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6일 월요일

박정희 때리기에 대한 잡생각

잡담을 조금 하고 싶군요.

저는 진보진영의 박정희 때리기가 당분간은 별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현재 진보진영이 쏟아넣는 노력만큼 성과를 거두는게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물론 장기적으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겠지요.) 박정희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미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내려놓은 상태이며 박정희에 대한 어지간한 공격은 그런 '믿음'에 상처를 주기에는 약합니다. 박정희의 좌익경력이야 이미 그가 처음 대통령으로 나왔을 때 윤보선이 한 번 써먹어 봤지만 별로 재미도 보지 못했으며 만주국 군대에 복무했다는 점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박정희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흠'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박정희를 때리는데 힘을 쏟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로 보일 뿐 입니다.

재미있게도 어제 읽은 김헌태의 『분노한 대중의 사회』(후마니타스, 2009)에도 제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해당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국민 모두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함께 노력한 시절에 대한 대중의 향수는 박정희가 거론될 때마다 되살아나는 대중의 기억에서 중심에 있다. 물론 반대로 박정희의 업적에 대한 비판도 무겁다. '친일논란', '군사 쿠데타 과정', '일본 제국주의식 국민 동원 모델에 대한 논란', '대일 굴욕 외교', '정적 제거와 인권 탄압', '산업화 과정에서의 영남 중심 경제개발과 화남에 대한 차별'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상에서는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대중들이 그의 부정적 실체를 보지 못해서라고 말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미 '박정희'에 대해 그들이 알아야 할 만큼의 진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런 평가를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김헌태, 『분노한 대중의 사회 : 대중여론으로 읽는 한국정치』, 후마니타스, 2009, 274쪽

김헌태의 지적은 저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진보쪽에서는 박정희의 지지자들의 무지함을 비웃을 수 있겠지만 박정희 지지자들은 그들 나름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저와 같이 민주당을 찍는 사람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정치적 영향력도 꽤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보쪽에서 박정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중을 향해 '계몽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것은 박정희에 대해 심각하게 재평가하는 움직임을 일으키지는 못 했으며 그저 진보진영에 한정된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무지몽매한 박정희 교도'들을 깨우쳐 주겠다는 희생정신(?)은 나름 숭고해 보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면 방법을 조금 바꿔볼 필요도 있을 것 입니다. 실제 박정희가 냉혹한 독재자라 하더라도 박정희를 지지하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박정희는 좀 긍정적인 모습일 수 있을 것 입니다. 사람의 생각을 고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데 여기에 대해 지적인 우월감을 들고 가볍게 달려든다는 것은 참 난감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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