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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31일 월요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카이텔에 대한 어떤 미국인의 호의

예전에 카이텔의 마지막 편지를 번역하면서 의외로 담담하고 자기 확신에 찬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전통 있는 독일 장교단의 일원이었으니 비록 패장이고 전범일 망정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했었겠지요. 이런 모습은 연합국 측에도 영향을 줘서 독일에 우호적인 인사들의 동정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오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당시 자문단장(Chief of Counsel for the Prosecution of Axis Criminality) 이었던 도드(Thomas Joseph Dodd)의 편지를 읽다 보니 카이텔의 평소 태도가 미국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뉘른베르크, 독일, 1946년 4월 3일

내 사랑 그레이스(도드의 아내),

리벤트로프의 차례는 끝났고 카이텔의 차례야. (중략) 카이텔은 이날 아침에 재판정에 섰고 나는 그에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라고 말해야 했어. 무슨 까닭인지 나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거든. 나는 카이텔이 정직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서 매우 기뻤어. 물론 카이텔은 유죄가 분명하지만 내 생각에는 다른 전범들에 비하면 가벼운 죄일 뿐이야. 카이텔은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재판에 나와야 할 것 같아. (후략)

Christopher J. Dodd, Letters from Nuremberg : My father’s narrative of a quest for justice, Crown Publishing, 2007, pp.278~279

도드가 공정한 재판을 주장하고 또 독일측에 호의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카이텔은 상당히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카이텔의 마지막 편지를 보더라도 그는 최후까지 군인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2007년 11월 24일 토요일

카이텔이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샤이러는 그의 기념비적인 걸작인 ‘제 3제국의 흥망’의 에필로그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방청기를 실어놨습니다. 샤이러는 그가 지켜본 피의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짤막하게 기록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카이텔에 대해서는 사형이 선고되었다고 짤막하게만 넘어가더군요. 당시의 다른 증언이나 기록을 보면 카이텔은 군인답게 사형판결에 대해 침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가 사형되기 전에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는 매우 짧고 간결하지만 카이텔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1946년 10월 3일

이것이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구나.

나는 14일 내로 판결에 따라 사형에 처해질 것 같다… 나의 운명에 대한 긴 판결은 내가 재판관들 앞에서 내가 나의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줬다. 재판 과정에서 나는 내가 한 발언들을 단 한마디도 후회하거나 번복하지 않았다. 나는 모든 질문과 모든 경우에 대해서 항상 진실만을 말했다. 나는 지금은 물론이고 미래와 역사 앞에서도 떳떳하다.

Walter Görlitz, Generalfeldmarschall Wilhelm Keitel – Verbrecher oder Offizier?, Verlag S.Bublies, 1961, 1998, ss.489~490

이것만 보면 전형적인 확신범의 태도같습니다.

그런데 카이텔 또한 "역사가 나를 평가해 줄 거얌~"하는 희망을 품었던 모양이군요. 네. 그나마 현실의 패자가 얻을 수 있는건 별 가치도 없는 미래의 평가 뿐이지요. 그러나 이를 어쩌나요. 현재의 역사 또한 카이텔에 대해 별로 우호적이진 않으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