 중국과의 회견에서 거듭하여 사드 배치는 한국의 핵심적인 국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양보할 수 없는 유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왔다. 한국측은 중국의 전략적 형평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드 배치 계획이 진전되는 것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염두에 둘 것이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은 사드를 배치하는 목적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뜻이 있음을 중국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사드는 전적으로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전적으로 남북간의 문제일 것이며, 또한 북한을 제외한 다른 어떤 국가를 겨냥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의 세력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전략을 갈수록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공개적으로 보증을 해도 이를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자들과 전략 분석가들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도 중국의 골칫거리가 아닌가. 
지금 처럼 한반도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에 대한 은밀하고 비공개적인 대화가 필요한 때도 없었다. 미국과 한국은 이와 같은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 중국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6년 5월 14일 토요일

어떤 문화적 다양성(?)


라종일의 『장성택의 길: 신정神政의 불온한 경계인』을 읽는 중 입니다. 저자가 다양한 정보 출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즐겁게 읽힙니다. 북한의 자원 낭비에 관한 저자의 해석이 상당히 재미있고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용을 해 보겠습니다.

이탈리아산 대리석, 북유럽산 고급 가구, 고급 샹들리에 등이 연이어 평양으로 들어왔다. 외부 사람들에게 이런 사업이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에서 어째서 이런 사치가 필요한가?'
'상식적으로 이런 일은 오히려 최상위 권력층에서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북한 내부의 논리에서 보면 개인적 사치 차원 이상의 문제였다. 이것은 일반인은 물론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인사에게 수령과 최고 지도자의 절대적인, 반신적인 권위를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였다. 이 권위를 위한 소도구가 롤렉스 시계나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등이라면 거창한 건축물이나 동상 등은 무대이고 치장이며 그 장치였던 것이다.
필자는 런던 근무 시절 여러 사업으로 북한 인사들을 초청해 영국과 교류하도록 도운 일이 있었다. 그때 북한 방문객들을 안내하던 영국 정부 인사가 놀랐다는 말을 했다. 방문객들에게 버킹엄궁전을 보여주었는데 그들이 코웃음을 치더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겨우 대영제국의 여왕이 사는 곳인가?" "(북한에 와서) 우리의 주석궁을 한번 보라"등의 반응을 했다고 한다. 영국인 안내원은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어떻게 외부에 식량 원조를 청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그는 물론 신정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무대 장치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를 설명해줘도 끝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은 필자가 어렵사리 북한 젊은이들을 위해 해외 유학의 기회를 마련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에게 선호하는 전공 분야를 물으면 '건축'이라는 답이 돌아와서 신기하게 여겼다. 흔히 낙후된 북한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농업 아니면 경영, 혹은 금융이나 이공계의 답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답은 그렇게 어려운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집트 룩소르의 유물, 혹은 베이징의 자금성을 보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답이 있다. 권력과 장엄한 건축물들은 역사상 불가분의 관계였다. 
"건축은 정치의 물리적인 현현이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벽돌과 모르타르로 이루어진 권력이다." 
특히 신정은 교리만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신전이 필요하다. 북한의 신정이 세속적인 만큼 속세의 일반이에게 외경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신전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하기 어려운 시설물들을 보면서 새삼 권력의 생생한 권위를 느끼는 것이다. 말하자면 장성택의 임무는 새로 떠오르는 권력을 떠받들어 줄 치장을 마련하는 것 이었다.
라종일, 『장성택의 길: 신정神政의 불온한 경계인』 (알마, 2016), 120~122쪽.

2013년 3월 9일 토요일

양키 센스;;;;

얼마전 읽었던 책에서 배꼽을 잡았던 부분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총 인구의 10퍼센트가 기아로 사망했는데 근대적인 국민국가체제가 들어선 이후의 산업화된 국가 중 이런 사례는 흔치 않다. 이곳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채식주의자인데 그들이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Most everyone is vegetarian, but not by choice.) 흔히 먹는 식사는 채소를 넣은 옥수수죽이다. 평범한 북한 사람들은 소고기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서 일 년에 한번 먹는 진미일 정도이다. 2011년 2월 북한의 농촌 지역을 방문한 어떤 NGO에서는 북한 사람들의 영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을 마지막으로 먹어본게 언제입니까?” 응답한 사람의 거의 전부가 마지막으로 달걀이나 고기를 먹어본 날자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영양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Victor Cha, The Impossible State : North Korea, Past and Future, (Harper Collins, 2012), p.8.

개인적으로 북한을 싫어하긴 합니다만 가난 가지고 조롱하는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웃지 않을 수 없군요. 솔직히 웃고 나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어제는 CNN에서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김정은을 보고 울부짖으며 열광하는 초라한 행색의 북한인들을 보여줬는데 자연스럽게 이 부분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김정은의 늘어진 턱살을 볼 때마다 이 구절이 떠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