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 김에 대북선제공격을 지지하는 칼럼을 하나 더 번역해 봅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대부분 한국이 희생되더라도 미국이 직접 타격을 받는 위협에 처하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미해군사관학교 기관지 Proceedings에 실린 미해군 예비역 대령 애덤스의 글도 이런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애덤스는 현역시절 SSN-763, SSGN-729B의 함장을 지냈으며, 제7함대 사령부에서 작전기획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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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앨런 애덤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은 날이 갈 수록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i)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경고한 바 있었기에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은 많은 외교정책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제 공격을 준비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ii) 하지만 북한의 적대 행위를 미리 막지 못한다면 그 결과도 파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행위자가 있어야 억제가 가능하다
많은 군 수뇌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iii) 이들은 미국의 대북군사행동이 한반도에 파멸적인 전쟁을 불러오고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하여금 오랜 동맹국인 북한을 자제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합리적인 대안은 미국이 소련에 대해 했던 것 처럼 억제 정책을 쓰라고 주장한다. 이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폭탄에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핵심적인 문제지만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 문제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고수해야 한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iv)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억제에 대한 정치학 이론의 기반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저명한 하버드대의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결정의 엣센스(Essence of Decision)』라는 저서에서 억제 전략이 성공하려면 합리적인 정책 결정자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앨리슨의 이론은 항상 옳았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성패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합리성 여부에 달려있다.
외교적 해결책을 통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억제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앨리슨과 다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모순적이다.v) 앨리슨은 만약 북한에 국지적인 타격을 가할 경우 김정은은 즉히 한반도에서 자살적인 전쟁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맞서는건 합리적인 대응이 아니다.
사실 김정은이 ‘정신나간 뚱보 꼬마’vi)인지 아니면 북한 지배집단이 생각하는 북한의 국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김정은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북한의 도발 행위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북한에 대해 국지적인 군사행동을 취한 뒤 그 대응 방식을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지 못하게 하자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약한 반응만 했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수수께끼를 이해하는게 갈수록 어려워졌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 및 경제적인 채찍과 당근으로 대응하는 동안 북한 정권은 갈수록 공격적이 되었다.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방해하는 한편 북한의 적대 행위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이래 북한의 도발은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 되어왔다.
-진정성 없는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함
-국제사회는 북한의 표리부동한 제스쳐를 거부함
-북한이 격렬하고 호전적인 위협을 함
-북한이 국지적으로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함
-국제사회의 분노가 가라앉고 나면(간혹 국제사회가 북한에 양보할 때도 있음) 같은 방식으로 다시 도발을 계속함
최근 몇년새 북한의 도발 주기는 짧아졌으며 도발 행위도 더욱 호전적이되었다.(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은 어떠한 도발을 하건 간에 미국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포격과 핵실험 같이 국지적인 적대행위를 한 뒤 호전적인 언동을 내뱉는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북한 정권이 미국의 예방 공격을 막으면서 내부적으로 반미감정을 선동해 정권의 내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호전적인 행동은 합리적일 뿐 아니라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취할 경우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는 신화를 계속 퍼트리면서 미국의 행동을 저지하는 한편 핵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왔다.
이제 미국은 그 방법이 합리적이건 아니건 간에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중단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이 이런 저런 지연 전술을 통해 시간을 벌고 이를 통해 그들의 오랜 염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vii)
키신저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북한을 억제할 생각이 없거나 또는 그럴 능력이 없는 듯 하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후원을 그만둘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앨리슨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북한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덫’에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새롭게 부상하는 강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주장이다.viii) 하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하며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고 해서 중국이 쓸데없이 과민반응을 해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북한의 급속한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을 막지도 못했다는 사실은 이제 외교적 노력이 소용없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도발할 때 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만 악화되었다. 신중한 선제 타격을 감행해 최소한 부분적으로 나마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해야 할 시점이 왔다.
확전(Escalation)에서 긴장 완화(De-escalation)로의 이행
국지적인 타격은 북한의 특정한 도발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다음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려고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타격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선제타격을 감행하기 위해 동맹국, 특히 남한 및 일본과 신중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리 준비한 전술 및 전략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선제타격을 감행한다면 확전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이 선제 타격을 감행할 경우 김정은도 마지못해 무력으로 대응할 생각을 할 수 있다. 김정은이 합리적이라면 선제 공격을 받아도 확전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전을 하는 것은 불확실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사이버전을 펼치거나 2010년에 천안함을 격침했던 것 처럼 해상에서 적대행위를 취할 것에 대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선제 타격과 함께 북한의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한다면 미국의 ‘확전에서 긴장 완화로 이행하는’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그것이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간에 미국과 동맹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핵무장을 한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국지적인 타격을 지지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김정은을 억제할 수 있다면 김정은은 미국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귀중한 정권을 지키는 쪽을 택할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인 선제타격에 대응해 서울을 포격하고 전면전을 일으킬 정도로 비합리적이라면 차라리 때가 늦기 전에 공격하는 쪽이 낫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호놀눌루, 도쿄, 투먼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나서 전쟁을 하는 것 보다는 전장을 한반도로 국한할 수 있는 지금 전쟁을 하는게 덜 위험하지 않겠는가.
[i] Kevin Liptak, “Trump Tell North Korea: ‘Do Not Try Us,’” CNN Politics, 8 November 2017,www.cnn.com/2017/11/07/politics/president-donald-trump-south-korean-addr...
[ii] Sara Malm, “NATO Warns of ‘Devastating Consequences’ if Trump Carries Out a Military Intervention in North Korea,” 13 October 2017, DailyMail, www.dailymail.co.uk/news/article-4977850/NATO-warns-devastating-consequences-war-Korea.html
[iii] CDR George Capen, U.S. Navy (Ret.), “The United States Should Not Punch First in Korea,”Proceedings Today , 12 September 2017, www.usni.org/magazines/proceedings/2017-09/united-states-should-not-punc... .
[iv] Sandy Fitzgerald, “Former Joint Chiefs Mullen: Trump Rhetoric Limiting Options,” NewsMax, 13 August 2017, www.newsmax.com/Politics/muellen-trump-rhetoric-limits/2017/08/13/id/807... .
[v] Graham Allison, “Thinking the Unthinkable with North Korea,” The New York Times , 30 May 2017,www.nytimes.com/2017/05/30/opinion/north-korea-nuclear-crisis-donald-tru... .
[vi] Mallory Shelbourne, “McCain Calls North Korean Leader a ‘Crazy, Fat Kid,'” The Hill, 22 March 2017, thehill.com/blogs/blog-briefing-room/325338-mccain-calls-north-korean-leader-a-crazy-fat-kid.
[vii] Henry A. Kissinger, “How to Resolve North Korea,” The Wall Street Journal , 11 August 2017,www.wsj.com/articles/how-to-resolve-the-north-korea-crisis-1502489292 .
[viii] Graham Allison, “Can North Korea Drag the U.S. and China into War?” The Atlantic , 11 September 2017, 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7/09/north-korea-us-china/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