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Schmoll의 Die Messerschmitt Werke im Zweiten Weltkrieg, 134~135쪽에는 전쟁말기에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실려있습니다.
1944년 2월 중순, 레겐스부르크(Regensburg)의 남동쪽 오버트라우블링(Obertraubling)에 있는 메서슈미트사의 시험비행장에서 특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소련군 포로 두명이 독일공군에 인도되기 위해 시험비행을 기다리던 Bf-109 한 대를 탈취해 탈출하려 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목격한 독일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오전의 시험비행이 취소되었습니다. 할일이 없어진(?) 시험비행사들이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한대의 Bf-109가 활주로로 진입해 이륙을 시도했습니다. 이것을 목격한 메서슈미트사의 시험 비행사인 그로스(Ludwig Groß)는 시험비행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제지할 사이도 없이 비행기는 이륙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전투기는 제때 고도를 높이지 못해서 비행장의 담에 랜딩기어가 걸리면서 추락했습니다. 당장 주변에 있던 경비병들이 달려가 비행기에 타고 있던 소련군 포로 두 명을 체포했고 이 두 명의 포로는 군사재판에서 독일국방군의 자산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총살형을 언도 받았고 2월 14일에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탈출을 시도하다가 실패해 목숨을 잃은 두 명의 소련군 포로는 바실리 야레쉬(Васи́лий Яреш)소위와 드미트리 우테비코프(Дмитрий Утевиков) 소위라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은 포로가 된 뒤 메서슈미트 공장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 두명 중 한명이 조종사여서 독일 비행기를 훔쳐 탈출하자는 계획을 세웠던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들의 활극은 비극으로 끝났고 이 두 포로는 총살된 지 이틀 뒤인 2월 16일에 근처의 묘지에 매장되었다고 합니다. 성공했다면 하나의 멋진 이야기로 남았을 법한 이 사건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울한 사실이지만 모두가 영화처럼 살 수 있는 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