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일 금요일

미군과 독일군 장비의 비교 평가에 관한 미 제3기갑사단장의 보고서



‘미군과 독일군 장비의 비교 평가에 관한 미 제2기갑사단장의 보고서’를 번역한 김에 같은 시기에 작성된 제3기갑사단장 모리스 로즈 장군의 보고서도 번역을 해 봅니다. 이 두 문서는 한 세트를 이루는 것이다 보니 번역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3기갑사단은 유럽전선에서 M26을 실전운용한 부대이기도 하니 이 전차의 초기 운용에 대한 평가도 참고할 만 합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번역문은 Steven L. Ossad and Don R. Marsh, Major General Maurice Rose: World War II’s Greatest Forgotten Commander(Taylor Trade Publishing, 2006)의 부록 378~383쪽에 실린 판본을 옮긴 것 입니다. 장병들의 증언이 소략해서 보고서의 전체 분량이 매우 적습니다.

- ‘팬서 전차’ 같은 표현은 그대로 살립니다.
- 독일군=German, 독일놈=Jerry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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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갑사단사령부
사단장실

미육군 253야전우체국
1945년 3월 21일

아이젠하워 장군께.

장군께서 3월 18일에 보내신 서한을 어제 받았습니다. 장군께서 문의하신 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드립니다.

a.개인적으로 현재 사용중인 M4와 M4A3 전차는 독일군의 5호전차보다 열세라고 봅니다. 아군의 장비는 장거리 운송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길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견해는 순수하게 현재 전장에서 맞닥트리고 있는 독일 전차와 아군의 중형전차의 성능만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M4 전차와 M4A3 전차는 5호전차 보다 성능이 열세해 지난 12월 부터 1월에 걸쳐 전개된 벨기에의 전투에서 아군은 막대한 수의 전차를 잃었습니다. 제가 이 보고서에서 말씀드리는 것들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아군이 과거의 작전에서 독일군 기갑부대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냐는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그 이유는 아군의 열등한 기갑장비를 포병, 근접항공지원, 기동력 등으로 상쇄하는 한편, 전차 조종수와 포수 등 전차승무원들이 유리한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기동하고 적을 근거리로 끌어들여 사격을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장비의 열세를 상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군 포수들의 기량이 적 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단 장병들에게 적 전차가 800~1000야드 이내로 들어오기 전에는 사격하지 말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물론 아군의 기동을 은폐하지 못하는 지형에서는 훨씬 먼 거리에서 교전이 시작되므로 이 명령을 항상 이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개 아군이 많은 피해를 입습니다. 아군의 포병과 전투폭격기는 수많은 적 전차를 파괴했습니다. 이들의 효율적인 작전 수행은 전차부대에 있어 커다란 유형의 지원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아군의 75mm, 76mm 전차포 포탄이 600야드 거리에서도 5호전차의 정면장갑에 맞고 튕겨나가는 걸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제한된 기동공간으로 우회기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쩔수 없이 적 전차와 정면대결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b. 개인적으로 90mm 포를 탑재한 T26은 팬서 전차와  동등한 조건에서 교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신형 T26의 90mm포도 아직은 포구초속이 낮습니다. 최근 사단을 방문한 반즈Gladeon M. Barnes 장군은 추후 보급될 T26은 더 강력한 주포를 탑재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단의 T26 실전운용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전차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대의 T26이 대전차포에 격파된 반면, T26은 2대의 5호전차를 격파했습니다.

c. 이하의 내용은 사단을 대표하는 전차장들과 기타 보직 장병들의 견해를 정리한 것 입니다. 이들의 의견이 장군께서 알고 싶어하시는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생각합니다.

(1)블랜처드E. W. Blanchard 중령, 군번 0341405, D-18일 이래 전차대대장으로 복무 중.:
“아군의 포병이나 전투폭격기에 격파되지 않은 팬서 전차는 대개 적 승무원들이 유기했거나 자폭시킨 것이다. 우리 전차에 격파된 것은 대개 아주 근접한 상태에서 피격된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아군의 75mm 전차포에 격파된 팬서 전차를 딱 한대 목격했다. 아군의 항공지원과 포격지원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이유는 아군의 전차와 전차병이 더 많기 때문이다. T26은 팬서 전차와 대등한 방어력과 화력을 갖췄다. 기동성은 T26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2) 해리 위긴스Harry W. Wiggins 하사, 군번 37130158, 제33전차연대 F중대. 사단의 모든 작전에 참전했음.:
“M4가 팬서를 격파하는 건 몇번 보지 못했다. 팬서 전차를 격파한건 대개 비행기라고 생각한다. 150야드에서 팬서 전차에 철갑탄 4발과 고폭탄 2발을 쐈지만 단 한발도 관통하지 못한 일이 있다. 75mm 포로 정면 장갑을 쐈기 때문이다. 적 전차들이 위장을 하거나 매복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군은 적 전차의 유효 사거리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아군은 최대한 수백야드 이내에서 교전하려고 한다. 아군 전차는 팬서 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약한 지반에 돈좌되는 경우가 잦다. 개인적으로는 75mm 보다 76mm 전차포를 좋아한다. 하지만 76mm 전차포의 위력도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개인적으로 T26의 외형을 좋아하며, 90mm 주포의 위력에 인상을 받았다. 75mm 보다 훨씬 강력하다. 물론 M4 전차만 가지고도 승리할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더 많은 전차와 전차병이 희생돼야 한다.”

(3) 윌리엄 윌슨William G. Wilson 하사, 군번 36321891, 제33전차연대 D중대. 윌슨 하사는 사단의 모든 작전에 참전했으며 현재 T26의 전차장이다.:
“5호전차는 장갑의 두께와 구조, 주포의 성능 때문에 아군의 M4 보다 훨씬 우수하다. 개인적으로는 아군 전차의 속력과 기동성이 팬서 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M4 전차가 800야드 이내에서 팬서 전차의 측면을 쏴서 격파한 것을 목격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전차병의 정신력이 강인해야 하며, 관통이 확실할 때 까지 여러발의 명중탄을 기록해야 한다. 신형 T26은 훨씬 좋다. 차량의 높이도 낮아졌고 기동성도 훌륭하다. 또한 팬서 보다 우수한 주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주포의 위력이 강력하면 좋겠다. 이미 수많은 M4 전차가 있으니 이것만 가지고도 승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T26을 더 많이 보급해 주는게 좋겠다.”

(4) 로버트 얼리Robert M. Early 하사, 군번 17048266, 제32전차연대 E중대:
“본인은 전차장으로 9개월간의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5개월간 76mm 셔먼을, 3개월간 75mm 셔먼을 지휘했으며 최근 1개월은 90mm 포전차를 지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M4를 신뢰하지 않는다. 독일놈들은 M4를 보이는대로 때려부순다. T26전차의 취약한 부위에 돌격전차 처럼 장갑을 더 강화한다면 독일놈들을 압도하는 전차가 될 것이다. 90mm 전차포는 지금까지 아군이 보유했던 무기 중 최고이다. T26 덕분에 독일놈들과 대등한 전투가 가능해졌다. T26은 접지력도 우수하고 기동성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T26의 정면장갑 경사도를 더 낮추고 두께도 강화하면 좋겠다.”

(5) 앨버트 윌킨슨Albert E. Wilkinson 상병, 군번 39402006, 제32전차연대 F중대:
“9개월간 75mm 셔먼 전차의 포수로 참전했다. 그동안 적의 포격에 한 대의 전차를 잃었다. 셔먼은 독일 전차와 비교할 수 조차 없다. 방어력도 약하고 화력도 약하다. 한번은 500야드 거리에서 4호전차에 명중탄을 날렸는데 튕겨나간 일이 있다. 다행히 적 전차가 포탑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독일 전차를 상대로 75mm 전차포는 500~600야드 이상에서 무용지물이다. 기동성은 좋다. 하지만 독일군 전차는 더 날카로운 선회가 가능하고 등판성능도 월등하다. 적 전차는 넓은 궤도를 장착하고 있어 아군 전차가 지나가지 못하는 지형도 통과한다. T26의 등장으로 아군도 화력 측면에서는 적과 대등해졌다. 하지만 방어력은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돌격전차에 90mm 주포를 탑재했으면 한다. 그러면 승무원들도 전차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화력이 우수하면 장갑이 약한 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둘 다 없다면 진땀을 흘리게 된다.”

(6) 존 댄포스John A. Danforth 일병, 군번 36884252, 제32전차연대:
“나는 9개월간 75mm 셔먼 전차의 포수로 참전했다. 그동안 두 대의 전차를 잃었다. 아군의 전차포는 너무 약하다. 셔먼을 설계한 사람들은 독일놈들의 전차가 얼마나 강력한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나는 독일놈들의 대포가 건물 두채를 뚫어버린 뒤 그 뒤에 있던 M4를 완전히 관통해 버리고 그 옆의 건물까지 뚫어버리는걸 직접 봤다. T26에 탑재된 90mm 전차포는 훌륭하다. 하지만 이왕이면 방어력이 더 강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독일놈들의 바주카포를 막기 위해서 시멘트 같은걸 발라서 장갑을 추가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7) 제롬 하라클루Jerome O. Haraklu 병장, 군번 36234566, 제32전차연대 F중대:
“9개월간 조종수로 참전했으며 그동안 적의 포격에 전차가 기동불능이 된 게 두 번이다. 아군 전차는 방어력도 약하고 화력도 약하다. 방사형 엔진을 장착한 전차는 포드 엔진을 장착한 전차보다 기동성이 떨어진다. 내가 타던 전차가 2200야드 거리에서 날아온 포탄에 우측면을 관통당한 일이 있다.”

(8) 매슈 케인Matthew W. Kane 중령, 제32전차연대 제1대대장:
“본인은 전차대대장으로 6개월간의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제32전차연대 제1대대는 지난 9개월간 84대의 전차를 잃었다. 전차전에서 고화력의 75mm, 88mm 전차포를 탑재한 적 전차를 상대할 때 아군의 M4는 절망적인 수준으로 방어력과 공격력이 약하다. 아군 전차의 우수한 기동력과 속력도 방어력과 공격력이 약하니 도움이 되지 않았다. 벨기에의 벌지 전투에서 아군의 전차 손실은 적군 보다 많았고, 심지어 아군이 방어를 할 때도 그러했다. 전차병들은 아군 전차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군은 전차의 숫자로 승리를 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인명 피해와 전차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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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장비에 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a.아군의 반궤도 장갑차는 우수한 차량입니다. 병력 수송, 기동전 상황에서의 승차 전투 같이 원래 의도한 목적에 맞춰 운용할 때 효율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군의 반궤도차량은 특별히 개선할 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b. 개인적으로 기갑사단에 배치된 경전차의 37mm 주포는 아무데도 쓸데가 없다고 봅니다. 75mm 주포를 탑재한 신형 M24 경전차는 사단 수색대대와 전차연대 수색중대에 적합한 우수한 차량입니다. M5 경전차와 바퀴달린 장갑차를 모두 M24로 교체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c. 아군의 트럭과 일반 차량은 지금까지 제가 개인적으로 목격한 독일군의 어떤 차량 보다도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d. 지금까지 언급한 전차포를 제외한 아군의 화포는 매우 우수하며, 지금까지 아군의 야포에 실망한 일이 없습니다.

e. 아군의 바주카포는 관통력이 부족합니다. 독일군의 바주카포 보다 위력이 떨어집니다. 사단 장병들에게 노획한 독일군의 판처파우스트를 사용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있습니다. 장병들도 판처파우스트가 미제 바주카포 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f. 피복류에 관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현재 착용하는 전투복과 동일한 디자인에 안감을 대 방한효과를 높인 것을 기갑부대 전체에 보급해야 합니다. 동일한 디자인에 안감은 없고 가벼운 섬유를 쓴 것은 하복으로 지급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기갑사단의 전투복을 통일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보급된 피복류의 종류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사단 훈장 수여식에서 약 300명의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했는데, 이들 모두의 복장이 중구난방이었습니다. 군수참모에게 문의하니 장병들이 착용한 것은 모두 표준 지급품이며 규정에 맞춰 착용하고 있다고 답변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동복과 하복 모두 동일한 표준화된 디자인의 전투복을 도입하는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피복과 관련해서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군모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다양한 색의 베레모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기갑병과의 베레모는 녹색으로 해서 기갑부대 장병들 전체에 보급하는게 좋겠습니다. 베레모를 채택하면 그 위에 그냥 헬멧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헬멧을 벗으면 베레모가 그대로 제복에 맞는 모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베레모를 채택하면 지금 쓰고 있는 모직 모자를 퇴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갑병과에 맞는 군화도 필요합니다. 높이 8~10인치에 방수기능을 갖춘 군화가 도입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여러 종류의 군화가 있는데 현재는 공수부대용 군화를 구해서 착용하고 있습니다. 공수부대용 군화가 기갑병과에서 필요로 하는 군화에 가장 근접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갑부대 장병들에게 보급되지 않으며 별도로 구매할 방법도 없습니다. 신형 전투복은 클래스 A 제복의 대체품으로 완벽합니다.

이 보고서가 장군께서 원하시는 정보를 드리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아이젠하워 장군께.

모리스 로즈, 미육군 소장, 사단장.


댓글 1개:

  1. 건물 두채에 셔먼 완전관통후 다시 건물 하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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