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영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영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0년 1월 4일 토요일

영화 미드웨이를 봤습니다....

평이 별로 좋지 않은 미드웨이를 보고 왔습니다. 보고 나니 왜 평이 나쁜지 알겠더군요.
1937년(!) 부터 시작해서 진주만 기습, 둘리틀 특공대, 그리고 미드웨이 전투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것 저것 우겨넣으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감독과 각본가의 능력이 따라가질 못합니다. 넣어줬으면 하는 장면은 없고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은 들어가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극장에 가는 사람들이 태평양전쟁사를 예습하고 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건들이 주마간산격으로 지나갑니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가 못해요. 드라마 총집편을 보는 느낌입니다. 벌컥 둘리틀 특공대가 발진하고, 엔터프라이즈가 벌컥 산호해에 가 있고 갑자기 나타난 요크타운은 구멍이 난 채로 도크에 들어가 있으니 태평양 전쟁사를 모르는 관객은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잡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비중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사람들은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폭격기 조종사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딕 베스트 대위와 맥클러스키 소령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미드웨이에서 분전한 전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1분 1초도 안나와요. 존 태치 소령 이야기가 없다니 이거 좀 너무하잖습니까. 차라리 파티 장면이나 미해군 장교 부인들이 남편 걱정하는 장면을 덜어내고 전투에 더 집중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일본군에 대한 묘사는 좀 애매합니다. 아무래도 적이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묘사할 여유가 없는게 가장 큰 문제겠지요. 그래서 일본측 지휘부에 대한 묘사는 좀 복합적입니다. 겐다 미노루는 나구모의 옆에서 찌질하게 쩔쩔매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걸 보고 있자니 왠지 즐겁습니다. 나구모는 소리만 꽥꽥지르는 무능한 꼰대 상사로 나오는데 좀 아쉽더군요. 쿠니무라 준 선생이 나구모를 연기했는데 좋은 배우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아사노 타다노부가 연기한 야마구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일본쪽의 주인공이라면 야마구치라고 할 수 있겠군요.

유일한 장점은 항공모함 결전을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듦새가 엉성해서야 밀리터리 오타쿠가 아닌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더군요. 어쨌든 태평양전쟁사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다면 그럭 저럭 나쁘지 않게 볼 수 있을 겁니다.

2017년 12월 14일 목요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상평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 나니 굉장히 불쾌하군요.

클래식 에피소드를 존중하기 보다는 뒷방 늙은이 취급하며 치워버리려는 불쾌한 작품입니다. 이야기가 파격적으로 전개되는 점은 괜찮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가 주는 불쾌감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세계를 구축해 뽕을 뽑겠다는 역겨운 악취가 스크린을 뚫고 풍겨옵니다. 조지 루카스는 감독으로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창조자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인물이었습니다. 라스트 제다이를 제국의 역습에 비교해 추어올리는 평도 있는데 저는 그런 의견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깨어난 포스에서 잔뜩 던져놓았던 떡밥들을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대충 덮고 넘어가는 전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영화 본편에서 설명하지 못할 떡밥이라면 애초에 던지지 말았어야죠.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은 클래식 트릴로지의 파편들입니다. 이것 만으로도 극장에 가서 볼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두 번 볼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

2017년 4월 3일 월요일

최근 넷플릭스 코리아에 올라온 세계대전 영화


최근 넷플릭스 코리아에 세계대전 영화가 몇 편 업데이트 됐습니다.

극영화로는 Das Boot가 올라왔군요. 이외에도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극영화가 몇편 더 있는데 잘 모르는 작품이라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도 못했던 멋진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2차대전 중 만들어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Why We Fight: The Battle of Russia가 그것입니다. 이 영화는 독소전쟁 발발부터 스탈린그라드의 승리까지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소련에서 촬영된 선전영상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선전용 필름이긴 하지만 전쟁 중 소련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영상도 풍부하고 좋습니다.

역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Prelude to War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이 영화는 2차대전의 발발 원인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싸워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예전에 본 기억이 있어서 새롭지는 않으나 매우 반갑습니다. 그리고 미군이 독일의 강제수용소를 해방한 뒤 그 참상을 기록한 Nazi Concentration Camp도 훌륭한 다큐멘터리 작품입니다.

그리고 전쟁중에 제작된 멤피스 벨 대원들을 다룬 뉴스영화도 한 편 있습니다. 이건 컬러 작품이네요! 화질은 나쁜 편이지만 볼만합니다.

넷플릭스가 돈값을 충실히 하는군요.

2016년 2월 1일 월요일

대륙의 박스오피스


유리 오제로프의 8시간에 달하는 5부작 장편영화 '해방освобожде́ние'(제작기간 1968~1971, 개봉 1970~1972)은 대조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과 평화'로서 전쟁 승리 25주년을 기념해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모스필름은 이탈리아의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 동독의 DEFA, 폴란드의 PSFZF와 합작하여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다. '해방'의 1편과 2편은 1970년에 56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중 상당수는 당조직의 '권유'에 의해 관람한 인원이었다. 엄청난 관객을 동원했지만 이 영화는 1970년 소비에트 스크린이 실시한 인기투표에서 4위에 머물렀으며 최고 평점을 준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1편과 2편 이후 관객수는 급격히 추락했다. 1971년에 개봉한 3편은 3580만명, 1972년에 개봉한 4편과 5편은 2800만명이 관람했다. 하지만 소비에트 스크린의 1971년도 인기투표에서 3편이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 
Denise J. Youngblood, Russian War Filmes: On the Cinema Front, 1914~2005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7), p.158.

이 책의 저자인 영블러드도 "해방은 나쁜 영화라기 보다는 지루한 영화"라는 평을 합니다만, 소련 인민 중에서도 저 처럼 이 영화를 지루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꽤 됐을 듯 싶네요.

2013년 8월 19일 월요일

영화 '감기'에 대한 어떤 평

영화 '감기'를 시사회로 봤다가 분노한게 일주일 넘게 가는군요.

네이버에 댓글알바가 활동한다기에 분노의 별 한개를 주러 네이버에 로그인 했다가 이렇게 멋진 영화평을 봤습니다.




제가 분노해서 길게 쓴 영화평이 이 분의 140자평만 못한게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제 평은 지웠습니다. ㅎㅎ. 쓸데없이 전작권이 어떻고 검역이 어떻고 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2012년 5월 28일 월요일

영어로 이야기하는 독일군이 주인공인 미국 영화;;;;;

정신이 어수선해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영화의 감정이입을 다루는 부분에서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를 예로 드는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는 (미국)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보게 되는데 독일군을 주인공으로 한 「철십자 훈장」은 “하품을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몇년전 개봉했던 톰 크루즈 주연의 「발키리」도 생각보다 부진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자가 공포영화의 감정이입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예로 들은 사례이긴 합니다만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한국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극장개봉을 할 수조차 없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평균적인 미국인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독일군이 고뇌하는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어로 이야기하는 소련군이 주인공이었던 「에너미 앳 더 게이트」도 마찬가지로 다소 신통찮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때 같은편이었던 소련군이 이럴진데 독일군이라면 더욱 더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 중 인간적인 독일군을 다루는 작품이 몇편 생각나긴 합니다만 그중에 블록버스터는 흔치 않았던 것 같네요.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아르마딜로(2010)

얼마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덴마크군 병사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아르마딜로”가 개봉했습니다. 생소한 “덴마크” 영화인데다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니 흥행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트선재센터의 지하에 있는 시네코드선재에서 단관개봉을 했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블루레이까지 출시된 마당에 너무 늦은 개봉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극장에서 볼 기회가 생긴것은 다행입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의 전진작전기지 아르마딜로에 파견된 병사들입니다. 영화포스터에는 충격받은 병사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덴마크 병사들의 활동을 무미건조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반복되는 정찰, 가끔씩 벌어지는 교전, 그리고 덴마크 병사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뭔가 알수없고 불쾌한 현지인들. 전쟁영화의 절정부에서 보여주는 요란한 교전은 없습니다. 영화가 밋밋해서인지 제 옆자리에서 관람하던 부부는 상영되는 내내 지루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잡담 때문에 더 화가났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무미건조한 시각이 매력입니다. 제작과정에 대해 알지 못하니 어느 정도 감독의 의도가 내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반복되는 지루한 작전과 일상에 시달리던 병사들이 마침내 전투에서 탈레반을 무찌르고 환희를 느끼는 부분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수류탄으로 탈레반 네명을 죽인 병사는 마치 축구에서 첫 골을 넣은 것 처럼 흥분과 자부심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파병직전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던 젊은 병사들은 적응해 가면서 전투의 흥분을 갈구하게 됩니다. 영화에는 수류탄에 치명상을 입은 탈레반을 사살하고 시체를 정리하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 덴마크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인간이 전쟁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덤덤하게 묘사하는 것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인상을 줍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주인공들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자원하거나 파견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시네코드선재에서 제공하는 안내전단지의 설명은 반전평화운동가가 썼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소개해주기에는 부족한 글 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고 이 영화의 감독  Janus Mets Pedersen은 그 중 하나의 얼굴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 영화에 대한 반응들은 감독의 시도가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침략전쟁(???)은 나빠요!" 같은 식의 비판은 이 영화를 제대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영화 포스터는 상당히 잘만들었습니다. 굉장히 깊은 인상을 줍니다.


단관개봉인데다 상영도 하루걸러서 1회씩이라는게 좀 아쉽습니다. 어둠의 루트로 쉽게 구해볼수 있는 영화입니다만 극장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니 말입니다.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외계인과 초고대문명은 맛있는 불량식품

뒤늦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프로메테우스의 예고편을 봤습니다. 한마디로 압도적이군요. 다크나이트 라이지즈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고편을 보고 난 뒤에는 프로메테우스를 더 기다리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예고편의 음악이 정말 중독성 있습니다. 다가올 6월이 꽤 즐거울 것 같은 느낌입니다.(6월에는 MJ님의 TV복귀작도 있습니다.ㅋㅋㅋ)

재미있는 것은 헐리우드가 좋아하는 고대문명+외계인 떡밥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는 점 입니다. 말도안되는 황당한 것들이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할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고등학생 시절에는 엑스파일과 나디아를 짬뽕한 잡탕 음모론 소설을 열심히 쓰곤 했으니 말입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이름에 먹칠을 한 에일리언vs프레데터에서 이미 고대문명+외계인을 써먹긴 했습니다만 그건 좀 형편없었죠. 하지만 똑같이 한심한 소재라 하더라도 리들리 스콧이 손을 댄다고 하니 호기심이 동합니다.

강인한 이성을 지닌 칼 세이건이나 마이클 셔머 같은 이들이라면 혀를 차면서 한심하다 할지 모르겠으나 저처럼 어설픈 사람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리는걸 어쩔수가 없습니다. 이건 마치 국민학생 시절 담임선생님의 타이름을 무시하고 종치자 마자 학교 앞의 구멍가게로 달려가 각종 불량식품을 섭렵하던 느낌이라 할까요. 한심하긴 하지만 즐기지 않을 수 없는 무엇인가가 가슴 한켠을 울리는 것 입니다!


※ 정신건강에 해로운 창작물에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당장 외계인, 초고대문명, 초능력 정도가 생각나는군요. 필수요소들을 짬뽕하면 꽤 재미있을 듯.

2011년 12월 25일 일요일

마이웨이를 봤습니다

마이웨이를  봤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꽤 볼만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것 처럼 연출상의 문제가 심각하고 사소한 고증 문제가 있기는 한데 참으면서 볼 정도는 됐습니다. 7광구 같은 졸작을 이미 경험했다 치더라도 예상외로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좋은 영화라고 할 수 는 없겠지만 괜찮은 영화라고는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요소부터 이야기 하겠습니다.

1. 주인공 김준식이 너무 평면적이고 매력이 없습니다. 그렇게 심한 고생을 하고 학대를 당한것 치고는 감정의 기복이 없어 보입니다. 캐릭터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묘사하는 방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사실 일본군 병영이건 소련 포로수용소건 노르망디 해안이건 어디서나 줄구장창 마라톤 연습을 하는게 어색할 정도로 작위적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소련 수용소라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중노동에 시달렸을 텐데 달리기 할 기운이 남아있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미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출이 아쉬웠습니다.

2. 판빙빙이 연기한 쉬라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엉뚱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쉬라이라는 인물을 삭제하고 대신 독일군 포로수용소나 이야기의 개연성을 강화시켜 줄 다른 부분을 넣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인지 억지로 ‘항일애국지사’를 집어 넣은게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주인공을 두 사람으로 만든 지점에서 이미 해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 같은데 뜬금없는 등장인물이 하나 더 튀어나오니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3.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해야 할 이야기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16부작 정도 되는 TV용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훨씬 괜찮은 이야기가 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Das Boot처럼 TV용으로 따로 편집을 한다면 훨씬 좋을 것 같은데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노몬한에서 독소전쟁 까지는 어쨌거나 이야기가 그런대로 이어지는데 주인공 두 사람이 헤어진 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면서 1944년의 프랑스로 이동하는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4. 전투 장면의 연출이 매우 아쉽습니다. 처음의 1차 노몬한 전투는 상당히 스펙터클한 느낌도 들었고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의 2차 전투가 영 아쉽더군요. 압도적인 소련군의 전력과 일본군의 비인간적이고 무모한 전술을 비교하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전차와 인간의 대결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전차들만 스크린을 가득 덮고 있으니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소련 보병이라도 튀어나와 주었으면 덜 밋밋했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독소전쟁은 너무 애너미 앳 더 게이트의 느낌이 나는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노르망디는 극적인 흐름을 위해서 다소 무리한 연출을 한 느낌이 듭니다. 상륙부대가 해안을 휩쓴 뒤 공수부대가 낙하하는 건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무리하게 집어넣은 장면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외에도 황당한 요소가 많은데 영화이니 그냥 넘어가지요;;;;

5. 마라톤이라는 요소가 사건의 발단 외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영화 도입부의 마라톤 장면도 일본의 폭압적인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 단순하게 묘사되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김준식이 계속해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 말고는 마라톤이 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요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육상선수 출신의 주인공을 다룬 영화 ‘갈리폴리’에서는 달리기라는 요소가 영화의 막바지에 비극을 강조하는 요소로 잘 녹아들었는데 마이웨이에서는 그 점이 참 아쉽군요.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었다면 더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대작 답게 볼만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나름 돈 값은 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조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 공동주연 중 한명인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하세가와 타츠오는 영화를 통해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이어서 ‘마라토너 김준식’에 비해 훨씬 좋은 캐릭터였습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군인인 할아버지에 대한 동경과 조선인에 대한 증오로 뭉쳐 전쟁을 열망하게 된 청년이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해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인간적으로 성장해 가는 설정은 뻔하지만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특히 소련 포로수용소가 묘사된 부분은 이 배우의 매력을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주인공 다운 인물이었습니다.

2. 조연으로 나온 배우들이 괜찮습니다. 김인권이 연기한 안똔은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는 인물입니다. 김준식과 이 인물을 합쳤다면 영화가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영화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무너진 인물인데 이 인물 덕분에 소련 포로수용소 장면이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볼만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김인권이 조연으로 나온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주목한 일이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타츠오의 부관으로 나온 소좌도 분량은 짧지만 인상 깊은 인물입니다. 가족을 그리워 하며 나무인형을 다듬는 소박한 모습이나 비극적으로 사망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영화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인간성’ 때문에 집어넣은 것 같지만 충실히 제 역할을 해 준 것 같습니다. 타츠오를 인간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후하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어떤 배우인지 궁금해서 네이버나 다음의 영화 정보를 뒤져봤는데 정보가 없더군요.
그리고 천호진은 짧게 등장했지만 정말 좋습니다. 짧게나마 이 배우를 보여준 감독께 감사. 이 배우는 무슨 역을 해도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별로 중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천호진의 연기를 본 것 만으로도 9천원 중 천원 이상의 가치는 되었습니다.

3. 자잘한 디테일이 마음에 듭니다. 저는 홍보에서 강조한 노몬한이나 노르망디 전투 보다는 영화 초반에 묘사한 1930년대 경성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1950년대의 서울을 묘사한 바 있는데 그 당시 보다 이 도시를 훨씬 더 잘 다룬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배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삭제된 장면 중에는 베를린을 다룬 부분도 있는 듯 한데 그것도 아쉽군요. 공간적으로 풍부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오다기리 죠는 끝내 런던까지 가는군요.

4. 영화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간성의 회복 문제는 지겹도록 반복되지만 그럼에도 전쟁영화에 가장 잘 맞는 주제 같습니다. 엉성하게 민족의 비극 타령이나 하는 영화들에 비하면 훨씬 낫지요. 연출이 부실해서 안타깝지만 영화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 알지만 속아주고 싶은 그런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현재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다른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딘가 엉성한 부분도 있고 영화적인 완성도가 썩 높다고 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저평가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최소한 별 한개짜리 영화는 아닙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열심히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면 좀 더 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이웨이도 그런 영화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더 극장에서 볼 생각이 있습니다. 감독판으로 재개봉 할 수 있다면 좋겠군요.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영화 "마이웨이"에 관한 잡담 하나

강제규 감독의 신작 “마이웨이”는 제작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 부터 꽤 관심을 가졌던 영화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럭 저럭 나쁘지 않게 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관련된 내용이 조금씩 공개될 때 마다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나오는 평들이 우호적이지가 않군요.

그런데 영화평들을 찾아 보던 중 영화 평론가 듀나가 쓴 평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평에 대해 뭐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재미있는 구절이 하나 눈에 들어오더군요.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강제규의 [마이웨이]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미군의 심문을 받는 동양인 사진 한 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앰브로스의 책 [디-데이]에 실린 이 사진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 군복을 입은 이 동양인 포로는 자신이 '코리언'이라고 밝혔다죠.

듀나의 영화 낙서판 - 마이웨이

여기서 말하는 사진은 바로 유명한 아래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스티븐 앰브로즈의 D-Day(1994년에 출간된 페이퍼백판)에는 동양인 포로의 사진이나 이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브루어 중위가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포로들을 생포했고 이들을 심문한 결과 ‘코리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내용이 짤막하게 나올 뿐이지요.(D-Day의 다른 판본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혹시라도 다른 판본에 그 동양인의 사진과 조선인이라는 설명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겠지만 해당 내용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독일이 1943년 쿠르스크에서 패배한 이후 이른바 동방대대는 갈수록 신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때문에 이 부대들은 독일인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대신해 프랑스로 보내졌다. 제101공수사단 506강하연대의 로버트 브루어Robert Brewer중 위는 침공 당일 유타라고 명명된 해변에서 독일군복을 입은 네 명의 동양인을 생포했다. 이들과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조선인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해서 조선인들이 히틀러를 위하여 미군에 맞서 프랑스를 방어하는 싸움에 참여하게 된 것인가? 이들은 1938년 당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때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1939년 국경지대의 전투에서 붉은군대에 생포되었고, 붉은군대에 강제로 편입된 뒤에는 1941년 12월 모스크바 근교에서 독일 국방군에 포로가 된 뒤 독일군에 강제로 편입되어 프랑스로 보내진 것으로 생각되었다.(브루어 중위는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떠올리지 못 했으나 아마 조선으로 되돌아간 듯 싶다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믄 이들은 다시 한번 남한이나 북한중 어느 한쪽에 징집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이들이 한반도의 어느쪽에 속했느냐에 따라 1950년에 미국에 대항해서 건 혹은 미군과 함께 건 다시 한번 싸움을 하게 되었을 가능이 있다. 이것은 20세기 정치의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1944년 6월 경에는 서부전선의 독일군 소총병 여섯 명 중 한 명이 동방대대 소속이었다.

Stephen E. Ambrose, D-Day June 6, 1944 : The Climactic Battle of World War II, (Touchstone Book, 1994), p.34

인터넷 상에 노르망디의 조선인이라고 해서 널리 퍼진 이 사진에 언제부터 ‘조선인’이라는 설명이 붙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앰브로즈의 책에서 나온 설명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앰브로즈의 책에 나온 서술을 이 사진에 달아놓은 것을 보긴 했는데 어쩌면 이것이 발단인지도 모르겠군요.

 

“마이웨이”의 영화 홍보도 정체가 불분명한 동양인의 사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홍보하는 것을 보면 제작진도 상당한 자료를 준비했을 것이고 D-Day는 당연히 읽었을텐데 왜 그런 방향으로 홍보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물론 영화 홍보에서 “스티븐 앰브로즈의 책에서 어쩌구” 하는 것 보다는 한 장의 사진을 제시하는게 시각적으로 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사진에 실린 인물이 어느 민족에 속하는지 확실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실체가 불확실한 사진을 중심으로 한 홍보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계속 재생산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편으로는 텍스트가 지나치게 홀대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섭섭하군요.

2011년 8월 31일 수요일

고지전 단평

얼마전에 nishi님이 영화 고지전에 대한 제 감상을 물어보셨는데 한마디로 별로였습니다.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는 영화에 나타나는 남북한 군인들의 교류가 퇴행적인 욕망을 보여준다고 평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매우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전쟁영화라는 평도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한국 영화계가 얼마나 전쟁영화를 못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지요. 예. 솔직히 이 영화의 반전메시지가 지겹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한두편도 아니고. 솔직히 저는 반전영화는 1930년에 나온 서부전선 이상없다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들은 제법 진지한 척 폼을 잡으며 전쟁의 허무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제 눈엔 조성모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에서 절규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전쟁이 나쁘다는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수없이 계속해온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기 위해서 영화를 한 편 더 만들 필요는 없지요.

고지전의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생각하는 전쟁이 뭔진 모르겠는데 전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본인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진지한 반전영화라기 보다는 반전영화 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그저 그런 영화입니다. 걸작이라고 추켜세우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10년도 가지 않아 잊혀질 그저그런 영화입니다. 한국영화계는 남북문제를 다룰때 수십년간 작용한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한 반작용인지 지나치게 무리해서 그 반대로 나가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을 다루는 영화 중에서 가장 짜증나는건 웰컴 투 동막골과 같은 겉멋만 잔뜩 든 골빈 영화인데 고지전은 그보다는 수준이 조금 낫지만 비슷한 영화로 보입니다. 솔직히 고지전을 걸작이라고 추켜세우는 영화 평론가 중에서 전쟁영화가 아닌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한국전쟁에 대한 진정한 걸작이 나오려면 일단 한국전쟁의 유산이 완전히 과거의 역사로 사라져야 할 것 입니다. 한국전쟁이 현실 정치에 영향을 끼치는 한 걸작 보다는 진지한 척 하고 싶어하는 겉멋만 잔뜩 든 영화만 나올 가능이 훨씬 높습니다.

2011년 7월 1일 금요일

트랜스포머 3


확실히 이견의 여지가 없는 졸작임.

하지만 후반부에 옵대장께서 친히 돌파구를 뚫으실때 감격하지 않을수 없었음.

감상 끝.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난징의 클레릭

아무래도 중일전쟁은 1937년에 끝났던 모양입니다.


클레릭의 쌍권총이 일본군을 상대로 불을 뿜겠군요.

2011년 2월 11일 금요일

윈터스 본(Winter's Bone)

어제는 심란해서 심야 영화로 윈터스 본(Winter's Bone)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도 매우 무겁고 암울한 영화여서 심란한 기분만 더해졌습니다. 차라리 김명민이 주연인 코미디 영화나 볼 걸 그랬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는 꽤 괜찮게 잘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시궁창 같은 상황에 처해있고 계속해서 시궁창 같은 현실이 계속되지만 어쨌든 아주 아주 약간의 희망은 있는 결말이었으니 평온한 때에 봤다면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영화는 폐쇄적인 시골마을이 배경이고 빈곤층 소녀가장(?!)이 주인공입니다. 이쯤되면 뭐 말 다했지요. 주인공은 원치 않게 소녀가장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약을 제조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는데 집을 담보로 가석방 비용을 마련한 뒤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사라져 버렸으니 집이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어머니는 폐인입니다;;;; 어쨌든 씩씩한 소녀가장은 가정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합니다만 아버지의 주변 인물들도 만만치 않은 인물들입니다.

스릴러에서 시골을 그리는 공식은 거기서 거기인지 이 영화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출이 꽤 좋습니다. 범죄로 얽힌 폐쇄적인 소규모 공동체는 꽤 흔한 소재라서 연출이나 연기가 엉망이면 망하기 쉽지요.(한국 영화 '이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행히 이 영화의 연출은 정말 좋습니다. 동시에 연출이 너무 좋다는 게 문제입니다. 여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친한 친구를 제외하면 등장인물 중 제대로 된 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동네 보안관도 전형적인 부패경찰 입니다. 이 답답하고 소름끼치는 공동체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건 고역입니다.

게다가 이야기는 암울한데서 그치지 않고 제법 현실적인 방향으로 나갑니다. 현실적으로 빈곤층 소녀가장이 폐쇄적인 공동체에 맞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행히 주인공이 살해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권선징악이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폐쇄적인 시골마을은 늘 돌아가던 대로 돌아가고 주인공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안을 취합니다. 물론 완벽하게 암울한 결말은 아닙니다. 주인공의 일상은 이미 충분히 엉망이긴 하지만 가정이 완전히 공중분해되는 상황도 피하고 길거리로 나 앉는 상황도 피하긴 합니다.

좀 여유있는 상황에서 봤으면 좋았을 영화였는데 시기를 잘못 골랐습니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괜찮았으니 그나마 다행이군요.

2010년 12월 19일 일요일

어떤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어떤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 한 토막...

영국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 이었다. 그리고 (데즈몬드 영의) 책이 총선 기간에 발간된 것과 비슷하게 영화(사막의 여우)도 1951년 보수당이 재집권을 위한 선거운동을 펼치던 시기에 개봉되었다. 실제로 BBC는 엘 알라메인 전투 기념일에 처칠과 몽고메리가 연설한 것을 방송하는 것은 특정 정당에 유리한 행위라고 판단해서 그 대신 ‘사막의 여우’의 영화음악을 방송하는 기발한 행동을 했다.

Patrick Major, “‘Our Friend Rommel’ : The Wehrmacht as ‘ Worthy Enemy ’ in Postwar British Popular Culture”, German History Vol. 26, No. 4, p.525

전쟁이 끝난지 10년도 채 안된 시점인데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8월 23일 월요일

악마를 보았다

얼마전 CGV 포인트가 조금 있어서 포인트를 쓸 겸 악마를 보았다를 봤습니다. 한 번 보고 나니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남은 포인트로 한 번 더 봤습니다.

역시 이 영화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최민식이 연기한 연쇄살인범 장경철입니다. 열등감에 찌들어 그 불만을 약자에게 쏟아넣는 전형적인 살인마를 재미있게 연기했더군요. 장경철이라는 인물은 큰소리는 뻥뻥치지만 실제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역겨운 인물입니다. 영화에 묘사되는 모습을 보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별 볼일 없는 인물인데다 가족과도 사이가 나빠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중간 중간 묘사되는 모습에서 나타나듯 자기 자신에 제법 대단한 인물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고 허세도 쩔죠. 실제로는 아닙니다만. 자신은 잘났지만 세상이 문제가 있어서 꼬였다고 착각하는 인물 같으니 그 불만을 엉뚱한 약자들에게 쏟아 넣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여태까지 세상에 알려진 한국의 연쇄살인범들과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꽤 그럴싸 합니다. 한국 영화에 한니발 렉터같은 고상하고 “강한” 연쇄살인범을 등장시키면 정말 어색하고 병신같았겠죠. 개인적으로는 이 찌질한 살인마의 살인행각을 더 많이 보여줬더라면 좋았겠습니다만 영화의 핵심은 이병헌이 연기한 김수현의 복수에 있으니 어쩔 수 없겠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영화 중반에 나오는 장경철의 친구도 재미있었습니다. 세븐데이즈에서는 강간살인범을 연기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더군요. 특이한 식성에다가 특이한 동거녀(정황상 살인은 같이 하는 모양이더군요)를 달고 다니는데 이 커플을 가지고 스핀오프를 하나 만들어도 좋을 듯 싶었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뭐 대충 넘어가 줄 만 합니다. 한국에서 만드는 스릴러 치고 이야기 구조가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만들어진 물건이 별로 없잖습니까. 이미 세븐데이즈나 용서는 없다 같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스릴러들이 많았던지라 이 영화는 충분히 봐줄 만 합니다.

이곳 저곳의 영화평을 보니 좀 더 세게 나갔어야 했다는 의견이 꽤 많던데 대한민국의 주류 영화계에서 이 정도 물건을 내놓은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 같습니다. 앞으로 좀 더 유능하고 막나가는 감독이 나타나 한 술 더 뜨는 물건을 내놓았으면 싶군요. 뭐, 사실 제 개인적으로도 감독이 막 나가려다 못 나간듯한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이번 부산영화제에 무삭제판을 내놓는다던데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보러가고 싶군요. 대한민국의 제멋대로 심의기준을 생각하면 DVD판도 무사히 나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2010년 1월 17일 일요일

용서는 없다

시간을 내서 '용서는 없다'를 봤습니다. 그동안 에반게리온만 보느라 다른 영화는 거의 보질 못했는데 '용서는 없다'가 2010년 들어 처음 본 한국영화가 되었군요.

사실 용서가 안되는 영화라는 가혹한 혹평이 있길래 호기심이 동하더군요. 그래서 주말 오후에 롯데시네마에 가서 거금 9000원을 들여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용서가 안될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으나 어쨌든 좋은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줄거리가 퍼질 대로 퍼져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도 아시겠지만 영화는 매우 비극적으로 마무리 되고 이야기의 진행도 다소 엉성합니다. 스릴러가 되기에는 좀 모자란 영화라고 해야 할까요? 논리적으로 허술한 장면이 한 두군데가 아닌데다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멍청합니다. 비극적인 결론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 진행과정들을 지나치게 억지로 끌어맞췄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영화는 독창적이지도 않습니다. 한국영화에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범죄자와 거래한다는 방식은 이미 세븐데이즈에서 한 번 봤고 영화가 준비한 반전이라는 것은 올드보이에서도 본 것 같은 구조입니다. 게다가 결말부분은 데이빗 핀처의 세븐의 결말을 보는 것 같더군요. 물론 천지개벽이래 세상에 독창적인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지만 이건 너무 심했습니다. 짬뽕도 잘 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네요.

게다가 한혜진이 연기한 여형사는 너무 뻔해빠진 등장인물이라 없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물론 한혜진이 나쁘진 않습니다. 아주 아주 예쁘잖아요. 하지만 남자들로 가득찬 조직에서 꼴마초에게 시달림 받는 유능한 여자라니, 이건 너무 흔해빠진 캐릭터 아닙니까. 물론 묘사가 좋았다면 나쁘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한혜진의 연기가 너무 어색합니다. 대사도 문어투인데 한혜진의 연기는 그걸 그대로 받아 읽는 수준이라. 차라리 한혜진이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나가요 언니라던가 아니면 부검대 위의 시체를 연기하는 쪽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약 한혜진이 부검대 위의 시체였다면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었을지도;;;; 오오. 예쁜 시체다!) 게다가 한혜진이 연기한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인지는 몰라도 극중에서 한혜진을 괴롭히는 선배 형사(성지루)가 아주 무능하고 멍청한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성지루 같이 괜찮은 배우를 이런 멍청한 역할로 소모하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설경구는 좀 불쌍했습니다. 비극적인 영화에 아주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꽝이었고 연출도 별로였다는 겁니다. 어쨌든 설경구는 괜찮았습니다.

살인범 역할을 맡은 류승범도 괜찮았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류승범이 맡은 등장인물이 더럽게 재미없는 인물이라는 점 입니다. 좋은 배우가 아깝게 소비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스릴러라기에는 너무 맥빠지는 영화였습니다. 차라리 잔인한 장면을 더 많이 늘렸다면 개인적으로 좋은 점수를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년 9월 26일 토요일

요가학원

토토로사에서 요가학원을 다운 받아 봤습니다.

천원이라도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정말 돈 아깝습니다.

2009년 8월 13일 목요일

The Ideological Origins of Nazi Imperialism, 그리고 잡담 약간

Woodruff D. Smith의 The Ideological Origins of Nazi Imperialism을 다시 한번 읽었습니다. 읽은지 꽤 돼서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한 번 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일 때문에 어수선해서 그런지 한 번 더 읽었지만 읽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최근의 ‘간도떡밥’ 때문인지 재미있게 읽히긴 하더군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파국으로 치닫기 직전인 9장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입니다. 저자인 Smith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는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제국주의적 정서’가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파고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1920년대에 제국주의적 팽창을 주제로 한 소설들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는 1926년에 출간된 그림(Hans Grimm)의 소설 “Volk ohne Raum”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유사한 종류의 소설 중 성공한 작품으로 1926년부터 1935년까지 315,000부가 팔렸다고 하는군요.
이 소설의 저자인 그림은 유럽 외부의 식민지 획득을 옹호하고 Lebensraum을 동유럽에서 찾는 나치에 비판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독일의 팽창을 옹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에게 Lebensraum 사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는 매개가 되었으며 정치적 보수주의를 확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게 읽힌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얼마 전 튀어나온 간도 반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간도 반환 문제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이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재생산 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같은 언론사가 간도 회복 캠페인 같은 짓을 앞장서서 하기도 했지요. 2009년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간도 떡밥은 미래에 다른 형태로 변주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런 대책 없는 망상을 무책임하게 유포하고 있는 대중매체들입니다. 한국이야 독일 같은 강대국이 아니니 극우 정당이 집권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개념 없는 민족주의 프로파간다가 판을 치는 것은 단순히 웃어 넘길 일은 아닙니다.

독도와 같이 민감한 문제가 튀어 나올 때 마다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호들갑에서 볼 수 있듯 민족주의적인 정서는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입니다. 그리도 한반도 균형자론 같은 외교적 망신사례에서 볼 수 있듯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싸구려 민족주의를 팔어먹으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것은 어떻게든 대중의 정서에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물론 한국의 현실을 볼 때 나치 독일처럼 파국적으로 폭주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