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구치에 이어 일본민족기원론자로 알려진 인물은 잡지 '일본주의'에서 기독교를 공격했던 기무라 타카다로우(木村應太郞)였다. '일본주의'가 구미문화배격과 일본지상주의를 내세우면서 쓰보이에게 황색인종은 열등하지 않다는 기사를 쓰게 하거나 일본인의 뇌가 크다는 미국 학자의 연구를 신나게 소개했던 것은 3장에서 언급한 바 있다.
기무라가 ‘세계적 연구에 기초한 일본태고사’를 발표한 것은 일한병합 다음해인 1911년이었다. 서문에서 거론했던 다음 문장은 내용과 집필동기를 잘 이야기 하고 있다.
"옛날 신무천황을 오나라 태백의 후예라고 했다가 재난을 당한 학자가 있었지만 지금 대학의 많은 학자들은 그보다도 못하게 일본인의 기원을 남양원주민이라고 하거나 혹은 만주나 몽고의 미개한 야만인으로 기원을 삼거나 혹은 조선에서 도래한 인종이라고 하여 일본인종 열등기원론을 말해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일본민족은 아시아나 남양의 '열등기원'이 아니라고 기무라는 말한다. 그는 제국대학 같은 곳은 '일본인종열등주의자' 및 '저능학자의 소굴'이라고 하면서 그에 비해 오히려 서양인의 일본인종관에는 “일본인을 아리안족이라고 하여 일본인의 우월성을 인정하는”경우가 있다고 칭찬한다.
기무라의 설은 성서나 그리스신화와 기기신화, 그리고 그리스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을 들어 그리스·아리안 민족이 동천(東遷)하여 일본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것 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자나기가 저승국에 간 것은 그리스신화의 오르페우스와 같은 것이고, 가타카나의 'ナ'는 한자의 '十', 로마 숫자 'X'는 불교의 '卍', 기독교의 십자가와 같은 것이고, 유태교나 기독교의 사상은 일본사상의 표절이다. 나아가 '다카아마노하라는 아르메니아'이고 오호누시노미코토는 구약성서의 요셉이고 신공황후는 조선반도가 아니라 이탈리아반도를 정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기무라에 따르면 "일본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극동의 작은 섬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사상이나 포부가 비굴해져 일청·일로전쟁에서 승리하여 "자신이 지닌 역량을 지각한 듯하나 아직 충분히 자각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그는 "일본민족의 태고사는 실로 세계 태고사거나 중심사"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 이었다.
오구마 에이지(小熊英二), 조현설 역, 『일본 단일민족신화의 기원』, 소명출판, 2003, 235~237쪽
※쓰보이 쇼우고로우(坪井正五郞)는 도쿄제국대학교수와 도쿄인류학회회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쓰보이 쇼우고로우의 학문적 활동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조 하십시오.
과연. 20세기 초 일본 우익들이 좀 멀쩡한 정신상태를 가졌다면 친일파들이 환단고기 따위를 만들어 정박아들을 현혹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인류학자들에 대한 기무라의 공격을 보자니 환빠들이 멀쩡한 역사학자들을 공격하는 걸 보는 듯해 쓴웃음이 날 정도입니다. "일본민족은 오랜 세월 동안 극동의 작은 섬에 갇혀"라는 부분은 한민족이 반도에 갇혀 대륙의 기상을 잃었다는 환빠들의 망발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죠.
집단적인 열등감을 이따위로 표출하는 걸 보면 일본의 저질우익이나 남조선의 환빠의 관계는 가히 Same Shit, Different Asshole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