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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4일 일요일

한국전쟁 시기 미군의 보급에 대한 밴 플리트의 평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을 역임한 밴 플리트의 인터뷰 녹취록을 조금씩 읽는 중 입니다. 오늘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보급에 대한 밴 플리트의 평을 소개해 보지요. 꽤 재미있습니다. 특히 보급에 대한 밴 플리트의 관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 같군요.

윌리엄스 중령 : 장군님. 우리 미군에 대해서는... 우리 미군이 한국전쟁, 아니 전쟁을 치를 때 마다 지나치게 많은 장비를 갖추고 보급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밴 플리트 : 아니오. 전혀. 전투에 임하는 군인은 불가피한 경우라면 기본적인 필수품 조차 없는 상황에서 싸울 수 있어야 하지. 하지만 우리 군인들에게 더 잘 해줄 수 있다면 최고로 해 줘야 하는 법이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하지. 우리는 미국 본토, 유럽, 그리고 한국의 산악지대 등 어디에서건 가장 훌륭한 급식을 했소. 아군은 매일 보급을 받았고 아이스크림 같은 특식도 자주 받았소. 통조림 아이스크림을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를 모든 사단이 가지고 있었소. 통조림 아이스크림은 걸쭉한 액체나 분말 형태였는데 물을 섞어서 얼리기만 하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었소. 그리고 차량 종점이나 철도 종점, 보급소에서 보급품을 추진하기 위해서 한국인으로 구성된 보급부대를 두었소. 한국인 보급부대는 지게(A frame)를 갖추고 있었는데 지게로 무거운 물품을 운반할 수 있었소. 한국인 보급부대는 식량, 탄약, 그밖의 보급품을 등에 짊어지고 전투부대에 전달했소. 그래서 아군이 보급을 잘 받을 수 있었던 것이오. 한국군은 별도의 급식을 받았는데 정말 부실하기 짝이 없었소. 한국인들은 그렇게 먹는 것에 익숙했지만. 급식은 대부분 밥이었고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생선이나 고기를 먹는 수준이었고. 밥에 간장(soybean sauce)과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이었소. 김치는 절인 배추인데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같은 음식이오. 김치는 밥을 먹을 때 맛도 내고 비타민도 보충해 주는 음식이었소. 한국군인은 하루에 11센트로 급식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미군은, 내가 생각하기에 하루에 급식비로 5달러는 소요됐던것 같소. 요리를 할 줄 아는 취사병들은 꽤 맛있는 급식을 했소. 하지만 몇몇 실력없는 취사병들은 근사한 스테이크도 망쳐버리곤 했지. 급식을 제대로 준비하는건 정말 문제였소. 이 문제를 돕기 위해 많은 강사와 감독관이 파견됐소. 그 중에서도 특히 조지 머디키언George Mardikian씨가 기억에 남는구려. 머디키언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마르 카얌Omar Khayyam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었소. 그는 1차대전이 끝난 뒤 유럽에서 후버 전 대통령과 함께 식량구호활동을 한 바 있소. 그리고 미국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었지. 머디키언씨는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요리 전문가가 되었소. 그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모든 취사장을 시찰한 뒤 급양담당 부사관들과 취사병, 그 외의 취사관련 인원들을 가르쳤소. 머디키언씨는 육군부의 지시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소. 그래. 우리 군의 급식은 최고였지.
“Interview with General James A. Van Fleet by Lieutenant Colonel Bruce Williams, Tape 4”(1973. 3. 3), Senior Officers Debriefing Program, US Army Military History Institute, pp.47~48.

모든 군대가 병사들을 잘 먹이려 하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한 군대는 흔치 않지요. 후방에서 물자를 준비하고 이것을 전방으로 추진해서 배급하는 과정이 딱딱 맞아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전방의 군인들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풍부한 생산력과 이것을 전장으로 수송할 수 있는 수단, 그리고 뛰어난 행정 조직 등 필요한 것을 제대로 갖춘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고기를 수송하기 위해 냉동선을 선구적으로 운영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잠수함 까지 아이스크림 제조 기계를 갖출 정도로 보급에 신경을 쓴 것을 보면 그저 부럽다는 생각 말고는 드는게 없을 정도입니다. 밴 플리트가 이 인터뷰에서 미군의 급식이 최고라고 자부한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