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4일 토요일

영화 미드웨이를 봤습니다....

평이 별로 좋지 않은 미드웨이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 나니 왜 평이 나쁜지 알겠더군요.
1937년(!) 부터 시작해서 진주만 기습, 둘리틀 특공대, 그리고 미드웨이 전투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것 저것 우겨넣으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감독과 각본가의 능력이 따라가질 못합니다. 넣어줬으면 하는 장면은 없고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은 들어가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극장에 가는 사람들이 태평양전쟁사를 예습하고 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건들이 주마간산격으로 지나갑니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가 못해요. 드라마 총집편을 보는 느낌입니다. 벌컥 둘리틀 특공대가 발진하고, 엔터프라이즈가 벌컥 산호해에 가 있고 갑자기 나타난 요크타운은 구멍이 난 채로 도크에 들어가 있으니 태평양 전쟁사를 모르는 관객은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잡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비중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사람들은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폭격기 조종사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딕 베스트 대위와 맥클러스키 소령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미드웨이에서 분전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1분 1초도 안나와요. 존 태치 소령 이야기가 없다니 이거 좀 너무하잖습니까. 차라리 파티 장면이나 미해군 장교 부인들이 남편 걱정하는 장면을 덜어내고 전투에 더 집중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일본군에 대한 묘사는 좀 애매합니다. 아무래도 적이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묘사할 여유가 없는게 가장 큰 문제겠지요. 그래서 일본측 지휘부에 대한 묘사는 좀 복합적입니다. 겐다 미노루는 나구모의 옆에서 찌질하게 쩔쩔매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걸 보고 있자니 왠지 즐겁습니다. 나구모는 소리만 꽥꽥지르는 무능한 꼰대 상사로 나오는데 좀 아쉽더군요. 쿠니무라 준 선생이 나구모를 연기했는데 좋은 배우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연기한 야마구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일본쪽의 주인공이라면 야마구치라고 할 수 있겠군요.

유일한 장점은 항공모함 결전을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듦새가 엉성해서야 밀리터리 오타쿠가 아닌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더군요. 어쨌든 태평양전쟁사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다면 그럭 저럭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을 겁니다.

댓글 5개:

  1. 볼까 말까 갈팡질팡 하면서 아직은 안 보고 있는데

    참 평이 갈리는 영화군요.

    혹시 영원의 제로나 연합함대 사령장관 산본오십육 보셨다면

    비교해서 CG 수준은 어떻다고 느끼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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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냥 게임 장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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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영화도 별로지만 Carrier combat 이라는 책이 '미드웨이'라는 낚시성 부제를 붙여서 출간했었습니다. 내용은 재미도 깊이도 없습니다. 번역에 문제가 있는지는 원서를 읽어봐야 알겠지만 책이 너무 여백이 많습니다. 다른 회고록이랑 일단 비교차제를 하는것이 힘들지경이네요. 논란의? 무장친위대 전사록이 25200원이고 carrier combat은 16800원인데 내용의 양을 기준으로 삼으면 후자는 6800원을 받아도 비싼축에 속하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영양가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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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세상에 길어야 2시간짜리 영화를 1937년부터...
    CG가 게임 장면 수준이면 공중전도 기대할만한 상태는 아닌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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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계인 모함이 일본군 항공모함이고 F/A-18 대신 던틀리스가 나오는 인디펜던스 데이입니다.

      그냥 저냥 보면 무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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