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대 마당에 이르렀을 때에는 벌써 오후가 되어 싸늘한 산바람이 일고 있을 때였다. 2~3,000명으로 헤아일 수 있는 사병이 모두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는 준비된 사회자의 소개에 의해 연단에 올라섰으나, 도무지 마음이 편안치가 안았던 것은 내 말이 무슨 말이던 땅바닥에 앉아 듣는 사병에게는 너무 지나치는 푸대접이 아닐가 생각되어서 무엇보다 한 연대에 하나씩 속히 대강당을 지어서 그들로 하여금 안정된 자리를 마련해 줌이 옳겠다고 생각되었다.
毛允淑,「一線에 다녀와서 : 巡回講演 感想記」, 『國防』117호(1962. 1), 114쪽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살짝 짜증이 나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때의 군대는 극도로 열악한 복무환경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요즘 군생활과는 비교할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쿠데타 직후 ‘군사혁명’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고 우리의 모윤숙 여사도 그 중 한 분 이셨다지요. 당시 군부에서는 쿠데타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군대 내에서도 정훈교육을 통해 관련 교육이 이루어졌고 모윤숙과 같은 지식인들의 강연은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맨 땅바닥에 앉아서 지루한 강연을 들어야 했던 병사들은 어떤 생각이었을지 궁금하군요. 모윤숙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으니 당사자들은 어떤 심정이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